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진정으로 강해지려면…'도루저지와 팀배팅'
OSEN 기자
발행 2008.05.02 08: 43

[OSEN=이상학 객원기자] “우리가 조금 모자랐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잘 싸웠지만, 힘 싸움에서 미세한 열세를 실감했다. 한화는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대전구장에서 SK와의 올 시즌 첫 3연전에서 1승2패를 기록했다. SK를 상대로 1승을 거둔 경기가 8연승을 저지한 경기였다는 점은 그래도 큰 의미를 지니지만 ‘위닝’ 시리즈를 잡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다. SK와 3연전 전까지 12경기에서 10승2패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한화의 상승세도 일단 한풀 꺾였다.
김인식 감독은 독주 체제를 굳힌 SK와의 3연전이 팀 전력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한 판이라고 판단했다. 김 감독의 의도대로 한화는 SK를 상대로 그동안 감춰진 약점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전력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 아닌 기회를 얻었다.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11회 연장승부 접전 패한 끝에 패한 후 김인식 감독은 “잘 싸웠는데 우리가 조금 모자랐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3연전 전체를 아우른 총평이나 다름없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역시 도루 저지였다. 3연전에서 한화는 SK에 도루를 무려 8개나 허용했다. 도루 저지는 1차례밖에 없었다. 도루저지율이 1할1푼1리에 불과했다. 특히 박재상은 무려 4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한화 배터리를 농락했다. 한화는 올 시즌 도루저지율이 2할8푼6리로 우리 히어로즈(0.300)를 제치고 리그 최하위로 떨어졌다. 도루 저지 실패의 화살들이 모두 주전포수 신경현에게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도루 저지는 투수의 빠른 퀵모션과 포수의 정확한 송구 그리고 내야수의 유연한 태그라는 삼박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투수의 퀵모션이 중요하다. 투수가 주자에게 타이밍을 빼앗기면 승부는 거기서 바로 끝난다. 한화 투수들은 대체로 퀵모션이 느리다. 젊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베테랑들도 마찬가지다. 한화의 한 관계자는 이를 “한화의 오랜 전통이다. 주자에게 도루를 허용해도 타자와의 승부에 전념하는 것이 선배들로부터 내려온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야구도 변했다. SK 선수들은 3연전에서 딱 2차례를 제외하곤 그린라이트로 베이스를 마구 훔쳐댔다.
타자들의 팀 배팅 강화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인식 감독은 “볼넷이 필요할 때 볼넷으로 나가주는 것이 필요한데 하나같이 너무 큰 것만 치려고 하고 있다. 진정으로 팀이 강해지려면 이런 작은 부분들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덕 클락-김태균-이범호-김태완으로 이어지는 한화의 3~6번 라인은 이미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너도 나도 큰 스윙을 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실제로 지난 26년간 팀 홈런 1위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경우도 단 7차례밖에 되지 않는다. 홈런만이 능사는 아니다. 지난해부터 한화는 점수 짜내기 승부에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 역시 아직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했다. 올 시즌 한화는 팀 희생타도 14개로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다. “4번 타자는 4번 타자답게, 9번 타자는 9번 타자답게 각자 타순에 맞게 타격해야 한다”는 주장 김민재의 말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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