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무조건, 무조건이야” 대전구장에는 트로트 가수 박상철의 ‘무조건’을 개사한 한화 응원가가 울려퍼진다. 개사한 내용 그대로였다. 무조건 홈런이었다. 한화 ‘부동의 4번 타자’ 김태균(26). 지난 27일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2-3으로 뒤진 9회말 1사 1루에서 임태훈으로부터 극적인 끝내기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대전구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경기 후 김태균은 “1점차 상황이라 무조건 홈런을 노렸다”고 환하게 웃었다. 3구째 직구를 예상하고 그대로 잡아당겼다. 노림수는 적중했고 김태균은 끝내주는 사나이가 됐다. 이날 한 방으로 김태균은 결승타 부문에서 전체 1위로 발돋움했다. 이날로 5개째 결승타를 기록하며 제이콥 크루즈(삼성·4개)를 따돌리고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사실 결승타는 따로 집계되는 공식기록은 아니다. ‘승리타점’이라는 이름으로 1989년까지 공식기록으로 인정받았지만 판단 기준이 애매하다는 이유로 공식기록에서 사라졌다. 비록 비공식기록이지만 팀을 승리로 이끄는 타자들의 집중력과 해결사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다. 김태균은 그 부분에서 가장 돋보인다. 사실 결승타는 1회초 땅볼로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여도 기록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태균의 결승타는 모두 안타와 홈런 또는 희생플라이로 만들어졌다. 지난 6일 대전 KIA전 1회말 좌전 안타로 선제점수를 뽑았고, 8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6회초 희생플라이로 승부의 균형을 깼다. 12일 대전 삼성전에서는 1회말 우중월 스리런 홈런으로 기선제압에 앞장섰고, 22일 잠실 LG전에서도 1회초 우중간 2루타로 선제점을 냈다. 27일 대전 두산전에서는 승부를 뒤집고 정리하며 종료하는 끝내기 투런 홈런을 작렬시켰다. 시즌 전, 과도한 훈련으로 오른쪽 옆구리 근육통을 당해 개막 첫 6경기에 결장한 김태균은 여전히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발야구를 따라하다 오른쪽 다리에도 근육통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균의 홈런파워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좌월(3개)·좌중월(1개)·중월(1개)·우중월(1개)·우월(1개) 등 홈런 분포도도 이상적이다. 7홈런·22타점. 홈런 공동 2위, 타점 3위 그리고 장타율 4위(0.611)에 랭크돼 있다. 타율은 2할6푼4리밖에 되지 않지만, 김태균은 “최다안타왕이 목표”고 농을 던졌다. “정확히 맞아야 홈런도 나오는 것”이라는 게 김태균의 말이다. 해결사 본능이 빛을 발하고 있는 김태균이지만 그를 이기적인 플레이어로 오해해서는 안 될 듯하다. 덕 클락·이범호·김태완 등 화려한 동료들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균은 볼넷이 많은 이유에 대해 “좋은 공을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뒤에 좋은 타자들이 있기 때문에 출루하는데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신중함 속에서도 필요할 때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김태균 스타일이다. 기본적으로 김태균은 침착한 타자다. ‘너무 신중해서 탈’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그게 또 김태균의 미덕이다. 올 시즌에도 김태균은 볼넷을 14개나 얻어내 출루율은 타율보다 1할 이상 높은 3할8푼2리다. 김태균은 “이제 8년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뭔가 계기가 필요할 것 같아 머리도 짧게 하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며 고등학생처럼 짧게 깎은 머리에 대해 설명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스타일. 끝내기 홈런을 친 후에도 김태균은 “요즘 머리가 많이 자랐다”며 한움큼도 되지 않는 머리를 만지더니 “오늘 또 머리 깎으러 가야죠”라고 웃어보였다. 안 그래도 짧은 머리였지만, 더 짧게 깎아 자신을 채찍질하겠다는 의지였다. 마침 향후 9연전은 잘 나가는 한화에 중대한 고비처다. 당장 29일부터 시작되는 선두 SK와의 대전 3연전에서 팬들은 ‘김스님’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