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 1일 대전 SK전은 한화에게 너무 아까운 한 판이었다. 거의 지는 것이나 다름없던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갔지만 결국에는 한끗 차이로 패했다. 한화로서는 시즌 초반처럼 김태균(26)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김태균은 이날 경기 중 불의의 부상으로 교체됐다. 김태균 대신 4번 타자 자리에 들어간 고동진은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특히 4-4 동점이었던 10회말 2사 2루에서 가득염에게 당한 헛스윙 삼짐이 뼈아팠다. 결과론적이지만 만약 김태균이 있었더라면 투수가 교체될 수 있었고, 경기도 달라질 수 있었다. 김태균은 이날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출장했지만, 5회초 수비 때 고동진과 교체돼 덕아웃으로 물러났다. 3회말 공격에서 SK 선발 케니 레이번과의 승부에서 5구째 파울 타구에서 왼쪽 손등에 충격을 받았다.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날 때 김태균은 손등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교체를 요청했다. 다행히 부상이 크지 않아 3일 대구 삼성전부터 시작되는 ‘공포의 9연전’ 출장에는 큰 지장이 없을 전망이다. 한화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4번 타자 김태균이 없는 한화는 심장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입단 첫 해 88경기·289타석에서 20홈런을 몰아치며 신인왕을 차지, 화려하게 데뷔한 김태균은 그때부터 한화의 황태자였다. 입단 3년차였던 2003년에는 31홈런을 터뜨리며 ‘포스트 이승엽’의 길을 걷는 듯했다. 2004~2005년에도 2년 연속 100타점을 기본은 했다. 그러나 동갑내기 이대호(롯데)가 급성장하기 시작한 2006년부터 성장이 멈춘 것은 물론, 퇴보하는 모습을 모여 팬들에게 지탄을 받았다. 기대만큼 홈런을 생산하지 못해 ‘똑딱이’ 타자라는 소리도 들었고, 외야 뜬공 전문 타자라는 조롱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균은 한화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였다. 김태균은 꾸준히 4번 타자 자리를 지켰다.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간 김태균은 16경기밖에 결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아는 법. 김태균은 개막 직전, 불의의 오른쪽 옆구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져야 했다. 부상 사유는 기특하게도 과도한 반복훈련이었지만 팀이 치러야 할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한화는 지난 1986년 빙그레 창단 후 처음으로 개막 5연패로 우울하게 시즌을 시작했다. 김태균은 책임을 통감하며 삭발을 감행했다. 김인식 감독은 개막 5연패 탈출 후 “김태균이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김태균이 돌아온 후 한화는 살아났다. 김태균이 결장한 시즌 첫 6경기에서 1승5패로 시즌을 시작한 한화는 김태균 복귀 후 23경기에서 14승9패를 기록했다. 김태균은 복귀 첫 날부터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다이너마이트 타선에 직접 불을 댕겼다. 김태완도 부담스러운 4번 자리에서 벗어나 6번 타순에서 맘껏 휘둘렀다. 3번 덕 클락은 바로 뒷타자인 김태균을 믿고 방망이를 멋대로 휘두르지 않고 공을 고르며 팀 배팅하고 있다. 김태균의 힘이다. 김인식 감독은 다이너마이트 타선 폭발과 팀 상승세에 대해 “김태균이 부상에서 돌어온 뒤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것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태완도 “태균이형이 들어온 후 6번 타순에서 부담없이 휘두르고 있다. 타점기회도 많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시즌 초반 부상으로 결장할 때 팀에 정말 미안했다. 몸관리를 잘해 팀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아직 옆구리 통증이 경미하게 남아있지만 김태균은 4번 타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 시즌 23경기에서 타율은 2할6푼2리지만 홈런(7개·2위)·타점(23개·3위)은 상위권이다. 특히 홈런포가 눈에 띈다. 이제는 외야 뜬공이 아니라 담장을 넘어가는 뜬공으로 팬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7홈런으로 이 부문 공동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시즌 첫 6경기에 결장한 것을 감안할 때 매우 빠른 페이스. 지난달 27일 대전 두산전에서 역전 끝내기 홈런을 작렬시키고 포효했다. 결승 홈런 2개 포함 올 시즌 결승타가 벌써 5개로 리그 전체에서 가장 가장 많다. 그 어느 때보다 4번 타자다운 역할을 다해내고 있다. 김태균의 존재감은 한화에게 절대적이다. 김태균이 없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은 별명없는 사람처럼 특징없고 재미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