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9경기 8승' 한화, 상승세 비결
OSEN 기자
발행 2008.04.25 14: 33

[OSEN=이상학 객원기자] 2루 수비 문제로 프로야구계가 시끄러운 사이 한화가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리그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한화는 최근 9경기에서 8승1패를 거두며 올 시즌 처음으로 패수(11)보다 승수(12)가 많아졌다. 어느덧 팀 순위도 단독 3위까지 상승했다. 창단 첫 개막 5연패로 시즌을 시작했던 암울한 기운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특유의 장타로 하늘을 수놓고 유유히 베이스를 도는 장면이 한화의 무서운 상승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다이너마이트 타선 대폭발 막강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뜨겁게 폭발하고 있다. 창단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지난 1999년을 연상시킬 정도다. 팀 타율(0.258)·출루율(0.338)은 각각 4·5위로 평균 수준이다. 하지만 타율 4푼9리의 한상훈의 기록을 제거하면, 팀 타율은 2할7푼, 출루율은 3할5푼1리로 상승한다. 결정적으로 장타율에서 당당히 1위(0.414)를 달리고 있다. 팀 홈런도 25개로 전체 1위. 구장효과는 전혀 아니다. 25개 홈런 중 14개를 대전-청주 홈에서 쳤지만 '어이없게도' 한화는 올 시즌 잠실구장에서 가장 많은 5개의 홈런을 때린 팀이다. LG도 잠실구장에서 5홈런을 기록 중이지만 한화보다 9경기나 더 치렀다. 한화는 덕 클락-김태균-이범호-김태완으로 이어지는 3~6번 라인이 리그 최고 수준이다. 클락은 타율 3할2푼2리·7홈런·18타점·26득점·6도루·16볼넷, 장타율 0.667를 기록할 정도로 약점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홈런·장타율·득점 1위. 옆구리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닌 김태균도 타율 2할8푼1리·6홈런·20타점으로 맹활약 중이며 이범호도 타율 3할8리·5홈런·14타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2008년 히트상품 김태완도 타율 2할7푼1리·6홈런·18타점으로 활약하며 실전용으로 재탄생했다. 상대 팀으로서는 숨이 턱턱 막히는 중심타선이다. 하지만 중심타선뿐만이 아니다. 1~2번 테이블세터는 물론이고 하위타순도 쉽게 건너갈 수 없는 공간이 됐다. 1번 톱타자 이영우의 부활은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 심지에 불을 붙이는 격이었다. 올 시즌 23경기에서 77타수 25안타, 타율 3할2푼5리를 기록하고 있다. 팀 내 최고 타율. 2번 고동진도 주중 LG전에서 복귀해 11타수 4안타의 폭풍타를 터뜨렸다. 하위타순에는 또 김민재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시즌 타율도 2할8푼4리지만 득점권 타율은 무려 5할이다. 전체 3위. 게다가 신경현마저 24일 잠실 LG전에서 홈런과 2루타를 폭발시켰다. 선발 마운드 안정화 시즌 초반 한화의 예기치 못한 추락은 마운드의 붕괴와 궤를 같이 했다. 선발과 불펜 가리지 않고 마운드의 구멍이 숭숭 뚫렸다. 류현진-정민철-유원상-윤규진 등이 개막 첫 4경기에서 차례로 무너졌고 불펜에서는 브래드 토마스가 볼넷이라는 장작을 모아 끝내기 안타라는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리며 자멸했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5회 이전 리드를 잡아도, 그렇지 않아도 승산이 없는 것이 시즌 초반 한화 마운드였다. 하지만 마운드 부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류현진이 5연패였던 팀을 완투승으로 구해낸 것이 신호탄이었다. 이어 유원상도 퀄리티 스타트로 선발승을 따냈다. 정민철과 양훈은 '약속의 땅' 청주에서 거짓말처럼 부활하고, 성장했다. 사상 첫 20년차 송진우도 선발진에서 조금씩 힘을 보탰다. 불펜은 기존 안영명에 윤규진이 가세해 깊이를 더했다. 마무리는 여전히 토마스지만 김인식 감독의 굳건한 믿음으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토마스는 우규민(LG)·정재훈(두산)보다 방어율이나 이닝당 출루허용률이 더 우수하다. 시즌 초반 위기에서 벗어난 뒤 한화 마운드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3년차 징크스가 시작될 것'이라던 우려를 받던 류현진은 개막전 패배 후 4연승으로 다승 공동선두로 발돋움했다. 투구이닝(33⅓) 부문에서도 어느덧 KIA 윤석민(33⅔) 다음이다. 방어율 6위(2.43), WHIP 4위(1.11). 괴물이란, 이런 선수에게 쓰는 말이다. 덕분에 한화의 팀 방어율은 여전히 전체 7위(4.51)지만, 선발진 방어율은 전체 5위(4.51)로 발돋움했다. 불펜만 조금 더 안정된다면 빈틈없는 마운드를 꾸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5회 이전 리드시 9승2패를 기록 중이다. 기다리는 리더십 산전수전 그리고 공중전과 국제전까지 다 겪은 김인식 감독을 빼놓고는 한화의 상승세를 설명하기 어렵다. 개막 5연패 등으로 시즌 초반 하위권에 허덕일 때에도 김인식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 4일 KIA를 제물 삼아 어렵사리 시즌 첫 승을 신고한 뒤에야 김 감독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당시 김 감독은 "나도 사람이다. 화도 많이 났다. 1승이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그렇다고 선수들한테 내색할 필요는 없었다. 화가 나더라도 참을 줄 알아야 한다"며 백전노장답게 말했다. 당장 1승이 급할 때에는 감독의 작전이 많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 감독의 첫 희생번트 지시는 침체를 막 벗어난 지난 15일 청주 우리 히어로즈전이었다. 최대한 선수들에게 맡겼다. 당장 한 경기를 잃더라도 나중에 몇 승을 더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선수들을 믿었다. 토마스가 불안한 피칭을 해도 "볼이 높은 것만 아니면 괜찮다"고 믿음을 보냈다. 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유원상처럼 다소 내성적인 선수들에게도 질책보다는 격려를 보냈다. 지난 23일 잠실 LG전에서 극적인 대역전극으로 승리한 뒤에도 김 감독은 2⅔이닝 3실점으로 조기강판된 유원상에게 공을 돌렸다. "유원상이가 점수를 많이 주지 않은 게 역전의 발판이 됐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었다. 비단 김 감독뿐만이 아니다. 선수들도 선수들을 믿었다. 토마스가 매경기 다이너마이트를 한다발 안고 마운드에 들어가는 불안함을 노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장 김민재를 중심으로 선수들은 토마스를 감쌌다. 토마스에게는 '친구'들이 있었다. 감독이나 선수들 모두 기다릴 줄 안다는 점이 지금의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의 기다릴 줄 아는 리더십은 시즌 막판 위력이 배가 될 지도 모른다. 베테랑 구대성과 문동환은 복귀를 서두르고 있지만 김 감독은 결코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완벽한 몸 상태로 복귀하는 것이 팀이나, 개인에게나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한화의 진정한 무서움이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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