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드래곤즈가 지난 3일 광양 전용구장에서 열린 '삼성 하우젠 K리그 2008' 8라운드서 서울과 무승부를 거두며 정규리그 홈 무패 행진을 이어 갔다. 올 시즌 전남은 AFC 챔피언스리그와 정규리그를 병행하면서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겼다. 포항과의 개막전 패배를 시작으로 한동안 승리보다는 패배에 익숙했다. 시즌 초반 핵심 전력들의 줄 부상으로 전력을 유지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고기구와 김치우 그리고 곽태휘의 부상이 그랬다. 그러나 김치우가 돌아오면서 전남은 다시 한 번 도약을 노리고 있다. 김치우는 올 시즌 부상으로 빠진 개막전을 제외하고는 전 경기에 출장했다. 김치우에 대한 박항서 감독의 신뢰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김치우는 박 감독의 신뢰만큼 끊임없이 움직이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더 놀라운 것은 올 시즌 김치우가 자신의 포지션을 바꾸고도 이런 활약을 펼쳤다는 데 있다. 사실 김치우에게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보직은 그리 익숙한 자리가 아니다. 알다시피 김치우는 국가대표 왼쪽 풀백으로 활약으로 활약한 선수였다. 만약 지난 2월 대표팀에 선발됐을 때 숭실대와 연습경기에서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동아시아선수권에서 풀백으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재목이다. 김치우의 포지션 변경은 소속 팀에 쓸 만한 미드필더가 없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박 감독은 고민 끝에 김치우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진시켰고, 김치우는 감독의 주문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 이는 올 시즌 전남이 전력을 재정비한 후 빠른 역습으로 만만치 않은 상대를 무너뜨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김치우는 송정현, 백승민 등과 함께 중원을 장악하며 상대를 제압했다. 김치우다운 성실한 움직임과 날카로운 패스가 본래 포지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있다는 평가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올 시즌 갑작스러운 포지션 변동을 고려한다면 그의 활약은 경이롭다. 그의 이런 활약은 서울전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전남은 포백을 중심으로 빠른 역습을 구사한다. 이른바 단순한 '뻥 축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중원 장악이 필수적인 셈이다. 김치우는 전남의 스타일에 맞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전반에는 상대팀 미드필더 이을용, 이민성을 상대로 중원 장악에 주력했고, 후반에는 특유의 낮게 깔리는 크로스로 팀의 역습을 지휘했다. 올 시즌 전남은 박 감독의 지휘 속에서 새로운 팀으로 태어났다. 지난해처럼 한 골을 넣었다고, 수비로 꽁꽁 묶으며 막는 팀이 아니다. 물론 여기에는 공격으로도 상대 팀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전남의 '연결고리' 김치우가 있다. stylelom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