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개그맨이자 MC인 이경규(47)가 쓴 잔을 마셨다. 그의 아이디어와 주도로 탄생했던 SBS TV 주말 예능 프로그램 '라인업'을 닫으면서다. TNS코리아 조사결과, '라인업'는 3일 마지막 방송에서 전국시청률 2.9%를 기록했다. 토요일 오후 6시35분에 방송되는 황금 시간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최악의 시청률이다. 말그대로 종영하는 날 '애국가 시청률'(방송가에서 최저 시청률을 빗대는 말)이 나왔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이날 전체적인 TV 시청률 자체가 저조했다. 최장 5일 연휴의 한복판인데다 날씨도 맑았다. TV 앞에 있기 보다는 가족 나들이를 하기에 '딱' 이었다. 또 SBS의 조급증이 '라인업'에서의 시청자 이탈을 가속화 했다. SBS는 '라인업' 방송 전부터 최고 인기의 MBC '무한도전'을 곧 따라잡을 것처럼 호언장담하더니 올해 초 일찌감치 포기를 선언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안되서 문을 닫겠다'고 주인이 포기한 프로그램을 챙겨볼 이유가 없는 셈. '무한도전'이 한자릿수 저조한 시청률 속에 2년 가까이 갖가지 시행착오와 멤버교체, 포맷 변화 등으로 공을 들였던 노력은 무시하고 달콤한 과실만 바라봤다. 셋째는 현역 MC들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이경규 자신이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다. 그를 인기 MC로 만든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몰래카메라’ 코너가 많은 논란 끝에 막을 내린 후로는, 이경규란 브랜드 네임을 갖고서 대박난 프로를 찾을 수 없다. 최근 '간다투어'로 '일밤'에 복귀했지만 아직 별다른 반응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 오랫동안 그의 인기를 뒷받침했던 노련한 진행과 후배 개그맨이나 MC들을 향한 호통개그, 탄탄한 게스트를 보장하는 연예계 라인 등이 시청자들에게 오히려 식상함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중이다. ‘라인업’은 마지막 방송에서 멤버들의 이별 MT 에피소드를 내보냈다. ‘세상의 중심에서 라인업을 외치다’는 주제로 양평의 한 펜션에서 8명 라인업 멤버들이 그 동안 아껴뒀던 장기자랑을 보여줬다. 여기에 ‘격동 30회 라인업 다이어리’에서는 1회부터 29회까지의 방송들을 되새겨보며 멤버들끼리 가장 기억나는 장면들을 얘기했다. 초기 멤버였던 개그맨 이동엽과 이광채, 고영욱 등도 가세해 이별의 아쉬움을 함께 나눴다. 그러나 '라인업'의 운명은 여기까지. 30회를 끝으로 '무한도전' 타도를 외쳐던 '라인업'은 변변한 싸움 한번 걸어보지 못한채 막을 내렸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