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미스터리 투구의 정체는 무엇일까. 미겔 바티스타(37.시애틀 매리너스)는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기교파 투수다. 2006년까지 빅리그에서 13년을 뛰면서 세자릿 수 탈삼진은 5번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선수 생활 내내 타자를 맞혀잡는 유형의 투수였다. 그나마 2004년을 기점으로 삼진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런데 시애틀에 입단한 지난해 133개로 늘어나더니 올 시즌도 벌써 16개(24⅔이닝)를 기록했다. 이 대로 시즌을 치르면 다시 한 번 100탈삼진 돌파가 가능하다. 전날 경기에선 LA 에인절스 강타선을 상대로 7⅔이닝 무실점 8탈삼진으로 기염을 토했다. 갑자기 구속이 빨라진 것도 아닌데 30대 후반의 나이에 삼진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바티스타는 뭔가 비결이 있음을 암시했다. 와의 인터뷰에서 "힌트를 알려주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강속구를 던지지 못해도 타자들이 강속구로 착각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아직 비법이 완성된 단계는 아니라는 바티스타는 "4∼5번 더 선발 등판해봐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피칭에 관해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투수는 나이가 들면서 제구력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타자와의 수싸움으로 살아남기 마련이다. '파워피처'에서 '피네스 피처'로의 변신이야 말로 '장수의 비결'로 통한다. 바티스타의 말 대로라면 그는 전혀 다른 변신법에 성공한 셈이다. 원래 힘으로 윽박지르는 투수가 아닌 그가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스트라이크아웃 피처로 변신한 비결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공끝의 무브번트를 살리는 노하우를 습득한 게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할 수 있다. 같은 스피드라도 초속이 아닌 종속이 살아난다면 타자가 느끼는 체감 속도는 높아진다. 스윙을 하는 순간 공이 '휙' 하고 살아들어오면 타자는 히팅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이고, 결과적으로 투수의 삼진수는 늘어난다. 바티스타는 "선수 생활 초기에 이 방법을 알았다면 내 경력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가 비결을 공개하지 않는 이상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바티스타의 '미스터리 피칭'이 완성된다면 올 시즌 그는 단연 주목할 투수임에 틀임 없다. 한편 바티스타는 AL 서부지구의 라이벌 에인절스를 상대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시애틀 유니폼을 입은 뒤 현재까지 18승을 거둔 그는 이 가운데 4승을 에인절스전에서 기록했다. 지난해 시애틀의 에인절스 상대 전적은 6승13패. 올 시즌은 3승3패다. 시애틀이 에인절스를 상대로 얻은 승수의 절반에 해당하는 숫자를 바티스타 혼자 올렸다. 바티스타는 지난해 16승으로 자신의 시즌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