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김현수, '이영민 타격상' 출신의 1리 경쟁
OSEN 기자
발행 2008.04.26 12: 07

'저주'를 이겨내려는 라이벌간 구도가 흥미롭다. SK 최정(21)과 두산 김현수(20)가 시즌 초반부터 치열한 타율 경쟁을 치르고 있다. 25일 현재 타율은 최정이 3할9푼4리(.3944)로 2위, 김현수가 3할9푼5리(.3947)로 선두다. 딱 '1리'차다. 정확히 말하면 '3모'차. 이 두 명이 흥미를 모으는 것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춘 차세대 타자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아마추어 최고 타자에게 주어지는 상이자 곧 '저주'로 불리는 '이영민 타격상' 수상자라는 공통점으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정은 유신고 시절이던 2004년, 김현수는 2005년 신일고 때 각각 이 상을 수상했다. 그런 만큼 1년을 사이에 두고 아마 최고 라이벌을 지낸 자존심 대결이 프로에서 막을 올린 셈이다. 최정이 SK에 1차 우선지명된 데 비해 김현수는 신고선수 출신이란 점도 흥미롭다. 포문을 먼저 연 쪽은 최정이었다. 최정은 개막전이었던 지난달 29일 문학 LG전에서 무안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다음날 곧바로 안타를 치며 아무렇지도 않게 마수걸이를 떼냈고 지난 2일 사직 롯데전에서 3안타를 날려 올 시즌 처음으로 3할대에 진입했다. 이후 최정은 18일 잠실 두산전까지 12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펼치며 꾸준하게 3할대 후반의 고감도 타율을 유지했다. 그러나 최정은 23일 문학 롯데전에 팀 내 유행하던 감기 몸살로 출장하지 못했다. 주위에서는 타격감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며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최정은 24일 문학 롯데전에 대타로 나온 뒤 안타를 터뜨려 식지 않은 타격감을 유지했다. 특히 25일 문학 KIA전에서는 5타수 4안타 2득점 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김현수가 최정과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이루기 시작한 것은 11일 잠실 LG전부터. 당시 김현수는 5타수 5안타(1득점 3타점)를 기록하며 2할1푼9리에서 순식간에 3할2푼4리로 뛰어올랐다. 이후 김현수는 13일 잠실 LG전에서 무안타를 기록했을 뿐 거의 대부분 멀티안타로 경기를 치렀다. 특히 19일 잠실 SK전에서 최정이 바라보는 앞에서 3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3할8푼6리를 기록했다. 급기야 20일 SK전에서는 3할9푼대(.393)까지 진입했다. 최정은 이날 무안타에 그쳐, 3할6푼1리로 떨어졌지만 25일 1리까지 따라붙었다. 이영민 타격상은 한국 야구 발전의 토대를 이룬 '천재선수' 이영민의 공로를 기념하기 위해 대한야구협회에서 1958년에 제정한 상이다. 이영민은 최초의 공식경기 홈런을 기록하는 등 천재로 이름을 날렸고 축구 선수로도 뛴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수상자 선정 기준은 매년 열리는 8개 전국고교대회 중 5개 대회 이상 참가해야 하고 15경기 이상 출장, 60회 이상 타석에 나서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한 선수가 영광을 안는다. 8개 고교대회는 대통령배, 청룡기, 봉황대기, 황금사자기, 무등기, 대붕기, 화랑기, 전국체전이다.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이 상을 수상한 선수가 프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일이 거의 없자 서서히 '저주'가 됐다. 그나마 성공한 선수로는 김경기(현 SK 코치)가 있고 강혁, 조현 등이 그나마 프로 무대에서 이름을 날렸다. 이는 저주라기보다 고교 야구 5~8개 대회로는 데이터 샘플이 적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다. 상대 투수의 질을 따지지 않고 오직 타율로만 수상자를 가리고 현행 기준으로 타자의 실력을 정확하게 가늠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최정과 김현수가 저주를 이겨내고 아마추어 최고 영예인 이영민 타격상의 긍지를 되살릴 수 있을지 라이벌 구도가 더욱 흥미로워진다. letmeout@osen.co.kr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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