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포수의 중요성은 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좋은 안방마님의 존재 유무에 따라 팀 전체가 달라질 수 있다. 독주체제를 굳힌 단독선두 SK에는 박경완이라는 최고의 안방마님이 있으며 최하위로 추락한 KIA에게는 주전포수 김상훈의 부상 결장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8개 구단 포수들의 활약상을 중간점검한다. SK 박경완 한화 김인식 감독은 SK의 독주체제를 포수 박경완에게서 찾았다. 워낙 좋은 안방마님이 홈플레이트를 지키고 있으니 갖고 있는 전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박경완은 올 시즌에도 빼어난 활약으로 SK의 독주체제에 보이지 않지만 결정적인 힘을 보태고 있다. 박경완은 포수 방어율이 3.06으로 SK 전체 팀 방어율(3.19)보다도 더 좋다. 채병룡은 “컨디션이 안 좋아도 박경완 선배를 믿고 리드에 따라 던지면 늘 결과가 좋다”고 말했다. 그만큼 투수들의 신뢰가 두텁다. 도루저지율도 3할9푼으로 전체 5위. 타격은 예년보다 파워가 조금 줄어들었다. 특유의 홈런포가 하나도 없다. 하지만 타율은 2할8푼7리로 정확도가 더 늘어난 모습이다. 롯데 강민호 타격만 놓고 볼 때에는 올 시즌 최고의 포수로 손색이 없다. 타율 3할2푼6리·6홈런·18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장타율·출루율을 합한 OPS에서도 여전히 전체 2위(1.003)를 달리고 있다. 홈런 공동 5위이자 장타율 전체 2위(0.609). 6개 홈런 중 솔로 홈런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주자가 있을 때 홈런을 터뜨리는 파괴력을 보였다. 역시 화끈한 안방마님이다. 포수 방어율에서도 강민호는 3.57로 박경완 다음으로 좋다. 최기문이 포수 마스크를 썼을 때 롯데의 방어율은 8.76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도루저지에서는 큰 약점을 보이고 있다. 도루저지율이 3할1푼로 리그 전체 7위. 투수들의 퀵모션도 문제지만 강민호의 송구도 종종 중견수를 겨냥한다. 두산 채상병 김경문 감독은 지난달 6일 홍성흔을 급히 1군으로 호출해 당일 문학 SK전부터 포수로 선발출장시켰다. 주전 포수 채상병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올해 실질적으로 첫 풀타임 주전 포수가 된 채상병은 시즌 초반 극도로 흔들렸다. 도루저지는 물론이고 기본적인 블로킹도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 점차적으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패스트볼이 4개이며 도루저지율도 3할3푼3리로 리그 6위밖에 되지 않지만, 포수 방어율은 3.80으로 전체 4위다. 투수리드에서 채상병은 두산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포수다. 그러나 타격은 물방망이다. 올 시즌 26경기에서 타율 1할9푼8리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최근 5경기 타율은 3할5푼이다. 삼성 진갑용 전성기 시절 남다른 장타력을 과시했던 진갑용은 올해 그 모습을 되찾았다. 올 시즌 타율 3할1푼·5홈런·15타점으로 삼성 타선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으로 돌아왔다. 삼성에서 가장 장타율이 높은 타자가 바로 진갑용이다. 진갑용은 장타율 부문 전체 7위(0.512)에 랭크돼 있다. 수비력도 여전하다. 특히 도루저지율이 압도적이다. 도루저이율이 무려 4할6푼9리로 5할에 육박한다. 이 부문에서 당연히 전체 1위에 랭크돼 있다. 선동렬 감독도 진갑용의 별명을 지칭하며 “갑돌이가 문제다. 포수 세대교체도 서서히 생각해야 하는데 너무 잘해준다”며 껄껄 웃었다. 진갑용은 포수 방어율까지 3.96으로 평균 이상이다. 리그 전체 평균 포수 방어율은 4.15이다. 한화 신경현 한화 김인식 감독은 지난 몇 년간 줄곧 포수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올 시즌 초반에도 “우리팀은 포수가 정말 문제다. 다른 것은 문제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다. 이 같은 화살은 모두 주전 포수 신경현에게 향하고 있다. 올 시즌 신경현은 좀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리그 전체 2위(0.374)였던 도루저지율은 2할7푼3리로 리그 최하위로 떨어졌으며 패스트볼도 5개로 가장 많다. 김인식 감독은 “블로킹할 때 공을 피하다가 더 많이 맞는다”고 지적했다. 포수 방어율 4.50으로 꽤 높은 편. 그러나 신경현은 저평가되는 부분도 많다. 송구가 좋다는 신인포수 이희근의 도루저지율도 2할8푼이다. 도루저지는 포수만의 책임은 아니다. 우리 강귀태 ‘신생팀’ 우리 히어로즈는 포수가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됐다. 겨우내 홍성흔을 영입하기 위해 애를 쓴 것도 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올 시즌만 놓고 볼 때에는 기우였음이 나타나고 있다. 강귀태가 기대이상으로 주전 포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30경기 중 28경기에서 주전 포수 마크스를 쓴 강귀태는 포수 방어율이 3.81로 평균 이상이고, 도루저지율도 무려 4할로 리그 전체 4위에 올라있다. 패스트볼은 2개. 강귀태를 제외한 나머지 히어로즈 포수들이 마스크를 썼을 때 포수 방어율은 4.30이었으며 도루저지율은 제로였다. 강귀태는 타격에서도 타율은 2할3푼3리지만 홈런포를 2개나 때려냈다. LG 조인성 지난해 포수로는 최초로 4년 보장 계약과 함께 34억 원이라는 FA 대박을 터뜨린 조인성은 FA 모범생으로 진가를 새롭게 드러내고 있다. 일단 8개 구단 전체 포수 중에서 가장 많은 270이닝 동안 홈플레이트를 지켰다. 조인성 다음으로 많은 이닝이 박경완의 238이닝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조인성이 얼마나 성실한지 알 수 있다. ‘앉아 쏘는’ 포수답게 도루저지율도 4할1푼4리로 리그 전체 3위에 올라있다. 상대 도루 시도가 29회로 주전 포수 중 가장 적다. 한 선수는 “조인성의 어깨가 부담스러워 도루를 함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타격에서도 타율 2할8푼6리·2홈런·16타점으로 수준급이다. 그러나 포수 방어율은 무려 5.00. 조인성을 탓할 일은 아니다. 투수리드가 좋다는 백업 김정민도 포수 방어율은 5.82다. 포수가 아니라 LG 투수들을 탓해야 할 문제다. KIA 차일목 주전포수 김상훈은 정확히 10경기째에 왼쪽 발목 부상으로 낙마했다. 6년차 백업 차일목은 졸지에 주전포수라는 무거운 중책을 안아야 했다. 차일목은 올 시즌 21경기 가운데 18경기에서 주전으로 선발출장했다. 수비형 포수답게 수비적인 기록에서는 매우 우수한 편이다. 도루저지율이 4할1푼9리로 전체 2위에 올라있으며 패스트볼도 딱 1개밖에 없다. 그러나 포수 방어율이 무려 5.36에 달한다. 김상훈이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10경기에서 기록한 포수 방어율은 정확히 3.00이었다. 타격에서도 차일목은 타율 2할5푼6리로 3할3푼3리를 기록한 김상훈에게 비교가 되지 않는다. 다만, 차일목의 연봉이 고작 3000만 원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