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 류현진과 SK 김광현이 동반 비상하고 있다. 류현진은 3년 연속 괴물스러운 활약을 펼치고 있고 김광현도 하루가 다르게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김광현은 벌써 6승을 거두며 다승 부문 단독선두로 뛰어올랐고 5승의 류현진이 바로 뒤를 쫓고 있다. 이 두 괴물에게는 가장 큰 공통점이 있다. 바로 위기관리능력이다. 류현진은 이제 위기 상황에서도 자유자재로 위기를 넘길 수준이 됐고, 김광현도 구위가 안 좋아도 경기를 풀어나가는 법을 깨달았다. 롯데 손민한은 “투수라면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투수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위기관리능력은 그래서 중요하다. 득점권 피안타율을 바탕으로 위기에 강한 투수들을 살펴본다. SK, 위기에 강하다 지난해 김광현이 잘 던진 경기는 대부분 압도적인 경기였다. 특별한 위기를 맞지 않고, 위력적인 피칭으로 마운드를 내려가기 전까지 완벽하게 피칭했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이 대표적이었다. 당시 경기에서 김광현은 단 한 차례도 득점권 상황까지 몰리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 김광현은 득점권 위기가 잦은 편이다. 지난해라면 일찍 무너지고도 남았지만 올 시즌에는 확 달라졌다. 39차례 득점권에서 안타 5개, 볼넷 4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득점권 피안타율이 1할4푼3리밖에 되지 않는다. 득점권에서 ‘최고의 특효약’ 탈삼진 능력이 빛을 발했다. 김광현은 탈삼진 1위(39개)다. 김성근 감독도 “위기관리능력이 많이 향상됐다”고 칭찬할 정도다. 하지만 적어도 SK에서라면 김광현 정도의 위기관리능력도 애교 수준이다. 외국인 에이스 케니 레이번은 득점권 피안타율이 1할3리에 불과하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설렁 던지지만,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무섭게 돌변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선수가 채병룡이다. 21차례 득점권 위기에서 볼넷 2개만 내줬다. 득점권 피안타율 제로다. 김성근 감독이 채병룡을 신임하는 결정적 이유 중 하나다. 채병룡과 함께 조웅천도 12차례 득점권 위기에서 볼넷만 하나 허용했을 뿐 피안타율은 제로이고, 정대현도 1할2푼9리밖에 되지 않는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조웅천·정대현은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정말 잘 던진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외에도 윤길현(0.182)·김원형(0.214)·정우람(0.250) 등이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안정된 피칭을 펼쳤다. SK 투수진의 팀 득점권 피안타율은 불과 2할5리밖에 되지 않는다. 8개 구단 전체 리그 평균 득점권 피안타율이 2할7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SK 투수들이 얼마나 위기에서 효과적인 피칭을 했는지 알 수 있다. ‘SK의 유일한 오점’ 다윈 쿠비얀의 기록을 삭제하면, 팀 득점권 피안타율은 1할8푼7리까지 내려간다. 이미 퇴출된 쿠비얀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7할1푼4리로 매우 형편없었다. 위기에 강한 남자들 ‘괴물 에이스’ 류현진은 팀 선배 구대성의 전설처럼 득점권 위기를 마치 즐기는듯한 인상을 풍길 정도로 노련하다. 올 시즌 33차례 득점권 위기에서 볼넷 7개를 내줬지만 안타는 3개밖에 맞지 않았다. 득점권 피안타율은 1할1푼5리.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채병룡 다음으로 뛰어나다. 류현진은 같은 득점권 위기에서도 삼진을 잡을 때에는 삼진을 잡고, 내야 땅볼로 병살타를 유도해낼 정도로 다양한 ‘위기 극복’ 콜렉션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있다. 삼진을 잡으러 들어갈 때에는 우타자 기준으로 바깥쪽으로 흘러가며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즐겨 쓰고 있고, 낮게 제구되는 직구와 체인지업으로 승부하고 있다. 참 대단한 투수다. 외국인 투수 중에서는 두산 맷 랜들이 단연 돋보인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SK 김성근 감독은 랜들의 위기관리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까다롭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어느덧 한국무대 데뷔 4년차가 된 랜들은 특유의 지능적인 피칭으로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 38차례 득점권 위기에서 안타·볼넷을 단 2개씩만 맞았다. 