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성근 감독(66)이 본격적인 '좌완 파이어볼러' 전병두(24)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김 감독은 6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새롭게 한 식구가 된 전병두의 불펜 피칭을 10분간 주의깊게 지켜봤다.
가토 하지메 투수 코치와 김상진 코치와 함께 전병두의 피칭을 지켜보던 김 감독은 1분도 채 되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예상대로 투구폼이 뭔가 매끄럽지 못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지체없이 전병두에게 다가가 "릴리스 동작 때 스냅을 꺾을려고 하지말고 그대로 쭉 밀어주라"고 말했다. 또 릴리스 후 마무리 동작에서도 백스윙에서 투구로 넘어가는 부분, 투구 후 허리가 부자연스럽게 돌아가는 부분에 대해 직접 투구 동작을 취해 보이기도 했다.
이에 수줍은 표정의 전병두는 고개를 끄덕였고 수정된 투구폼으로 다시 투구에 나섰다.
2~3군데 정도 고칠 점이 있다
앞서 김 감독은 전병두에 대해 "전날 던진 비디오를 구해 봤는데 2~3군데 고칠 부분이 있더라"고 말한 뒤 "지난 닷새 동안 하루만 쉬고 이틀 연속 100개씩을 던졌다고 하더라. 그래서 어제는 일단 휴식을 줬다"고 밝혔다.
또 김 감독은 "선수를 볼 때 멘탈(정신)보다는 투구폼을 먼저 본다"면서 그 동안 전병두가 들쭉날쭉한 투구를 한 데 대해 "기술이 나빴기 때문에 멘탈도 함께 나쁠 수 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비디오를 보니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하지 않았다. 좋을 때는 나무랄 때 없는 투구를 하지만 나쁠 때는 바운드되거나 공이 높게 형성될 수 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01년 LG시절에도 신윤호에게 장점인 직구를 살리기 위해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을 수 있게 컨트롤에 신경쓰라고 조언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한마디로 그 동안 전병두가 6년 동안 유망주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는 요인이 기술적인 문제였지 '새가슴'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감독은 전병두의 가능성에 대해 "간단할 것도 같다"며 "전병두 본인의 마음의 문제"라고 말했다. 전병두가 겸허하게 바뀐 주위의 환경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병두는 이미 전날 "김성근 감독의 가르침을 받는다면 고맙고 영광이다"고 말한 바 있다.
룸메이트는 가득염
전병두는 지난 4일 발표된 KIA와의 2 대 3 트레이드를 통해 김연훈과 함께 SK에 새롭게 합류했다. 5일 오전 SK에 합류한 전병두는 이날 곧바로 잠실 원정길에 나섰다.
이날 경기 전 사복 차림의 전병두는 약간 당황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의 유니폼을 다른 동료가 가지고 있었는데 그 선수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병두는 대뜸 옆에 있던 송태일 매니저에게 "저기 나가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전병두가 말한 '저기'는 훈련 중인 선수들이 모여 있던 배팅 케이지 뒤쪽이었다.
그러자 송 매니저는 "당연하지 그걸 왜 물어"며 "너도 이제 우리 팀이라는 걸 알아둬"라고 황당한 듯 대답했다. 그리고 뛰어가는 전병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동안 유망주에 그친 이유가 있었네"며 "애가 착해도 너무 착하다. 빨리 변화를 줘야겠다"고 말했다.
SK 코칭스태프는 전병두의 원정 룸메이트를 좌완 베테랑 투수 가득염(39)으로 결정했다. 지난 1992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한 가득염은 17년 동안 선수생활을 하며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선발, 중간, 마무리를 모두 경험한 만큼 가득염인 만큼 전병두에게 간접적인 조언자 역할을 맡긴 셈이다.
특히 가득염은 지난해 김광현(20)과 룸메이트를 한 경험이 있다. 김광현은 가득염을 통한 간접 학습효과를 통해 지난 시즌 후반부터 본격적인 '괴물' 기질을 드러내고 있다.
'좌완 파이어볼러는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오라'는 야구의 격언이 왜 나왔는지 올 시즌 전병두의 성장을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letmeout@osen.co.kr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08 삼성 PAVV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전 SK 김성근 감독이 투수 전병두의 투구폼에 대해 직접 시범을 보이며 격려하고 있다. /잠실=황세준 기자 storkjoon@osen.co.kr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