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 글러브 어필 '그 스승에 그 제자'
OSEN 기자
발행 2008.04.25 19: 44

그 스승에 그 제자였다. 조범현 KIA 감독이 스승 김성근 SK 감독을 상대로 신경전을 펼쳤다. 상대 투수의 글러브를 문제 삼았다. 그라운드에서는 스승과 제자는 없고 적장만 있는 법. 스승도 무조건 이겨야 되는 대상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조 감독은 25일 문학 SK전 1회초 2사 최희섭을 타석을 앞두고 갑자기 SK 선발투수 케니 레이번의 글러브를 문제 삼았다. 갈색 글러브에 다른 색깔의 상표와 글씨가 박혀 있기 때문에 규칙위반이라는 것이다. 말은 옳다. 에 따르면 a)투수용 글러브는 꿰맨 부분, 매는 끈, 웹 전체가 같은 색이어야 한다. 흰색 또는 회색은 사용할 수 없다. b)투수는 글러브와 다른 색깔을 띤 이물질을 글러브에 붙여서는 안 된다고 되어있다. 주심은 조 감독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교체를 요구했다. 레이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규칙은 규칙. 통역의 설명을 듣더니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덕아웃으로 들어가 검은색 글러브를 들고 나왔다. 이러는 통에 경기는 5분 간 중단됐다. 조범현 감독의 이같은 어필은 다분히 심리전의 성격이 짙다. 레이번을 흔들기 위한 포석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왜냐면 이전에는 똑같은 글러브를 끼었던 레이번에 대해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조범현 감독이 자신이 몸담았던 SK, 문학구장, 그리고 스승 앞에서 보여준 행동은 승리에 대한 강렬한 집념 말고는 해석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우습게도 이런 어필방법은 김성근 감독이 이용했던 방법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전 김 감독이 쌍방울 지휘봉을 잡고 있던 시절(96년 또는 97년)이었다. 전주구장에서 김성근 감독은 해태 좌완 김정수의 검은색 글러브에 흰색 상표를 문제삼아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조감독이 어필했던 똑같은 내용이었다. 김정수는 매직펜으로 흰색 상표를 검게 칠하고 볼을 던졌다. 김 감독은 면년 하위팀이었던 쌍방울을 이끌며 이기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고 글러브 어필은 고도의 심리전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조범현 감독은 쌍방울의 배터리 코치였다. 조 감독은 스승에게 배운 방법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덕아웃 저편에 앉아있던 김성근 감독은 어떻게 느꼈을 지 참으로 궁금해진다. su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