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팔이 왕우가 칼을 휘두른 게 시작이었나. 이제는 신화가 된 이소룡부터 갈짓자 취권의 성룡, 남아당자강 이연걸의 권법 시대를 거친 뒤 빛바랜 바바리 코트의 주연발이 쌍권총을 연사했다. 여기에 유덕화, 장국영, 양조위, 주성치, 장학우 등의 집단 체제까지. 중국(홍콩) 톱스타들은 한 때 한국 극장가의 주류였고 흥행 보증수표였다. 2000년대 한국 극장가에서 중국 스타들은 찬 밥 대우다. 1990년대 붕어빵 찍어내듯이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진 중국 무협, 코미디, 액션, 멜로 등의 짬뽕 상업영화에 한국 관객들이 식상할 만큼 식상한 때문이다. 지난 주말 국내 박스오피스 1위는 할리우드의 판타지 액션 '포비든 킹덤'. 중국 액션의 쌍두마차 성룡(54)과 이연걸(45)이 처음으로 한 영화에 출연한 사실로 크게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24일 개봉후 4일동안 모두 40만명(영화진흥위원회 가집계) 정도를 동원해 정상에 올랐지만 기대 수준에는 훨씬 못미쳤다. 특이할 사실은 중국 스타의 한국 흥행 1위가 무려 2년3개월여만이라는 것. 지난 2005년 1월 주성치의 '쿵푸 허슬'이 13일 개봉후 2주연속 선두를 달렸던 이후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것도 성룡과 이연걸이라는 최고의 스타 두 명이 힘을 합쳐서야 가능했다. 사실 요즘 한국 극장가에서 중국 톱스타나 중국영화의 자존심은 구겨질대로 구겨진 상황이다. 올해 1월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 주연, 진가신 감독의 '명장'으로 포문을 연 뒤 유덕화 홍금보 주연의 '삼국지: 용의 부활'과 여명 진혜림 견자단 주연의 '연의 황후' 등 중국 대작들이 연달아 개봉했으나 흥행에서 별다른 빛을 보지못했다. 지난해에도 사정은 마찬가지. '상성: 상처받은 도시' '황후화' '묵공' 등의 기대작이 무릎을 꿇었고 2006년에는 '야연' '무인 곽원갑' '무극'이 정상 도전에 나란히 실패했다. 중국 톱스타 주연의 영화들이 국내 흥행시장을 휩쓸었던 그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인 셈이다. 특히 명절 때마다 서울 종로와 충무로 등의 개봉관에는 성룡 등 중국 톱스타 영화들이 앞다퉈 걸렸고 매표구 앞에는 장사진을 쳤다. '황비홍' 시리즈를 수입했던 영화사가 뜻밖의 대히트로 거금을 벌이는 등 1970, 80년대 한국 극장가의 히어로는 중국 톱스타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다양한 소재의 웰 메이드 한국영화들이 쏟아지면서 진부한 중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그 위력을 더하면서 중국 톱스타들의 입지는 좁아질수 밖에 없었다. 성룡과 이연걸, 두 걸출한 스타의 반격으로 2년3개월여만에 흥행 정상을 찾은 중국영화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걷게될 지가 궁금하다. mcgwri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