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5월의 과제, '큰 것을 줄여라'
OSEN 기자
발행 2008.05.03 04: 36

[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박찬호(35.LA 다저스)는 자신의 소망대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비록 패전처리에 가까운 롱릴리프이지만 당당한 25인 로스터의 일원에 포함돼 있다. 박찬호는 지난 겨울 다저스와 입단 당시 '5월15일까지 메이저리그에 올라서지 못하면 팀을 떠날 수 있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했다. 만약을 대비한 안전책 성격이 짙다. 그러나 이 조항은 개막 직후 곧바로 빅리그의 부름을 받으면서 사문화됐다. 이미 메이저리거 신분을 확보한 만큼 다저스가 양보할 것은 더 이상 없다. 오히려 개인의 요청으로 팀을 떠난 선수는 따로 있다. 베테랑 좌완 마이크 마이어스는 지난달 말 방출 요청이 받아들여져 FA 자격을 취득했다. 마이어스는 박찬호와 마찬가지로 마이너리그 계약에 초청선수로 다저스에 입단했지만 개막전 로스터 승격이 좌절된 데다 4월 한 달간 구단이 자신을 부르지 않아 다저스와의 인연을 접기로 했다. 트리플A 라스베이거스에서 10경기에 나선 그는 1승1패 방어율 3.38을 기록했다. 스스로의 힘으로 구단을 떠날 가능성이 사라진 이상 박찬호는 죽으나 사나 다저스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팀이 그를 트레이드카드로 쓰지 않는 한 시즌 끝까지 박찬호의 보류권은 구단에 귀속된다. 트레이드도 쉽지 않다. 30대 중반의 스윙맨을 얻자고 거래를 시도하는 팀이 있을리 만무하다. 결국 성적으로 팀내 입지를 다지는 수밖에 없다. 8경기(15이닝) 1승 방어율 3.00을 기록한 박찬호의 성적은 준수하다. 내용적으로는 불안한 게 사실이지만 들쭉날쭉한 등판 간격을 감안하면 만족스런 편이다. 그러나 팀내 다른 투수들과 비교해보면 돋보인다고 할 수 없다. 올 시즌 구원으로만 등판한 다저스 투수 5명 가운데 박찬호의 방어율은 4위다. 투수의 성적을 가장 효과적으로 나타내주는 WHIP(1.73)은 가장 좋지 않다. 9이닝당 삼진(2.4개)과 볼넷(9개)도 바닥이다. 득점권 피안타율 '0'(10타수 무안타)이라는 놀라운 지표 덕에 방어율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 박찬호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피홈런이다. 2일(한국시간) 현재 4개를 허용해 팀내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역시 4개를 허용한 구로다 히로키가 37⅔이닝을 소화한 선발투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찬호의 홈런 허용 비율은 눈에 띈다. 내셔널리그 구원 투수 가운데 박찬호는 피홈런 부문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13경기(17⅓이닝) 동안 6개를 얻어맞은 오스카 비야레알(휴스턴) 바로 다음이다. 박찬호는 올 시즌 실점한 4경기 가운데 3경기에서 홈런을 허용했다. 시즌 자책점 5점 가운데 4점을 홈런으로 기록했다. 다행히 허용한 홈런이 모두 솔로포여서 방어율 악화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박찬호의 피홈런은 4월 중순 이후 집중되고 있다. 시즌 첫 등판인 지난달 8일 애리조나전을 제외하면 19일과 애틀랜타전과 22일 신시내티전에서 큰 것 3방을 허용했다. 다만 24일 애리조나전과 26일 콜로라도전에서 합계 4이닝 동안 큰 것을 얻어맞지 않은 점은 고무적이다. 팀내 입지가 탄탄하지 않은 현실상 박찬호의 5월은 매우 중요하다. 다음달이면 1500만 달러짜리 '귀하신 몸' 제이슨 슈미트와 '최고 유망주' 클레이튼 커쇼의 빅리그 승격이 예상됨에 따라 이달 안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때 박찬호의 4월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낮은 탈삼진과 많은 피안타에도 불구하고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5월에는 투구내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모든 투수에게 해당하는 말이지만 구원투수는 무조건 홈런을 맞지 말아야 한다. 길어야 3이닝을 던지는 불펜 투수가 큰 것을 자주 허용한다면 이는 선수 본인은 물론 팀에게도 치명적인 결과로 연결된다. 그래서 구원투수는 큰 것을 억제하는 구위가 생명이다. 투수의 구위는 공스피드가 아닌 탈삼진과 피안타율 그리고 허용한 장타수로 파악하는 게 요즘 메이저리그의 추세다. 박찬호는 지난해에 비해 올 시즌 구위가 살아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이는 통계가 아닌 스카우팅의 관점에 의한 것이다. 타자를 잡아낼 수 있는 구위를 기록으로 나타내는 것은 투수의 몫이다. 박찬호가 결과는 물론 내용에서도 흠잡을 데 없는 투구를 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workhors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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