지난 주말 잠실 두산-SK 3연전이 냉기류를 보였다면 우리 히어로즈와 롯데의 목동 3연전은 훈훈함이 넘쳐났다. 히어로즈는 3연전 첫 날인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3일동안 전 롯데 선수 임수혁 후원 행사인 '리멤버 더 히어로(Remember The Hero)' 행사를 열었다. 임수혁은 지난 2000년 4월 18일 2루에서 갑자기 쓰러진 이후 아직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위해 히어로즈 선수들은 전 현대 시절인 지난 2001년부터 지금까지 매월 급여에서 적립한 600만 원 정도의 성금을 연말마다 임수혁 가족에게 전달해오고 있다. 이런 기분좋은 커넥션은 아직 프로구장으로는 생소한 목동구장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훈훈한 경기장 히어로즈는 현대 시절부터 이어오던 이 의미있는 전통을 이번 롯데 3연전에서 더욱 부각시켰다. 3연전 동안 개당 1000원하는 특별 제작 응원용 막대풍선의 수익금 전액을 임수혁 가족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이에 한 롯데 팬은 3연전 첫날이던 18일 피자 10판과 함께 "그 동안 임수혁 선수를 잊지 않고 오랫동안 정성을 보내 오신 것을 언제나 기억하고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 주부 팬은 최준석이 두산으로 이적했을 때도 두산 선수들에게 떡을 돌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일에는 전 롯데 출신 김응국 히어로즈 코치가 시구자로, 공필성 롯데 코치가 시타자로 들어서 양 팀 팬들이 부인할 수 없는 뜨거운 장면을 연출했다. '영웅을 기억하는' 행사의 마지막날인 20일에는 임수혁의 부친 임윤빈 씨가 직접 목동구장을 찾아 시구에 나섰다. 또 히어로즈의 메인스폰서사인 '우리 담배'의 김대경 마케팅팀장은 임윤빈 씨에게 후원금 400만 원을 전달했다. 네이버 카페 '유니콘스에게 희망의 뿔을'의 박정현 대표는 회원들의 정성을 담은 300만 원을 '임수혁을 사랑하는 모임' 김태운 회장에게 전달했다. 막대풍선 판매 수익금과 팬들의 성금도 조만간 정산이 되는 대로 임수혁 가족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또 히어로즈 주전 2루수 김일경이 오른 검지손가락을 골절로 최소 한 달 가량 전력 이탈이 불가피하자 롯데팬들이 쾌유를 비는 글이 쏟아졌다. 김일경은 19일 롯데 선발 매클레리의 공에 맞았다. 기분좋은 경기장 히어로즈는 롯데를 만나기 전에 4연패에 빠져 있었다. 롯데를 만나서도 2패를 더해 6연패에 빠졌다. 그러나 마지막날 12-4로 대승을 거두며 연패를 끊어냈다. 히어로즈 선수들은 한층 부담감을 벗은 채 KIA전이 열리는 광주구장으로 향하게 됐다. 롯데 역시 기분좋게 목동구장을 떠나왔다. 3연전 첫 경기를 승리로 이끌며 유일하게 연패없는 팀으로 살아남았다. 연승까지 이어 다시 상승세를 안았고 마지막 경기는 졌지만 임수혁 행사에 대한 감사의 뜻이라 넘길 수 있게 됐다. 관중도 대박을 이뤘다. 그동안 목동구장 관중석은 한산했다. 9경기를 치렀지만 총 2만5306명을 끌어모으는 데 그쳤다. 경기당 평균 2812명으로 1만4000명을 수용하는 목동구장 응원석은 찬바람만 불었다. 그러나 롯데와의 3연전에서만 모두 3만1274명이 목동구장을 찾았다. 평균 1만424명이었다. 20일에는 사상 첫 매진을 기록했다. 처음 찾은 경기장 무엇보다 히어로즈는 이번 롯데 3연전을 통해 확실한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서울 서부 쪽의 시장성을 확실히 알 수 있었고 지난 몇 주 동안 주변의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뿌린 것의 몇 배 효과를 3일 만에 거뒀다. 더불어 무엇이 불편한지도 분명하게 알 수 있게 됐다. 주변의 교통편은 어쩔 수 없다지만 주차장, 먹거리 문제 등이 개선 여지로 남게 됐다. 한 팬은 "롯데 경기 때문에 목동구장을 처음 찾았다"며 "막상 와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 교통, 주차, 먹거리 등이 불편했지만 또 오고 싶을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 선수들도 목동구장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저마다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다"고 목동구장에 대한 첫 인상을 밝혔다. 또 양 팀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은 3일 내내 경기 전 자유롭게 오가며 반가운 인사를 주고 받았다. letmeout@osen.co.kr 지난 20일 경기서 전 롯데 임수혁의 부친 임윤빈 씨가 시구하는 모습.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