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은' 홍성흔, 그의 '아름다운 양보'
OSEN 기자
발행 2008.05.07 13: 35

지난 6일 우리 히어로즈-두산 베어스 전을 앞두고 두산 야수진은 목동구장 적응을 위해 수비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연습 도중 선수들은 홍성흔(32)이 보여준 빨랫줄 같은 송구에 감탄사를 자아냈다. 그러나 이는 포수 자리가 아닌 좌익수 자리서 날아든 홈송구였다. 이날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포수 훈련을 한 선수들은 채상병(29)과 신인 김재환(20)이었다. 낯선 외야 수비연습을 마친 홍성흔은 "앞으로 포수 홍성흔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10시즌 동안 한 팀의 안방마님으로 활약했던 스타는 그렇게 포수자리를 단념하며 팬들에도 아쉬움을 남겼다. 더욱이 불과 6개월 전 포수로서 자존심을 찾기 위해 트레이드를 요청했던 홍성흔의 발언임을 생각하면 더욱 놀라웠다. 지난시즌 홍성흔의 포수 방어율은 3.35로 8개 구단 주전포수 중 3.27로 1위를 기록한 박경완(36. SK)에 이어 전체 2위에 달했다. 홍성흔에 이어 포수 마스크를 쓴 채상병(29)의 그것이 3.54였음을 미루어 보면 홍성흔이라는 포수는 절대 나쁜 포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올시즌 4경기(선발 3경기) 24이닝 동안 홍성흔이 기록한 포수 방어율은 6.38에 달했다. 표본이 적어 좋고 나쁨을 판별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홍성흔이 포수 자리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는 점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포지션별 타격성적서도 홍성흔이 내린 결단의 이유를 알 수 있다. 홍성흔은 지난 시즌 지명타자로 29경기에 나서 3할4푼3리 5홈런 24타점을 기록한 반면 포수로는 35게임서 2할2푼4리 14타점으로 부진한 타격성적을 남겼다. 올시즌에도 홍성흔은 지명타자로 21경기에 나서 3할4푼6리 1홈런 21타점을 기록하며 뛰어난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홍성흔은 타격에 집중하기 위해 포수 자리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6일 경기서도 홍성흔은 1회 선제 2타점 2루타를 치는 등 3타수 1안타(고의사구 2개) 2타점으로 활약하며 불방망이를 과시했다. 포수 자리에 대한 미련을 버린 홍성흔은 뒤를 잇는 후배에 대한 따뜻한 마음도 보여줬다. 홍성흔은 "채상병이 나와 경쟁하는 데 있어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이제 포수로 뛰지 않으니 마음 편히 운동하라고 말했다"라며 팀의 주축다운 의젓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후배를 아끼는 마음도 나타냈다. 포수는 힘든 직업이다. 무거운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사인과 어긋난 공도 재빠르게 잡아내야 한다. 내야 땅볼 때는 마스크를 벗어 던진 채 1루수 백업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의 많은 어머니가 산고를 겪고 낳은 아이에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 듯 포수 위치도 선수들에 많은 애정과 자존심을 안겨주는 보직이다. 홍성흔이 다른 포지션으로 전향하겠다고 밝힌 것은 많은 애정과 자존심보다 팀과 동료 후배에 대한 배려심을 앞세웠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올시즌 '제2의 야구인생'을 걷게 된 홍성흔의 활약이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chul@osen.co.kr . . . . . www.inn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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