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흥행 목록에서 로맨틱 코미디가 실종됐다. 외화든 한국영화든 마찬가지다. 영화속 그 많던 왕자와 공주는 지금 어디로 갔을까. 한때 로맨틱 코미디의 요정으로 불렸던 멕 라이언도 벌써 47살. 최근 출연작 '인 더 랜드 오브 우먼'에서는 하이틴 딸을 둔 중산층 가정주부 역을 맡아 20대 연하남과 사랑에 빠졌다. 1989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샐리 앨브라이트 역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지존 자리를 넘보기 시작했던 그녀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에서 환상의 커플인 톰 행크스와 처음 만났다. 이후 '프렌치 키스'(1995), '아이큐'(1996), '애딕티드 러브'(1997)로 해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흥행작을 내놓다가 1998년 행크스와 재후한 '유브 갓 메일'이 세계적인 빅히트를 기록하면서 정점에 올라섰다. 또 한 명의 할리우드 대표 신데렐라는 줄리아 로버츠다. 1990년 게리 마샬 감독의 '귀여운 여인'에서 길거리 매춘부로 등장한 그녀는 억만장자 에드워드(리처드 기어)와의 옥신각신 끝에 구애를 받는다.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으로 꼽히는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수많은 아류 작을 불렀다. 로버츠는 9년 뒤 자신이 할리우드 톱스타로, 상대 역 휴 그랜트를 런던 시내의 한 서점 주인으로 탈바꿈 시킨 뒤 꿈같은 사랑을 이뤘다. '노팅 힐이다. 하지만 올해 42살이 된 그녀 역시 더 이상 예전처럼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를 찍기에는 무리다. '나의 그리스식 결혼'처럼 적은 돈을 들여 큰 성공을 거두기에 가장 좋은 장르가 바로 로맨틱 코미디다. 신분이나 성격 차이 등 갖가지 이유로 멀기만 했던 두 남 녀가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다가 행복하게 사랑의 인연을 맺는다는 뻔 한 스토리. 그렇기에 주연 남 녀의 개인기와 매력이 무엇보다 중요시되는 장르다. 2000년대 들어서도 '러브 액츄얼리'를 비롯해 '브리짓 존스의 일기' '히치' '투 위크스 노티스' '내게 너무 가벼운 그녀' '로맨틱 홀리데이' 등 수많은 로맨틱 코미디가 제작됐지만 1990년대의 그 것에 비해 양적, 질적으로 열세다. 여자로는 카메론 디아즈, 르네 젤위거, 기네스 팰트로우, 드류 배리모어 등이 있고 남자로는 멜 깁슨, 윌 스미스, 아담 샌들러 등 숱한 스타들이 로맨틱 코미디에 한 두 차례 도전했지만 전공으로 삼지는 않았다. 한국 역시 '결혼 이야기' '미스터 맘마' 등 영화사를 일으켜 세운 숱한 로맨틱 코미디 흥행작이 많았다. 그러던 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멜로와 함께 극장 흥행이 어려운 장르로 인식되면서 눈에 띄게 제작편수가 줄었고 괜찮은 작품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몰락에는 비슷한 종류의 사랑 이야기를 매일 쏟아내는 TV 드라마의 대형화가 이뤄지면서 '극장=블록버스터'라는 관객의 선택 공식이 갈수록 늘어나는 때문 인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독특하고 신선한 소재에 매력적인 두 남 녀를 주연으로 앞세운 로맨틱 코미디를 구경하기 힘든 점도 작용했다. 결국 로맨틱 코미디의 해피 엔딩에 활짝 웃으며 극장 문을 나서던 관객들이 해마다 줄어드는 게 요즘 세태다. mcgwire@osen.co.kr '아이큐'(1996), '애딕티드 러브'(1997), '유브 갓 메일'(1998), '인 더 랜드 오브 우먼'(2007) 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