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공격 야구’일까. ‘수비 야구’일까. 공격 야구이니 수비 야구이니 딱부러지게 구분짓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따라 전문가들은 두 가지 중 하나로 판명한다. 대개 번트 등 세밀한 야구 보다는 거포의 한 방 해결과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를 앞세운 ‘빅볼' 스타일은 ‘공격 야구’로, 공격보다 수비를 강조하며 작전을 많이 구사하는 등 ‘스몰볼’을 추구하는 야구를 ‘수비 야구’로 구분한다. 그럼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 4월 돌풍을 일으킨 제리 로이스터(56) 롯데 자이언츠 감독의 야구 스타일은 어느 쪽일까. 현재까지 겉으로 드러난 로이스터 감독의 야구 스타일은 ‘공격 야구’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개막 초반부터 타자들에게는 ‘초구 공략’의 적극적인 공격을 주문하는 한편 투수들에게도 ‘초구 스트라이크’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등 ‘공격 야구’로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여기에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까지 더해 상대를 압박했다. 선발 라인업에 지난 해에 없던 메이저리거 출신 외국인 강타자 카림 가르시아와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조성환이 가세, 로이스터 감독의 ‘공격 야구’에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또 작년보다 향상된 기량을 펼치고 있는 포수 강민호와 예전 기량을 회복해가고 있는 정수근 등이 4번타자 이대호와 어우러지면서 공격력이 한층 좋아진 ‘롯데 야구’를 보여주고 있다. 주포 이대호가 3루수로 전환해 수비 부담이 큰 가운데서도 타점 부문 1위를 마크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가르시아 홈런 공동 2위, 강민호 장타율 2위 등으로 개인 타격 부문에서 롯데 타자들이 두루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팀타율은 2할6푼9리로 우리(0.278)와 SK(0.271)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고 팀홈런도 20개로 한화(31개)에 이어 우리와 함께 공동 2위를 마크하고 있다. 반면 희생타는 16개로 한화(14개)에 이어 2번째로 적다. 그러나 정작 로이스터 감독은 ‘수비 야구’에 집중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로이스터 감독은 최근 “이제는 내외야 수비에 만족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집중적으로 실시한 훈련을 선수들이 이해하고 열심히 따라와줬다”면서 “지금은 어이없는 실수로 게임을 망치는 것보다는 안정된 수비로 승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롯데 선수들의 수비에 만족하고 있음을 밝혔다. 로이스터 감독은 “처음 롯데를 맡아 일본 스프링캠프를 치를 때 이대호, 조성환, 정보명 등 내야수들은 공을 잡는 것이 거칠었다. 내가 할 일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면서 “주위에서는 우리 팀이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시간이 적었다고들 하지만 수비와 주루 플레이에 대해서 만큼은 어느 팀 못지 않게 많은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먼저 수비를 탄탄히 하고 마운드를 안정화하는데 역점을 두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선발진은 작년보다 강해졌다. 마무리 임경완이 아직 불안하지만 계속 기용으로 경험을 쌓게 하며 힘을 주고 있다. 이번 주중 롯데와 LG의 부산 3연전을 지켜본 전 현대 유니콘스 감독인 김시진 KBO 경기감독위원은 “현대 야구의 경향은 수비 야구이다. 수비와 주루 플레이는 많은 훈련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 공격력은 부침이 있지만 안정된 수비를 갖추면 한 순간에 무너지지는 않는다”며 로이스터의 수비를 강조하는 야구에 동의했다. 지난 달 29일 LG전서 8-0으로 완승을 거둔 후 로이스터 감독은 “일시 침체됐던 공격력이 드디어 살아났다”며 기뻐했다. 개막 초반 불같은 공격력을 보이다가 4월 하순들어 주춤했던 공격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인 것에 반가워한 것이다. 로이스터 감독의 말대로 롯데는 30일 9회 역전패의 아픔을 딛고 1일 경기서 정수근의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와 이대호의 맹타(3안타 3타점)를 앞세워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한마디로 로이스터 감독의 야구 색깔을 말한다면 수비를 탄탄히 해서 기초를 닦은 뒤 공격적인 플레이를 주문하는 ‘공수 야구’로 평가할만 하다. 굳이 한 쪽으로 판정한다면 ‘공격 야구’에 가깝다. 물론 로이스터 감독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번트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스몰 볼’ 구사도 밝히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선수들의 공격력을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다. 현재까지는 ‘공격 야구’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로이스터 감독이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