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에도 대진운이라는 게 작용한다. 인기 많고 시청률 높은 드라마와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걸 피하고 싶은 것이 제작진이나 출연 배우들의 바람이다. 요즘 월화 드라마 오후 10시 시간대에서 상대들을 잔뜩 겁주는 공포의 드라마는 바로 MBC 특별기획 사극 '이산'이다. '이산'에 깨진 권상우 이요원 '이산'은 벌써 여러 명 톱스타를 제물로 삼았다. 한류스타 권상우(32)는 2년 반이나 다른 드라마의 출연을 고사한 뒤 의욕적으로 출연했던 KBS 2TV 월화 미니시리즈 ‘못된 사랑’으로 쓴 잔을 들었다. 지난 연말 첫 방송을 내보낸 ‘못된 사랑’은 권상우라는 흥행카드와 멜로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이요원을 앞세웠지만 한 자릿수 시청률을 맴돌다 막을 내렸다. 단 한 번 4회 때 11.6%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같은 시간대 ‘이산’이 한 시간 뒤로 미뤄진 상황에서 얻은 성적이었다. 당시는 SBS 대하사극 ‘왕과 나’까지 '이산을 추격하던 시점이라 '못된 사랑'이 설 자리가 없었다. 한동안 '이산'의 라이벌을 자처했던 '왕과 나'의 전광렬도 결국에는 쓸쓸히 자리를 떠났다. 4월들어 평균 30% 시청률 초강세 '이산'은 3월부터 ‘왕과 나’의 종영으로 약 한달만에 시청률 30%대에 재진입했다. 지난 7일 방송된 '이산’ 58회는 TNS미디어코리아의 조사결과 32.2%로 26.3%를 기록했던 1일 방송분에 비해 5.9%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50회부터 줄곧 20%대에 머물러왔던 ‘이산’이 방송 9회 만에 30%대로 컴백한 것이다. 방송 시작부터 ‘왕과 나’와 엎치락뒤치락하며 자존심을 건 대결을 펼쳤던 만큼 가장 막강한 경쟁상대가 없어졌으니 이 같은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아직 종반부가 남은 ‘이산’으로서는 시청률 40% 고지를 넘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AGB닐슨의 6일 방송분 집계는 전국 32.9%. 서울은 무려 36.8%를 기록하며 다른 프로그램들을 압도하고 있다. 안재욱의 복귀작 '사랑해' 죽을 맛 허영만의 베스트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한 SBS 월화 드라마 '사랑해'는 요즘 죽을 맛이다. 첫 방송 이후로 시청률이 줄곧 하락세다. '이산'이 종반 인기 몰이에 나설 때 부딪힌 만큼 충격이 더 컸다. 대진운이 엄청 안좋았던 셈이다. 6일 전국 시청률은 5.6%. '사랑해'로 오랜만에 TV 드라마로 복귀한 안재욱도 덩달아 울상이다. KBS 2TV '강적들'의 경우 '사랑해'보다 사정이 낫지만 한 자릿수 시청률을 맴돌기는 마찬가지. 당분간 월화 드라마 시장에서 '이산'을 당할 톱스타는 대한민국에서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