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우울한 골든위크의 시작이었다. 주니치 드래건스 이병규(34)가 올 시즌 첫 6번 타자로 강등됐다. 29경기 만에 일어난 첫 타순 변동이었다. 오치아이 히로미쓰 감독은 개막전부터 28번째 경기까지 이병규를 3번 타자로 쭉 기용했다. 오치아이 감독은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후쿠도메 고스케의 빈자리를 메워줄 적임자로 이병규라고 판단했다. 오치아이 감독은 이병규를 믿고 밀어줬지만 골든위크 9연전의 시작일이었던 지난 3일 한신전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모리노 마사히코를 3번 타순으로 올리고 이병규를 6번으로 내렸다. 이날 한신전에서 이병규는 삼진 2개와 병살타로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소속팀 주니치도 1-9로 대패, 한신 구단 사상 최소경기(29게임) 20승 달성의 제물의 되고 말았다. 시즌 첫 3번 타자로 선발출장한 모리노도 삼진 1개 포함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경기 후 오치아이 감독은 “긴 페넌트레이스에서는 이런 날도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오늘 경기를 통해 우리팀 선수들이 무엇을 배우고 성장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병규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하는 말이다. 올 시즌 29경기 모두 선발출장한 이병규는 그러나 117타수 28안타로 타율 2할3푼9리를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다. 규정타석을 채운 센트럴리그 타자 38명 가운데 전체 32위에 해당하는 저타율이다. 주니치 팀 내에서도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8번째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홈런 같은 장타가 많은 것도 아니다. 홈런 3개, 2루타 5개로 장타율 부문 전체 27위(0.359)에 그치고 있다. 볼넷도 7개밖에 없어 출루율이 2할8푼8리로 전체 33위에 불과하다. 지난해처럼 올해도 출발은 좋았다. 시즌 첫 10경기에서 타율 3할8리를 기록했다. 멀티히트도 3차례나 있었고 홈런과 2루타도 각각 1개·3개씩 터뜨렸다. 그러나 이후 2경기 연속으로 삼진을 2개씩 당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근 10경기에서는 40타수 8안타로 타율이 2할밖에 되지 않으며 삼진은 무려 10개나 당했다. 이 가운데 무려 9개가 헛스윙 삼진이었다. 직구 3개, 슬라이더 3개, 포크볼 2개에 헛스윙 삼진됐다. 삼진 퍼레이드였다. 지난해 이병규는 삼진을 108개나 당하는 동안 볼넷을 23개밖에 얻지 못했다. 물론 한국에서도 이병규는 전형적인 배드볼 히터였지만, 삼진·볼넷 수치가 극악 수준은 아니었다. LG에서 10년 통산 405볼넷·601삼진을 기록한 이병규였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에도 삼진·볼넷 수치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삼진을 28개나 당하는 동안 볼넷을 겨우 7개밖에 얻지 못했다. 여전히 일본 투수들의 공에 익숙하지 않다는 증거. 올 시즌 이병규가 그나마 외국인선수 값을 하고 있는 대목은 득점권 타율이 3할4리라는 점 뿐이다. 오치아이 감독은 이상하리만큼 이병규를 믿고 지지했다. 그러나 중요한 골든위크 9연전 첫 머리에서부터 이병규를 6번으로 강등시켰다. 모리노는 올 시즌 29경기에서 타율 3할2푼4리·7홈런·18타점을 기록할 정도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모리노는 지난해에도 3번 타자로 좋은 활약을 펼친 바 있다. 당분간 3번으로 고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병규로서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6번 타순에서 부활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다. 위기지만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주니치 3번 타순은 아무나 감당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4번 타자 타이론 우즈 앞에서는 누구라도 주자를 보내기 싫어한다. 일단 이병규는 이 같은 부담에서 해방됐다. /news/html/000/918/663.html">이병규, 6번 강등에 무안타 부진 /news/html/000/899/391.html">'이병규는 우에하라 킬러', 日 언론 /news/html/000/886/459.html">김경문, '우에하라 킬러' 이병규에 '관심' /news/html/000/885/896.html">이병규, "대표팀에 불러주면 언제든 가겠다" /news/html/000/885/233.html">'2년차' 이병규, 지난해와 출발이 다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