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지긋지긋한 마무리 악몽
OSEN 기자
발행 2008.05.07 13: 35

[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 6일 사직구장. 롯데 마무리투수 임경완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떨궈야 했다. 차라리 그냥 얻어맞았으면 나았을 것이다. 그러나 선두타자 김태완을 볼넷으로 내보낸 후 김민재의 투수 강습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이없는 1루 송구 실책이 나왔다. 임경완의 토스는 농구경기에서나 볼법한 앨리웁 패스로 둔갑했다. 빅맨 이대호는 난해한 패스를 받지 못했고 애석하게도 이대호의 뒤에는 백보드가 없었다. 임경완은 계속된 9회초 위기에서 대타 이영우에게 초구에 역전 적시타를 맞고 무너졌다. 임경완은 졸지에 불타는 갈매기가 됐고, 롯데는 3-4로 역전패했다. 롯데의 마무리 악몽은 현재진행형이다. 세이브는 없다 롯데는 지난해까지 26년간 통산 팀 세이브가 523개밖에 되지 않았다. 1982년 함께 출발한 원년 팀들인 삼성(822개)·LG(756개)·두산(695개)·현대(683개)·KIA(676개)는 물론 4년 늦게 창단한 한화(652개)보다도 적은 세이브 개수였다. 게다가 역대 구단들 중 유일하게 팀 세이브 1위를 차지한 적이 없었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쌍방울도 1996년에는 36세이브를 기록, 현대와 함께 이 부문 공동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쌍방울에는 조규제라는 훌륭한 마무리투수가 있었다. 그러나 롯데는 달랐다. 이기는 기회가 적었던 만큼 세이브 기회도 적었지만 믿을 만한 마무리투수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롯데의 역대 통산 승리시 세이브 비율은 37.5%밖에 되지 않는다. 역대 구단들 중 유일한 30%대. 나머지 구단들의 승리시 세이브 비율은 47.1%였다. 롯데는 승수도 적었지만 세이브도 많지 않았다. 롯데가 유일하게 차지하지 못한 타이틀도 세이브 부문이다. 전통적으로 뒷문지기가 약했던 롯데는 그만큼 선발투수들에게 기대는 경향이 강했다. 최동원·윤학길·염종석·주형광·손민한 등 ‘고독한 황태자’들이 많았던 것이 롯데 마운드의 역사를 잘 대변해준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1984년에도 롯데의 세이브는 11개로 6개 구단 중 5위에 그쳤고, 1992년에도 그해 최하위 쌍방울과 함께 17세이브로 이 부문 최하위였다. 롯데는 아직 단일리그 페넌트레이스 1위·2위도 차지하지 못했지만, 세이브 부문 1위·2위도 못했다. 반대로 완투경기는 전체 구단들 중 최다였다. 지난해까지 통산 완투경기가 무려 506차례나 됐다. 그 다음이 KIA의 453차례라는 것을 감안할 때 두드러지는 대목이지만 부작용도 매우 많았다. 창단 후 무려 12년간 두 자릿수 세이브 투수를 배출하지 못한 롯데는 1994년에야 처음으로 제대로 된 마무리투수를 보유했다. 고(故) 박동희가 1994년 31세이브를 올리며 뒷문을 비교적 잘 걸어잠궜다. 그러나 박동희는 이듬해 14세이브를 거둔 것을 끝으로 소방수 자리에서 내려왔다. 롯데 구단 사상 최다 세이브를 올린 박동희마저도 100% 믿음을 주지는 못했다. 이후 한동안 롯데는 또 다시 마무리투수가 없었다. 1996~1998년 3년간 롯데는 두 자릿수 세이브 투수를 배출하지 못했고, 팀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전설로 기억되는 1999년에 강상수가 소방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1999년 19세이브를 올린 강상수는 2000년에도 23세이브로 거두며 팀을 가을잔치로 이끌었다.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계속되는 악몽 롯데의 마지막 전성기가 된 1999~2000년 2년간 42세이브와 함께 2점대(2.30) 방어율로 뒷문을 든든하게 책임졌던 강상수는 그러나 2001년부터 거짓말처럼 방화범이 되고 말았다. 한동안 롯데팬들은 그가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다이너마이트를 짊어지고 불길로 들어가는 모습이 저절로 떠올라 공포에 떨어야했다. 하지만 2004년 삼성에서 트레이드로 건너온 노장진이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검지손가락을 까닥이는 특유의 세레머니로 ‘노베라’라는 칭송을 받았다. 2004년 이적 후 17세이브를 올렸고, 2005년에도 18세이브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이후 노장진은 야구 외적으로 악재를 겪는 등 방황을 거듭하며 사실상 강제 은퇴를 당하기에 이르렀다. 2006년 노장진의 시즌 전 무단이탈로 또 다시 마무리 악재를 겪은 롯데는 2007년 외국인선수를 마무리투수로 뽑았으니 그 이름하여 호세 카브레라였다. 카브레라는 56경기에 등판해 3승4패22세이브 방어율 3.65 WHIP 1.20으로 비교적 호투했다. 그러나 우규민(LG·13개) 다음으로 많은 번째로 많은 6개의 블론세이브에서 나타나듯 곡예를 타는 듯한 불안한 피칭으로 롯데팬들의 애간장을 녹였다. 시즌 중반까지는 비교적 안정된 피칭을 보여주었지만 혹서기를 기점으로 구위가 떨어져 고전했다. 한여름 공포의 저승사자로 비칠 정도로 롯데 팬들에게는 공포스러운 존재였다. 8월 이후 블론세이브가 3개였다. 시즌 후 자연스럽게 재계약 포기로 결론났다. 그러나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아는 법이다. 요즘 롯데는 불안했던 카브레라의 하늘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종종 그립다. 올 시즌 롯데는 벌써 3차례나 7회 이후 경기가 뒤집혀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그 중 2차례가 9회 이후 역전패. 카브레라 대신 새로운 마무리투수로 등용된 임경완은 벌써 블론세이브를 2개를 저지르며 1승2패5세이브에 그치고 있다. 방어율(4.73)·WHIP(1.65)·피안타율(0.298) 모두 마무리투수 중 최하위 수준이다. 마무리 불신 시대에 나머지 7개 구단 마무리투수 평균 방어율(3.22)·WHIP(1.30)·피안타율(0.258)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진다. 롯데팬들은 배짱 두둑한 마무리를 원한다. 마무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롯데의 가을야구는 없다. 롯데의 마지막 전성기였던 1999~2000년 ‘뒷문지기’ 강상수는 분명 방화범 이전 수준급 마무리였다. 당시 강상수의 9이닝당 볼넷은 3.27개. 올 시즌 임경완의 9이닝당 볼넷은 무려 5.4개나 된다. . . . . .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