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유망주이지만 김성근 감독이라면…'. 지난 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발표된 SK와 KIA간의 2 대 3 트레이드는 이미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SK는 외야수 채종범(31)을 비롯해 포수 이성우(27), 내야수 김형철(28) 3명을 KIA로 보냈다. 대신 SK는 좌완투수 전병두(24)와 내야수 김연훈(24) 2명을 KIA로부터 받았다. 이 중 야구팬들의 초점은 단연 전병두에게 모아졌다. 전병두가 직구 최고 150km를 뿌릴 수 있는 '파이어볼러'라는 점에서 SK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트레이드라는 주장을 펼쳤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을 통해 병역까지 해결했다는 부분은 더욱 매력적이다. 아직 이번 트레이드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트레이드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당장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후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 2005년 SK와 한화간의 트레이드였던 조원우와 조영민의 트레이드도 올 시즌 조영민의 비중이 높아지며 조금씩 재조명되고 있다. 하지만 야구팬들이 SK의 손을 들고 나온 데는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김성근 감독이 뒤에 있기 때문이다. 전병두가 무한한 재능과 잠재력을 지녔지만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는 만큼 김성근 감독이 이을 충분히 살려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고를 졸업한 전병두는 2003년 2차 1번으로 두산에 입단한 첫 해부터 매년 유망주로 소개됐다. 그러나 그야말로 유망주로 아직까지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2005년에야 첫 승을 거뒀고 5년차던 지난 시즌에야 개인 통산 10승째를 올렸다. 소위 되는 날과 안되는 날이 명확해 기복이 심하고 새가슴이라는 평가도 붙어 있다. 2005년 KIA 리오스(야쿠르트)와 교환돼 두산 유니폼을 벗을 때도 팬들은 전병두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지만 결국 '가능성은 있다' 정도로 끝났다. 올 시즌 역시 첫 선발 등판이었던 지난달 2일 광주 두산전에서 6이닝 동안 노히트노런 피칭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후 3경기에서는 3회조차 넘기지 못한 채 강판 수모를 겪었다.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투수는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야구계의 속설이 있지만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파이어볼러였기에 두산과 KIA는 그저 입맛만 다시다 포기했다. 투수 출신인 김 감독은 그 동안 수많은 투수들을 경험했고 조련했다. OB시절에는 팀 평균자책점을 2점대로 묶었고 태평양 시절에는 박정현, 정명원, 최창호 등을 정상급으로 이끌었다. 쌍방울, 해태, 삼성, LG 등을 거치며 투수 조련사로서 인정을 받았다. 당장 올 시즌 펼치고 있는 정우람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다. "밥은 왜 먹냐"라는 가슴에 와닿는 한 마디로 정우람의 부족했던 자신감을 채워줬다. 또 원포인트 릴리프에서 이닝 소화력까지 늘려놓았다. 메이저리거 박찬호(LA 다저스), 일본에 진출한 임창용(야쿠르트)이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지난 시즌 미완성 작품이던 김광현을 정상급 걸작 투수로 올려놓았다. 무엇보다 신체에 맞는 투구폼을 찾아 적용시켜 그 선수가 낼 수 있는 최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평이다. 그 만큼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낼 가능성이 높아진 전병두다. 결국 훌륭한 바탕이 마련돼 있다. 이제 전병두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트레이드 관련 소문은 지난달 2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 KIA간의 3연전 이후 조금씩 나돌기 시작했다. 당시 3연전 첫날 조범현 감독은 스승에게 인사한다는 명목으로 김성근 감독실을 찾았다. 그러나 개인적인 만남에 윤기두 운영팀장까지 대동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김 감독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기자들은 궁금증을 나타냈다. 아니다 다를까. SK-KIA 3연전이 끝나자 야구계에서는 KIA가 외야수와 포수를 구하고 있다는 소식이 조금씩 새어나왔다. letmeout@osen.co.kr 김성근 감독-전병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