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선의 득점지원' 투수들의 희비쌍곡선
OSEN 기자
발행 2008.05.03 10: 51

[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은 올 시즌에도 무섭게 치고나가고 있다. 하지만 류현진은 겸손했다. “내가 잘했기보다 타자들이 득점을 많이 내줘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는 것이 류현진의 말이다. 류현진의 말은 맞다. 올 시즌 류현진은 9이닝 평균 득점지원이 무려 6.86득점이다. 류현진 선발 5연승의 보이지 않는 힘이다. 그러나 반대로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좀처럼 승수를 쌓지 못하고 있는 불운의 투수도 있다. KIA 윤석민의 이름은 올 시즌에도 불운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되어가고 있다. 타선의 득점지원으로 투수들의 희비도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행복한 투수들 류현진은 지난달 29일 롯데와의 대전 개막전에서 패전투수가 됐다. 5이닝 동안 4실점했고, 팀 타선도 류현진이 마운드를 내려가기 전까지 1점도 뽑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5경기에서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은 류현진이 마운드를 지킨 동안 평균 6.00득점을 냈다. 개막전을 제외한 나머지 5경기에서 평균 득점지원은 무려 7.86득점으로 상승한다. 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하는 득점지원. 류현진이 매번 야수들에게 승리의 공을 돌리는 것도 지나치게 겸손해서만은 아니다. 류현진은 아마 덕 클락에게는 시계를, 김태균에게는 별명을, 이범호에게는 꽃을 선물해야 할 것이다. 롯데 선발투수들도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불펜의 마무리가 조마조마하지만, 팀 타선은 그 어느 때보다 화끈하고 폭발적인 득점지원 사격을 날리고 있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6경기 연속으로 퀄리티 스타트 행진을 벌이고 있는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의 득점지원은 7.34득점이나 된다. 가장 적게 지원한 득점이 지난달 25일 사직 삼성전의 2득점이었다. 장원준은 득점지원이 7.48득점으로 리그 전체에서 가장 높다. 장원준이 훨씬 더 잘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다. 송승준도 역시 평균 6.91득점이라는 화끈한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마티 매클레리도 평균 6.04점의 고득점을 지원받고 있다. SK 김광현도 빼놓을 수 없는 행운아다. 김광현은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은 9이닝 평균 7.00득점을 지원받고 있다. 김광현이 2년차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데에는 타선의 든든한 지원사격을 빼놓을 수 없다. 김광현도 지원사격에 걸맞은 화끈한 성적으로 보답하고 있다. 이외에도 제이슨 스코비(우리·6.82득점), 크리스 옥스프링(LG·6.43득점), 웨스 오버뮬러(삼성·5.97득점) 등 외국인 투수들이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 두산에서는 게리 레스(5.12득점)뿐만 아니라 이승학(6.20득점)·김명제(5.79득점) 등 토종 선발 듀오들의 득점지원이 좋은 편이다. 양훈(한화·5.40득점), 채병룡(SK·5.34득점), 전병두(KIA·5.25득점) 등도 본인들만 잘하면 되는 투수들이다. 불운한 투수들 지난해 3점대(3.78) 방어율로 리그 최다패(18패) 투수가 된 윤석민. 올 시즌에도 그는 겉으고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다. 올 시즌 윤석민의 9이닝 평균 득점지원은 3.54득점이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가장 적었던 지난해(2.20점)보다는 조금 나아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느닷없이 8득점을 지원받은 지난달 5일 대전 한화전의 기록을 제거한다면 9이닝 평균 득점지원은 공교롭게도 지난해와 똑같은 2.20득점으로 뚝 떨어진다. KIA의 팀 순위는 2년 연속 최하위에서 제자리걸음 중이고 KIA 타자들의 윤석민에 대한 득점지원도 2.20득점에서 0.1점도 올라가지 않은 것이다. KIA 타자들은 올해도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윤석민 앞에서는 더 숙인다. 그래도 윤석민은 외롭지 않다. 득점지원 부재라는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선배들과 말이 많아 정신없는 외국인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28승 투수 서재응은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 평균 4.21득점을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시즌 첫 2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에도 불구하고 1패만 떠안았다. 부상 불운의 대명사 이대진은 득점지원 불운의 대명사로 영역을 넓힐 조짐이다. 3경기에 선발등판한 이대진은 2점밖에 지원받지 못했다. 9이닝 평균 득점지원은 1.23점. 메이저리그 89승에 빛나는 호세 리마도 굉장히 불운했다. 리마가 마운드를 지킨 23이닝 동안 KIA 타선은 겨우 5점밖에 뽑아내지 못했다. 9이닝 평균 득점지원은 1.96득점에 불과하다. SK 케니 레이번은 퀄리티 스타트를 4차례 작성했지만 선발승은 1승뿐이다. 지난해 득점지원이 높은 편이었던 레이번은 올 시즌 평균 3.52득점밖에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두산 맷 랜들도 득점지원이 3.09득점으로 영 미덥지 못하다. 삼성의 돌아온 에이스 배영수도 평균 3.34득점으로 2005~2006년 못지않은 불운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히어로즈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마일영 역시 승보다 패가 많은 이유가 바로 빈약한 득점지원(3.41)이다. 하지만 이 선수 앞에서는 모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바로 롯데 이용훈이다. 4차례 선발등판에서 최소 5이닝 2자책점으로 호투했지만, 득점지원은 0.86점밖에 되지 않는다. 1점도 주지 않아야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 이용훈은 매경기 2실점씩 했다. 그 뜨거운 롯데 타선이 이용훈이 나오는 경기에서만 침묵했다. 역시 롯데는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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