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마저 무릎을 꿇었다.
SK는 지난 1일 막을 내린 한화와의 3연전에서 2승 1패로 우세를 보였다. 시즌 승률은 21승 6패로 승수와 패수를 무려 '+15'까지 불렸다. 최악의 경우 15연패를 하더라도 5할 승률을 맞출 수 있다.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 27경기에서 '+7(16승 9패 2무)'이었던 것과 비교해봐도 SK의 독주 페이스가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이번 3연전에 앞선 12경기에서 10승 2패의 성적으로 무섭게 상승세를 탔던 한화도 SK 앞에서는 비상하던 날개를 살포시 접어야 했다.
이번 3연전은 한화의 만만치 않은 전력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보다 SK가 왜 초강세를 계속 이어올 수 있었는지 확연하게 드러난 세 경기였다.
SK의 승리 요인은 굴곡을 거듭할 수 밖에 없는 투수들과 타자들의 리듬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또 공격과 수비가 절묘하게 떨어졌기도 하다.
SK가 8-4로 이긴 1차전은 좌완 중간계투 가득염이 불안했다. 그러나 선발진의 호투와 타선의 폭발로 이겨냈다. 채병룡이 8이닝을 혼자 책임졌고 타자들은 13안타로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8-1의 큰 점수차를 업고 9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가득염은 3점 홈런을 맞았다. 윤길현까지 투입돼서야 경기는 종료됐다. 가득염은 지난 16일 문학 삼성전에서 양준혁에게 맞은 만루포로 시즌 첫 실점했다. 지난 25일 문학 KIA전에서도 3실점해 좋지 않았다.
그러나 가득염 본인은 "몸은 괜찮다. 공이 몰렸을 뿐이다. 그런 날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의연한 표정이었다. 정말 가득염은 30일과 1일 경기에 연속 투입돼 실점없이 임무를 마쳤다.
2차전은 SK의 완패였다. 선발이 일찍 무너진 때문이다. 타선은 찬스에서 상대 에이스 류현진 공략에 번번이 실패했다. 중견수 김강민의 악송구 실수가 나오는 등 수비진의 부진도 한 원인이었다.
연장 11회까지 가는 혈투를 치른 3차전은 마무리가 문제였다. 4-2로 앞선 상태에서 나선 정대현이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박재상의 극적인 2타점 결승타가 SK를 살렸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SK는 투수가 부진할 때 타선이 터져줬다. 반면 타선이 약세를 보일 때는 투수진이 든든하게 버텨줬다. 투수진도 쪼개보면 선발이 많은 이닝을 소화할 때는 중간이나 마무리가 충분하게 휴식을 취해 다음날 경기에 대비할 수 있었다.
SK의 상승세는 어느 한 부분이 특출나거나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은 아니다. 바로 상호 유기적인 보완 작용을 통해 효율성의 극대치를 뽑아내고 있는 느낌이다. 여기에 개인적인 심리상태까지 적절하게 반영돼 가미될 경우 당분간 SK를 압도할 수 있는 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 스스로 잘 해주고 있다", "생각지도 않은 승리였다" 등의 경기 후 소감을 밝히며 만족감을 표현하고 있다.
사실상 독주체제를 갖춘 SK가 오는 3일부터 열리는 9연전에서도 이런 밸런스를 유지하느냐에 따라 올 시즌 프로야구 전체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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