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마무리투수 수난시대가 도래했다. 8개 구단 주전 마무리투수 중 유일하게 블론세이브가 없었던 SK 정대현마저 지난 1일 대전 한화전에서 9회말 2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동점을 허용하며 경기를 연장전으로 경기를 몰아갔다. 8개 구단 전체의 블론세이브는 정확히 20개로 5.5경기에 1개꼴로 블론세이브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전체 페넌트레이스에서 6.7경기에 1개꼴로 블론세이브가 나온 것을 감안할 때 급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마무리투수 불신시대. 하지만 감독들의 마무리투수들에 대한 대처와 방안도 저마다 다르다. 삼성 오승환 삼성 오승환은 지난달 25일 사직 롯데전에서 9회초 역전에 성공한 팀의 1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조성환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무너졌다. 시즌 첫 패이자 블론세이브였다. 하지만 오승환에 대한 선동렬 감독의 믿음은 강철로 끝없이 두들겨도 깨지지 않을 만큼 단단하다. 선 감독은 “블론세이브는 빨리 잊어야한다. 아니면 다음 경기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바로 다음 경기에서 롯데를 상대로 세이브를 따내며 만회했다. 블론세이브 후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오승환의 승부욕은 강하다. 13경기에서 1패8세이브 방어율 2.38 WHIP 0.79. 그래도 오승환은 오승환이다. 선 감독이 믿을 수밖에 없는 듬직함이다. SK 정대현 오승환과 쌍벽을 이루고 있는 SK 정대현도 까다롭기로 소문난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무한 신뢰를 받고 있다. 정대현은 지난 1일 대전 한화전에서 2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동점을 허용, 승부를 연장으로 가져가는 빌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볼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커브가 안 좋았는데 그렇게 됐다. 하지만 얻어 맞을 때도 있는 게 투수다. 블론세이브를 할 수도 있다. 계속해 믿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오승환은 한국시리즈 2연패 우승팀 마무리투수이며 정대현도 지난해 우승팀 마무리다. 15경기 2승8세이브 방어율 2.65 WHIP 1.35. WHIP 수치가 높지만 득점권 피안타율(0.160)에서 나타나듯 위기관리능력은 여전하다. LG 우규민 LG 우규민은 사정이 조금 갑갑하다. 지난해 무려 13개의 블론세이브를 저지르며 위기 상황에서 움츠러드는 기색이 역력한 우규민은 여전히 자신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15경기에서 1승2패7세이브. 방어율(3.65)과 WHIP(1.38) 모두 마무리투수로는 낙제점이다. 하지만 김재박 감독은 “지금 우리팀에서 우규민만한 마무리투수는 없다. 변화구가 부족해서 그렇지 경험만 조금 더 쌓는다면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변함없이 우규민을 믿고 지지했다. 불안한 모습을 많이 노출하고 있지만, 그래도 우규민은 리그에서 터프세이브(5개)가 가장 많은 투수다. LG는 우규민의 마땅한 대안이 없고, 김재박 감독도 그저 믿을 수밖에 없다. KIA 한기주 KIA 한기주는 ‘개점휴업’ 상태다. 올 시즌 9경기에서 1패5세이브 방어율 3.12 WHIP 1.27을 기록하고 있다. 마무리 불신시대에서는 썩 나쁘지 않은 성적. 하지만 지난달 22일 광주 우리전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로 세이브를 거둔 후 마운드에서 사라졌다. 오른쪽 어깨 피로 증상이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이미 이전부터 한기주는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잃은 상황이었다. 조범현 감독은 “(한)기주는 컨디션이 좋은 상황에서도 욕심을 부린다. 신중하게 하나하나 경기에 대한 부분을 읽어가며 던져야한다”고 지적했다. 조 감독은 유동훈과 임준혁으로 뒷문을 꾸리고 있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유동훈의 블론세이브는 벌써 2개다. 조 감독의 시름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롯데 임경완 롯데 임경완은 연예인 야구단 조마조마를 연상시키는 피칭으로 부산팬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올 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 마무리투수라는 중책을 맡은 임경완은 그러나 13경기에서 1승1패4세이브 방어율 4.76 WHIP 1.50으로 불안불안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임경완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로이스터 감독은 지난달 30일 사직 LG전에서 임경완이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블론세이브를 저지른 것에 대해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 그는 이전 박빙의 상황에서도 잘해왔기에 우리팀 마무리로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유효기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른다. ‘광속구’ 최대성은 2군 경기에서 159km를 기록했다. 두산 정재훈 정재훈을 바라보는 두산 김경문 감독의 심정은 참으로 복잡하다. ‘무늬만 마무리투수’일뿐 실질적으로는 임태훈과 이재우가 승부처에서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재훈은 믿음을 잃었다. 올 시즌에도 성적이 좋지 못하다. 9경기에서 4세이브를 올렸지만 블론세이브가 하나 있다. 방어율(4.50)·WHIP(1.35) 모두 실망스럽다. 김경문 감독은 정재훈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난감해 한다. 김 감독은 “어떻게 답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감독이 자기팀 선수를 못한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올 시즌 정재훈은 특유의 ⅓이닝을 4차례나 던졌다. 6일 만에 등판한 지난 1일 잠실 KIA전에서 1이닝을 던졌으나 세이브 조건은 아니었다. 한화 토마스 한화 외국인선수 브래드 토마스는 꿋꿋하게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시즌 초반 부진을 보이다 차차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불안한 기색을 지우지는 못했다. 최고 150km에 이르는 구위는 위력적이지만 연장이 가는 경기마다 한끗 차이로 무너지길 반복하고 있다. 14경기에서 1승3패3세이브 방어율 4.60 WHIP 1.53. 그럼에도 김인식 감독은 토마스를 승부처 때마다 마운드에 올리고 있다. 무조건 믿고 있다. 이제는 토마스가 답할 차례다. 김 감독처럼 외국인선수를 오래 믿는 감독은 흔치 않다. 토마스는 “구장마다 마운드 높이가 달라 적응하느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익숙해질 법한 대전 홈경기에서도 토마스는 2패 방어율 4.91로 부진하다. 우리 전준호 우리 히어로즈 이광환 감독은 3~4월 내내 “마무리가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이 감독은 고졸신인 김성현을 최소 6월까지는 중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개막 후 6일도 지나지 않아 김성현은 마무리에서 낙마했다. 이후 송신영을 비롯해 조용훈-노환수-박준수 등이 번갈아가며 뒷문을 맡았지만, 강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처럼 불안했다. 히어로즈는 올 시즌 역전패가 10패로 가장 많다. 7회 이후 역전패가 무려 6패나 된다. 연일 계속된 역전패에 쓴웃음을 짓던 이 감독은 전준호가 복귀한 후 어느 정도 안심하고 있다. 전준호는 10경기 3세이브 방어율 1.86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WHIP(1.76), 승계주자 실점률(50.0%) 모두 높다. 당분간 이 감독은 전준호를 믿기로 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