득점권 피안타율은 1할1푼8리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에서 전체 3위에 해당하는 수치. 이외 삼성 배영수가 부상 후유증으로 제 구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득점권 피안타율 1할3푼으로 위기관리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우리 히어로즈 마일영도 득점권 피안타율이 겨우 1할6푼1리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 득점권에서 강해야 하는 투수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투입될지 모르는 구원투수들이다. 구원투수들은 득점권 상황에서 등판해 막아야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다. 득점권 피안타율 제로인 조웅천을 필두로 한 SK 투수들은 그래서 더욱 빛난다. SK 투수들을 제외하면 LG 정재복이 가장 뛰어나다. 정재복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고작 5푼8리. 안타를 하나밖에 맞지 않았다. 이외에도 두산 이재우(0.091), 롯데 배장호(0.111)· LG 정찬헌(0.125), 한화 최영필(0.143), KIA 유동훈(0.176), 한화 안영명(0.188) 등이 위기에 강하다. 위기에 약한 남자들 위기에 강한 투수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투수들도 많다. LG는 선발투수 중에서 실질적인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는 크리스 옥스프링(0.185)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발들이 위기에서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최원호(0.429)·박명환(0.414)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무려 4할대다. 한국식 억양으로 부르면 불화(火)자가 이름을 장식하는 제이미 브라운도 득점권 피안타율이 무려 4할6푼4리다. 옥스프링과 원투펀치로 자리잡은 봉중근마저 득점권 피안타율이 무려 3할7푼5리로 득점권에서는 미미한 투수가 되고 말았다. LG는 팀 득점권 피안타율이 무려 3할2푼1리나 된다. 위기에 약한 투수들이 많아 위기를 견뎌낼 재간이 없는 상황이다. 삼성 전병호는 득점권 피안타율 6할6푼7리를 마크하고 2군으로 떨어졌다. 20차례 득점권에서 안타만 12개나 얻어맞았다. 팀동료인 이상목도 득점권 피안타율이 4할7푼8리로 매우 높다. 한화에서는 3년차 유원상이 득점권에서 움츠러들었다. 무려 49차례나 득점권 위기를 맞은 유원상은 안타도 14개나 맞았지만 볼넷도 12개나 허용했다. 득점권 피안타율은 3할7푼8리. 두산 김선우도 20차례 득점권에서 안타 9개를 맞으며 피안타율 5할2푼9리로 무너졌다. 롯데 투수들도 비교적 득점권 피안타율이 꽤 높은 편이다. 마티 매클레리(0.317)·장원준(0.308)·송승준(0.303) 모두 3할대다. 손민한(0.250)·이용훈(0.235)이 상대적으로 돋보일 수밖에 없다. 불펜에서도 득점권에서 약한 투수들이 넘친다. 올 시즌 프로야구가 유독 7회 이후 뒤집히는 승부가 많아진 것도 담이 약해진 불펜투수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신인왕에 빛나는 두산 임태훈은 득점권에서 피안타율이 3할2푼을 마크하며 아기곰에서 불곰이 되어버렸다. 한 전문가는 임태훈의 등판이 너무 잦다는 지적을 했지만 임태훈의 2경기 연속등판시 득점권 피안타율은 1할4푼3리밖에 되지 않았다. KIA 좌완 문현정도 득점권 피안타율이 무려 4할4푼4리이고, 롯데 임경완도 득점권 피안타율이 3할1푼3리로 불안함을 노출하고 있다. 한화 브래드 토마스도 득점권 피안타율 3할8리로 ‘파이어이글’이 되어버렸다. LG 우규민도 득점권 피안타율이 2할6푼3리로 높은 편이다. 오승환(삼성)과 한기주(KIA)는 득점권 피안타율이 나란히 3할7푼5리지만 표본이 10회·11회로 적다. 두산 정재훈도 표본은 적지만 득점권 피안타율은 4할이다. /news/html/000/918/677.html">‘김광현 3개부문 단독선두’ SK, 우리 꺾고 홈 9연승 /news/html/000/916/909.html">김성근 "류현진-김광현 대결 재밌겠는데" /news/html/000/916/350.html">공포스러운 류현진, 사상 최고의 괴물 /news/html/000/888/419.html">'완투승' 류현진, 되찾은 괴물 에이스 본색 /news/html/000/918/883.html">‘전력난’ LG, ‘박명환 여파’에 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