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필요한 것은 내용이 있는 축구를 위한 준비". 김호(64) 대전 감독이 다시금 쓴 소리를 내뱉었다. 지난 4일 김 감독은 지도자의 역할론을 언급하며 "이제 필요한 것은 내용이 있는 축구를 위한 준비"라고 말했다. 지도자의 역할이 선수의 육성임에도 불구하고 그럴 수 없는 환경에 대한 분노였다. 그동안 그가 꾸준히 거론했던 한국 축구의 제도적인 발전 필요성의 연장선이기도 했다. 이날 대전은 김 감독의 통산 200승 달성을 눈앞에 두고 축제같은 분위기였다. 정규리그 26경기 중 한 경기에 불과했지만, 이 경기를 중계하기 위해 투입된 방송 카메라가 30대가 넘는 등 분위기는 마치 결승전같았다. 그리고 대전은 전반 5분 에드손의 프리킥에 황병주가 헤딩으로 데뷔골을 터트려 김 감독의 통산 200승 달성이 이뤄지는 듯했다. 그러나 후반 19분 김동찬에게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내주더니, 종료 20초를 남겨두고는 다시 김동찬의 도움을 받은 김영우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역전당했다. 이날 패배로 대전은 1승 3무 4패를 기록하며 중위권 도약에 실패했다. 김 감독 개인으로서는 지난 울산전에 이어 경남전에서도 패하며 200승 달성을 다시 한 번 미루게 됐다. 대전 부임 후 첫 역전패였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컸다. 그러나 정작 김 감독이 분노한 것은 역전패를 거둔 선수들이 아닌 선수들을 육성할 수 없는 환경에 있었다. 그는 "시민구단이 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부분이 선수 육성 밖에 더 있겠냐"며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선수를 키우기에 너무 부족하다"고 한탄했다. 김 감독의 쓴 소리는 한국 축구계 전반으로 이어졌다. "한국 축구가 외형적으로는 발전했지만, 내실은 부족하다"고 지적한 그는 "이제 필요한 것은 내용이 있는 축구를 위한 준비"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우리도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세계 규모 대회에 출전한다는 것에 만족할 때는 지났다"며 "10년을 보고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30년 전 터키의 축구 육성책과 10년 전 일본의 100년 대계를 언급하며, "아시아권에서 승리한다고 만족하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stylelom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