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목, 그 안에 담긴 의미들
OSEN 기자
발행 2008.04.29 10: 49

[OSEN=조경이] 영화 ‘괴물’에는 한강의 괴물이 나오고 ‘추격자’에는 연쇄 살인범을 쫓는 추격자가 나온다. 그렇다면 표면적인 그 괴물은 괴물일 뿐이고 추격자는 추격자일 뿐인가 영화 제목에는 한 편의 영화가 관객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를 통합적으로 축약하고 있다. 개봉했던 영화와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들의 제목을 짓기까지 그 과정을 추적해봤다. ‘추격자’ –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끝까지 추격한다 18금 영화로 500만 관객을 돌파해 화제를 모았던 ‘추격자’의 제목은 본래 ‘밤의 열기 속으로’였다. 실제 각본을 쓴 나홍진 감독은 영화의 제목을 짓지 않고 제작사에 시나리오를 넘겼다. ‘추격자’의 제목은 제작사에서 나왔다. 제작사 비단길의 김수진 대표는 “나홍진 감독이 처음 시나리오를 가져왔을 때는 제목이 붙어있지 않았다”며 “처음에는 제가 ‘밤의 열기 속으로’라고 제목을 붙였는데 느낌이 확 오지 않았다. 그래서 포스터의 비쥬얼이 될만한 것을 두고 제목을 다 붙여봤다. 그 중에 ‘추격자’가 가장 잘 맞았다”고 밝혔다. 또한 “전체 컨셉트를 중호(김윤석 분)의 컨셉트로 잡았다”며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추격한다’는 컨셉트다. 제목으로 멋을 부릴 필요도 없고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스티 보이즈’ – 추잡한 남자들의 세계 윤종빈 감독의 신작 ‘비스티 보이즈’는 호스트들의 세계를 리얼하게 다룬 영화다. 비스티 보이즈 (Beastie Boys)의 비스티는 ‘저속한’의 사전적 뜻이 있다. 저속한 남자들의 세계를 가감 없이 리얼하게 담았다. ‘비스티 보이즈’의 제작사 한 관계자는 “비스티는 ‘짐승 같은’ ‘추접한’의 뜻이 있다”며 “보통 영화를 볼 때 관객들은 남자 주인공에 대한 판타지를 기대한다. 하지만 실제 남자들은 극중 남자 주인공처럼 이상적인 인물이 아니다. 윤종빈 감독이 남성성이라는 것의 근본이 그렇게 우아하거나 멋있지 않다는 것을 영화 속에서 표현하고 싶었고 그래서 영화의 제목을 ‘비스티 보이즈’로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호스트로 출연하는 윤계상과 하정우는 ‘비스티 보이즈’에서 로맨틱한 남자가 아니었다. 하정우는 ‘사랑을 해줄 테니 돈을 달라’고 요구하거나 돈을 주지 않고 극한 상황에 몰리자 여자의 복부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윤계상은 극중에서 업소에 나가는 윤진서의 전직 때문에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늘 의심한다. 집착이 과해져 급기야 주먹으로 그녀의 얼굴을 쳐서 코피를 터트린다. 지질한 남자들의 모습을 담았다. 4월 30일 개봉. ‘방울토마토’ – 아버지의 부정을 담은 방울토마토 화분 ‘방울토마토’의 제목만 언뜻 보면 애니메이션의 귀여운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방울토마토’의 제목은 아버지의 부정을 상징한다. 제작사 씨네라가 픽쳐스의 관계자는 “영화에서 김향기의 아버지(김영호 분)가 출소 후에 딸에게 처음 선물을 준 것이 방울토마토 화분이다”며 “화분은 아버지의 부정을 상징한다. 아이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다. 결국 재개발로 집이 철거될 상황에 처하는데 딸은 아버지가 선물로 준 화분을 가지고 나오지 못한다. 그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도 나타낸다”고 밝혔다. ‘방울토마토’는 철거 직전의 판자촌에서 폐휴지를 모으는 어려운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모습을 그린 휴먼드라마다. 신구와 아역배우 김향기가 나선다. 5월 29일 개봉. ‘흑심모녀’의 본래 제목은 ‘소녀시대’ 영화 ‘흑심모녀’는 제목이 무려 8번이나 바뀌었다. ‘엄마도 여자란다’를 시작으로 ‘꽃’ ‘내 인생의 하프타임’ ‘손님’ ‘꽃이 울면 새는 피고’ ‘소녀시대’ ‘사랑을 배달합니다’로 변했다. 결국 ‘흑심모녀’로 채택됐다. ‘흑심모녀’의 홍보 대행사는 “본래 제작진 측에서는 ‘소녀시대’의 제목을 제일 좋아했고 그 제목으로 가려고 했는데 당시 그룹 소녀시대가 데뷔해서 그 제목을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목이 많이 바뀐 이유에 대해서는 “제작이 들어간 것은 오래됐고 영화 제목의 트렌드 주기가 짧아서 자주 변경이 됐다. 그때그때 트렌드에 맞게 수정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흑심모녀’는 극중 세 모녀(김수미 심혜진 이다희)가 한 청년(이상우)을 만나면서 겪는 심적인 변화를 다뤘다. 소녀의 감성으로 들뜨고 설레면서 청년 준에게 흑심을 품게 된다. 제목을 ‘흑심모녀’로 지으면서 극의 코믹적인 요소를 강조하지만 실제 영화는 세 모녀가 가족애를 깨달아 가는 훈훈한 과정을 보여준다. 6월 12일 개봉. crystal@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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