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준의 e스포츠 엿보기] '도깨비팀' STX, 광안리행 위해 풀어야 할 숙제
OSEN 기자
발행 2008.05.01 15: 40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고.' 최근 들어 STX 김은동 감독의 표정은 종잡을 수 없다. 얼핏보면 웃고 있는 것도 같은데 곰곰 들여다 보면 잔뜩 찡그린 얼굴이다. 어쩔때는 한 쪽으로는 웃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는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물론 김은동 감독의 얼굴에 바람 잘날이 없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요즘 STX는 2008시즌 최고의 도깨비 팀으로 불리고 있다. 승리할 때는 3-0, 3-1의 완승을 거두지만 패할때는 어김없이 0-3 완패다. 1-3 패배도 있었지만 2, 3, 4세트를 내리 패하며 내준 경기. 지난 4월 30일 SK텔레콤과의 경기를 다시 짚어 보자. 선봉 김구현은 초반 연속된 드롭 실패로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또 고인규에게 몰래 확장기지를 뒤늦게 파악하며 경기를 내주는 듯 했다. 하지만 승부는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틈이 없는 듯한 본진을 2개의 셔틀 드롭으로 연속 강타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고 끝내는 역전을 거뒀다. 2, 3, 4세트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었다. 특히 3, 4세트는 활발한 공격으로 손쉽게 승리를 따낼 수 있었지만 뒷심 부족과 순간적인 판단 실수로 경기를 그르치며 1-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비록 지기는 했지만 예전과는 달라진 STX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경기였다. 최근 SK텔레콤서 박성준이 이적하면서 팀의 무게감이 달라졌고, 2진이었던 김민제 최연식 이철민이 치고 올라오며 짜임새를 갖췄다. 3승 3패 득실 +0으로 5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약체로 평가받던 시절과 비교하면 진영수 김구현 김윤환으로 이어지는 원투쓰리펀치와 2진급 선수들의 기량 발전이 반영된 것. 또 적극적인 신예 기용으로 두 번의 3-0 승리와 한 번의 3-1 승리를 거둔 김은동 감독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STX의 앞 길은 탄탄대로일까. 역시 지난 4월 30일 경기를 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3세트 팀플레이서 저그 테란 조합이지만 1시와 3시에 위치해 지리적인 이점을 끼고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호흡 미스로 무릎을 꿇었다. 특히 4세트 진영수가 상대 본진을 점거하고도 역전패 당한 것은 너무나 뼈 아팠다. 즉 3, 4세트 패배는 김은동 감독이 최근 선수단 기량이 보기 좋게 좋아졌지만 웃지 못하고 "결정적인 순간 항상 부족해요. 딱딱하기만 할 뿐 부드럽지 못하다"며 안타까워 했던 점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만약 승리했다면 STX는 2연승을 달리면서 단독 3위로 뛰어오를 수 있었다. 안정권에 들어설 수 있는 대목에서 집중력 부족과 벤치와 선수간의 호흡이 안 맞아 스스로 밥통을 차버리고 말았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로 경기를 그르치는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오는 5월 박성준과 박정욱 등 든든한 지원병력이 가세하고 숙소와 연습실 이전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구는 STX가 광안리행의 꿈을 부풀리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는 아직 많아 보인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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