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버라이어티, 왜 연기자는 안보일까
OSEN 기자
발행 2008.05.05 14: 57

요즘 소위 가장 ‘잘 나간다’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MBC TV)의 다섯 멤버는 대부분이 개그맨이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이 개그맨 출신이고 노홍철은 개성 강한 MC 출신이다. 군 입대 전의 하하는 뿌리가 가수이다. ‘무한도전’과 쌍벽을 이룬다는 ‘해피 선데이’의 ‘1박 2일’은 특이하게 대부분이 가수다. 강호동과 이수근은 개그맨에서 출발했지만 김C 은지원 MC몽 이승기 등은 모두 현역 가수들이다. ‘해피선데이’의 다른 코너인 ‘하이파이브’를 봐도 구성은 비슷하다. 지석진이 가수 내지는 개그맨 출신에 해당하고 조혜련은 개그맨, 채연은 가수다. 박경림은 MC 출신이고 이정민은 아나운서, 현영은 모델출신 방송인이다. 지난 주 막을 내린 SBS ‘라인업’도 이경규 김용만 김구라 이윤석 김경민 윤정수가 개그맨, 신정환이 가수, 붐이 MC 출신이다. 이들 프로그램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은 연기자 출신이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이 개그맨 아니면 가수가 그 뿌리다. 그나마 버라이어티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연기자는 조형기나 이광기 정도이다. 재주 많은 사람, 즉 탤런트로 불리는 이들은 요즘 유행하는 예능 프로그램과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일까. 이 현상을 두고 프로그램 제작자나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공히 “연기자는 버라이어티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한다. 잘 짜인 각본이 아닌, 순발력을 요하는 프로그램에 짧은 시간에 적응할 연기자가 드물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현재 버라이어티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형기, 이광기 등은 이미 몇 십 년 예능 경력이 쌓인 이들이고 김수로나 차승원처럼 언제 투입되어도 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이들은 예능에 치중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개그맨이야 워낙 코미디 무대가 좁다 보니 예능 프로그램으로 쉽게 눈을 돌리는 이유가 있다고 치고 연기자 보다 가수가 많은 이유는 어떻게 설명이 될까. SBS 예능국의 박상혁 PD는 “가수들은 앨범이 한 장 나오면 한 달 이상 TV 예능 프로그램을 파고 든다. 신인 때부터 훈련이 되다 보니 어느새 적응이 됐고 예능 무대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고 말한다. 가수가 갖고 있는 재주도 한 몫하고 있다. “신인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갔을 때 작가와 미리 무엇을 보여 줄 것인지 상의를 한다. 그런데 가수의 경우 유리한 점이 많다. 일단 춤이 될 것이고 웬만하면 성대모사도 된다. 하지만 신인 연기자가 연기를 보여주기는 어려운 일 아닌가”라고 박 PD는 말했다. 물론 연예 기획사의 전략에 의해서 (요즘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자제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애편지’니 ‘X맨’이니 하는 프로그램에는 많은 연기자들이 나갔다. 신인부터 경력자까지 예쁜 얼굴로 어필할 수 있는 이들이 설 자리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처럼 ‘리얼 버라이어티’를 추구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웬만큼 망가지지 않고는 버텨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결국 연기자들이 비교적 무난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는 프로그램은 KBS 2TV ‘스타 골든벨’ 정도밖에 없다는 볼멘소리다. 모 개그맨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버라이어티에 나가면 오프닝멘트만 듣고 내가 그날 (멘트를) 따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 딱 느낌이 온다. 기세를 보고 도저히 내가 파고들 틈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그날의 히어로를 선정하고 그 사람의 멘트에 빌붙어 리액션만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그 만큼 살벌한 전쟁터가 바로 버라이어티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그 열매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회당 400만 원 정도(특급은 800만 원 내외)의 출연료를 받는 예능인이 고정을 4개 정도만 한다면 월 7000~8000만 원, 연간 8억 원~10억 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는 회당 2000만 원을 받는 특A급 배우가 16부작 미니시리즈 3편을 하는 것과 맞먹는 액수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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