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 3년차 ‘신예 거포’ 김태완(24)이 2008년 최고 히트상품이 될 조짐이다. 김태균의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개막전 4번 타자라는 중책을 안고 2008년의 문을 연 김태완은 이튿날 경기에서 큼지막한 역전 스리런 홈런을 날리며 예사롭지 않은 출발을 보였다. 김태균이 복귀한 후 잠시 자리를 잃었으나 이내 이영우의 수비 복귀와 함께 6번 지명타자로 고정됐다. 이후의 활약상은 지금 보여지는 그대로다. 어느새 7홈런으로 덕 클락(한화), 카림 가르시아(롯데) 등 외국인 타자들과 당당히 이 부문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25경기 타율 3할8리·7홈런·21타점, 장타율 0.603. 타점·장타율 모두 4위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진 것일까. 달라진 스윙 190cm, 98kg이라는 전형적인 ‘거포형’ 체격조건을 자랑하는 김태완은 대학시절부터 파워 넘치는 타격을 인정받았다. 2005년 전국대학야구대회에서 5홈런을 날리며 주가를 높였고, 지난 2006년 계약금 1억1000만 원을 받고 한화에 입단했다. 2006년 입단 첫 해 2군에서 10홈런을 기록했다. 2007년 시범경기에서 홈런·타점왕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1군 투수들을 상대하는 데 벅찬 부분도 없지 않았다. 스윙이 간결하지 못해 배트스피드가 느리고 빠른 공에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겨우내 하와이 전지훈련에서도 장종훈 타격코치와 함께 퍼지는 스윙을 작고 간결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 효과는 시즌 초반부터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대전 롯데전에서 상대 선발 마티 매클레리의 145km 직구를 그대로 받아치며 스리런 홈런을 작렬시켰다. 10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이원재의 147km 강속구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모두 가운데 몰린 공들이었지만 빠르게 대처하자 홈런 아치로 연결됐다. 어설픈 직구는 김태완에게 이제 좋은 먹이감이다. 홈런 7개 가운데 4개가 직구를 때린 것이었다. 작고 간결해진 스윙은 정확한 타격으로도 이어졌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3할대 타율을 마크하고 있다. 2안타 멀티히트 경기도 5차례나 된다. 지난해까지 통산 멀티히트가 4차례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괄목상대한 대목이다. 여유의 힘 야구는 일종의 심리전이다. 투수와 타자는 기싸움에서 지면 안 된다. 지난해 김태완은 기싸움에서 번번이 졌다. 올 시즌 전 김태완은 “부담감에 제대로 방망이도 돌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올해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태완은 부진이 계속되자 타석에서 자신감을 잃은 기색이 역력했다. 시범경기에서 스타로 떠올랐으나 정작 본경기에서는 첫 14타석에서 무안타에 그치며 ‘역시 반짝스타’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한 차례 2군에 다녀온 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으나 초조한 마음에 타격포인트를 잡지 못하고 선구안마저 엉망이 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인식 감독은 기회가 날 때마다 김태완을 내보냈다. 올 시즌 김태완은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김태완은 올 시즌 활약의 가장 큰 요인으로 ‘여유’를 꼽고 있다. 김태완은 “지난해에는 대타 요원으로 뛰는 것이 처음이라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주전으로 나오다 보니 여유가 있다. 타석에서도 여유를 갖고 타격한다”고 상승세 비결을 밝혔다. 여유가 생기니 투수들을 상대하는 요령도 늘었고 선구안도 발전했다. 지난해까지 통산 볼넷·삼진이 9개·23개로 비율이 썩 좋지 않았지만 올해는 8개·14개로 좋아졌다. 김태완은 “선구안이 많이 좋아졌다. 나쁜 볼에 방망이가 나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역시 여유의 힘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붙박이 주전이 된 김태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지원 사격 좋은 타자에게는 좋은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김태완에게도 그렇다. 일단 김인식 감독이 굳건한 믿음을 보내고 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김태완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2경기에서나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김태완을 활용하기 위해 검증된 외국인 타자 제이콥 크루즈(삼성)와의 재계약을 포기하는 강수까지 두었다. 김태완에 대한 믿음이 없었으면 설명이 불가능했다. 김 감독은 “원래부터 변화구를 잘 치는 타자였다. 몸쪽 공에 대처능력이 발전해 성장했다”며 변함없는 지원사격을 날리고 있다. 김인식 감독의 성향으로 보아 올 시즌 김태완은 6번 지명타자로 고정될 것이 확실하다. ‘영원한 홈런왕’ 장종훈 타격코치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겨우내 전지훈련에서 스윙을 간결하게 만드는데 주력한 김태완의 곁에도 장 코치가 있었다. 김태완은 장 코치에 대해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시고 있다. 현역시절 노하우를 말씀해주셔 많이 배우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감독·코치뿐만 아니라 선배들도 김태완에게는 좋은 조력자다. 덕 클락-김태균-이범호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를 뒷받침해 상대적으로 그 부담이 덜하다. 몇 년 전까지 이범호도 6번 타순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김태완은 “앞에 좋은 타자들이 워낙 많아 뒤에 있으니 타점 기회도 많고 여러 모로 좋다”고 털어놓았다. 선배들의 든든한 타격도 김태완에게는 큰 힘이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