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 수고했다". 팀의 패배에도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SK는 지난달 30일 대전 한화전에서 2-6으로 패했다. 시즌 6패째. 올 시즌 두 번째 8연승이 저지되는 순간이었다. 또 역대 월간 최다승 기록 달성도 타이(19승)에 그쳐 아쉬웠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그동안 엄격함과 쓴소리로 선수들을 긴장시킨 것과는 달리 고마움으로 4월을 돌아봤다. 김 감독은 "4월 동안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 만족한다"며 "정말 수고했다"고 칭찬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SK는 4월 종횡무진이었다. 두 번의 7연승과 한 번의 5연승으로 시즌 20승 고지를 가장 먼저 밟았다. 역대 최단경기 20승 고지를 밟은 지난 2000년 현대와 나란히 하는 성적표다. 20승 6패를 거두며 승수와 패수의 차이에서 '+13'을 거뒀다. 이는 정규시즌 1위를 달성한 지난 시즌의 26경기 성적(15승 9패 2무)과 비교해 두 배가 넘는 여유를 가져다 준 수치다. 선발진은 쿠비얀이 퇴출된 공백을 느끼지 않게 해줄 정도로 제 임무를 충실히 해줬다. 김광현과 채병룡이 성장했고 한국야구 2년차 레이번은 보다 안정적인 모습으로 신뢰를 줬다. 송은범, 김원형은 중간과 선발을 오가면서도 제 역할을 충분히 담당했다. 조웅천, 정대현으로 대표되는 중간-마무리는 극강의 모습을 보여줬다. 타자들도 마찬가지 멀티포지션과 플래툰 시스템의 적응을 위해 전지훈련에서 실시한 지옥훈련을 잘 견뎌냈다. 베테랑들과 젊은 선수들은 잡음없이 팀 화합을 만들었다. 이런 선수들의 노고를 옆에서 묵묵히 지켜 본 김 감독은 그들의 땀과 노력을 헛되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 더 매진하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또 김 감독은 이날 패배에 대해 "두 번의 만루찬스에서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면서도 "내가 투수, 선수 교체 타이밍을 미스했다"며 선수들을 감싸안았다. 4월 16일 문학 삼성전에 이어 또 한 번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것이다. 당시 SK는 7-6으로 이기긴 했지만 9회에만 5점을 내줘 경기 막판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24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도 김 감독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 적이 있다. SK는 1차전이었던 23일 3-6 패배에 이어 2차전에서도 패해 홈에서 2연패를 당했다. 당시 김 감독은 "선수들은 잘했는데 벤치가 잘못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이 있은 후 SK는 거짓말같은 4연승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결국 김 감독의 엄격한 상과 벌은 SK 시즌 초반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letmeout@osen.co.kr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