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의 까칠한 연예]MBC 일일극 '아현동 마님'에는 임성한 작가의 뚝심이 담겨 있다. 작가의 입장에서는 소신이자 뚝심이지만 시청자의 눈에는 옹고집으로 비친다. 그래서일까. 불협화음이 도대체 끊이질 않는 게 9일 종영을 앞둔 '아현동 마님'이다. 작가와 시청자 사이의 마지막 신경전은 극중 동서간의 존대말 시비를 놓고 진행중이다. 손아랫동서 시향(왕희지 분)과 손윗동서 숙영(김혜은 분)은 14살 차. 4살 연하남 검사 후배와 결혼한 시향의 나이가 더 많다. 처음부터 갈등이 예상됐던 부분이고 통속적인 일일 드라마에서 나무랄수만은 없는 구조다. 극중 등장인물들의 가족 관계를 파격적으로 비비꼬는 게 특기인 임 작가 작품답다. 그러나 마냥 늘어지는 갈등 전개와 1980년대 드라마를 보는 듯한 시대착오 구성은 문제다. 급기야 이날 방송에서는 숙영이 시어머니 사비나(이보희 분)와 시할머니 박부자(최선자 분)가 있는 안방으로 시향을 불러 '서로 존대를 하잔다'는 손아랫동서의 주장을 함께 따지는 장면이 나왔다. 나이가 한참 위인 검사 며느리는 분해서 고개를 수그리고, "서로 존대를 하니 가족같지가 않다"는 할머니의 지원 사격에 숙영은 기세등등했다. 덧붙여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인데 나이 네 살 많다고 서방님한테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 시향에게 쏘아붙였다. 방송이 나간 뒤 드라마의 시청자게시판은 온통 비난 글과 불만 글로 가득찼다. 한 때 작가의 '무한도전' 간접 비난으로 젊은 층으로부터 악플 도배를 받았던 것과 달리, 글 내용들을 보면 주 시청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임 작가는 일일드라마의 주요 시청자 층이 40~60대 여성들이고 이들만 잡고가면 시청률 확보에 문제없을 것이라는 확신에만 너무 얽매여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몸 가꾸기와 자기 인생을 사는데도 열심인 요즘 40~60대 여성들이 예전의 아줌마, 할머니들과는 완전히 다른 인류라는 사실을 놓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남자는 하늘이고 땅'이며 '할아버지 뻘이라도 촌수가 아래면 하대를 들으라'는 대사들에 욕하고 짜증을 낼지언정, 옛날 어른들처럼 "저런 몹쓸 것들" "어이구 저걸 어째" 추임새에 무릎을 치는 반응을 기대하기란 무리다. 무리. 임 작가의 '아현동 마님'은 9일 예정보다 일찍 막을 내린다. 임 작가가 장기 집필에 따른 피로 누적을 이유로 조기 종영을 요청한 까닭이다. 시청률 20%대를 유지하는 드라마가 과연 그 정도의 이유로 문을 닫는걸까? 톱 클래스의 프로 작가가 단순히 손가락 관절에 통증을 느껴서 드라마를 빨리 끝내달라고 했다니 선뜻 믿기지 않는다. 그 보다는 '아현동 마님'에 쏟아진 숱한 비난들에 마음이 상한게 아닐까 싶고 그 비난은 작가 자신이 자초한 부분도 상당하다. 일일드라마의 인기(시청률)는 시청자들의 욕을 먹으며 쑥쑥 자란다는 방송가 속설이 있다. 하지만 악역 캐릭터를 향한 미움과 드라마 자체에 대한 원성은 의미가 다르다. 겹사돈 소재의 ‘보고 또 보고’(1998년) 마지막회에서 57.3% 시청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온달 왕자들’ ‘왕꽃 선녀님’ ‘인어 아가씨’ 등 연달아 히트작을 냈던 임 작가가 '아현동 마님'에서 만큼은 시청자 반응을 잘못 읽지않았나 싶다. [OSEN 연예부장]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