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목-조진호, '보험용 선수 아닌 효자 선수'
OSEN 기자
발행 2008.05.05 09: 49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삼성 유니폼을 입은 '보험용 선수' 이상목(37)-조진호(33)가 사자 마운드에 활력을 불어 넣으며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국내 최정상급 기교파 투수로 명성을 떨쳤던 이상목과 메이저리그 출신 조진호는 올 시즌 중간 계투 역할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관록의 힘을 발휘하며 부활을 예고했다. 특히 지난 3일부터 시작된 죽음의 9연전에서 마운드의 높이가 성패를 좌우할 만큼 투수들의 비중이 절대적인 가운데 이들의 선전은 고무적이다. 지난 시즌 후 롯데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뒤 고향팀에 복귀한 이상목은 3일 대구 한화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4실점했지만 안타 6개만 허용하며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직구 최고 구속 139km에 불과했으나 안정된 제구력은 녹슬지 않았다. 팀 타선도 이상목의 첫 승을 위해 공격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삼성의 13-5 승리. 7전8기의 노력 끝에 시즌 첫 승을 거뒀지만 1승 이상의 의미가 담긴 승리. 차세대 좌완 에이스 차우찬(21)은 "이상목 선배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할 만큼 젊은 투수들이 주류를 이루는 삼성 마운드에서 투수 최고참 이상목의 부활투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된다. 코치의 가르침보다 고참 선수들의 원포인트 레슨이 더욱 큰 효과를 가져오는 것과 같은 맥락. 1998년 원광대를 졸업한 뒤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 박찬호(33, LA 다저스)에 이어 한국인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조진호는 2002년 국내 무대에 복귀했으나 4승 5패(방어율 5.20)에 그쳤다. '업친데 덮친 격'이라는 속담처럼 조진호는 2004년 병역 비리에 연루돼 그라운드를 떠났다. 지난해 9월 삼성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으며 현역 복귀를 준비했던 조진호는 계약금 없이 연봉 5000만 원에 계약을 맺고 지난 달 30일 1군 엔트리에 합류했다. 조진호는 4일 대구 한화전에 선발 출격해 6이닝 동안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으며 4피안타 1탈삼진으로 시즌 첫 승을 기록, 지난 2003년 8월 22일 롯데전 이후 4년 9개월 만에 승리의 짜릿함을 만끽 했다. 최고 구속 144km를 찍은 직구의 볼끝에 힘이 실려 있었다. 다이나마이트 타선을 자랑하는 한화 타자들도 그의 묵직한 직구에 이렇다할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꿈에도 그리던 프로야구 무대에서 감동의 승리를 거둔 조진호는 "아직도 떨린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오늘(4일)처럼 떨린 적이 없었다"고 승리 소감을 밝힌 뒤 "포기라는 말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야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이 그리웠다"고 전했다. 이상목과 조진호가 보험용 선수가 아닌 삼성 마운드의 효자 선수로 떠오르고 있다. what@osen.co.kr 이상목-조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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