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정형화된 틀을 깬 1~3번 타순으로 대도약을 노리고 있다. 김경문(50) 감독은 지난 1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고영민(24)이 3번 타순서 살아나야 한다"라며 "고영민이 자주 출루하면서 상대 투수를 흔들고 후속타자들인 김동주(32), 홍성흔(31)에 찬스를 제공한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고영민은 2일 현재 2할9리 2홈런 12타점 8도루에 출루율 3할4푼8리로 다소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대개 3번 타석에는 정확성과 파워를 바탕으로 한 타점 양산능력이 뛰어난 타자를 기용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고영민의 타점 양산 능력이 아닌 출루 및 도루능력에 기대를 모았다. 2번타자로 맹활약하고 있는 김현수(20)와 비교해보면 김 감독의 색다른 작전을 알 수 있다. 김현수는 올시즌 3할9푼6리(1위) 20타점 6도루로 맹활약 중이다. 2번타자 김현수의 역할은 희생번트 없이 안타로 선행주자 이종욱을 홈으로 불러들이거나 득점 찬스에 가깝게 진루시키는 것이다. 타율 3할1푼1리 출루율 3할8푼8리 10도루(공동 4위)를 기록 중인 톱타자 이종욱(28)이 단타로 출루한 후 2루 도루까지 성공시키면 김현수가 굳이 번트를 댈 필요가 없다. 김현수의 득점권 타율은 무려 6할8푼2리(22타수 15안타, 20타점)다. 3번타자 고영민의 역할은 득점력에 직접 불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화력을 갖춘 김현수가 붙인 불에 기름을 붓는 역할이다. 이 작전이 성공하면 다른 팀보다 한 템포 더 빠른 득점 능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중심 타선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이종욱의 기동력과 김현수의 정교함, 고영민의 출루 능력을 바탕으로 기존의 '출루-번트-안타(타점)'이 아닌 '출루-안타(타점)-출루'라는 새로운 공식을 내세운 것이다. 이는 새로운 작전이 아니라 지난 시즌 이미 재미를 봤던 작전이다. 김 감독은 다시 이 작전을 꺼내들고 5월 대도약을 노리고 있다. 전형적인 틀을 깬 두산의 '3인 테이블세터' 작전은 올시즌에도 성공을 노리고 있다. chul@osen.co.kr 이종욱-김현수-고영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