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슴보다 오히려 승부사에 더 가깝다". SK 베테랑 좌완 투수 가득염(39)이 새롭게 한 식구가 된 전병두(24)를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평했다. 가득염은 지난 7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원정 룸메이트가 된 전병두에 대해 "롯데 시절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먹한 것은 없다"면서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병두가 어려워하지 않을까 모르겠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SK는 지난 4일 KIA와의 2 대 3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전병두를 원정경기 때 가득염과 함께 방을 쓰도록 했다. 가득염이 부산을 연고로 한 롯데에서만 15년을 뛴 경력을 지닌 만큼 부산고 출신 전병두의 정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는 생각이었다. 가득염은 이미 지난해 루키였던 김광현과도 한 방을 썼다. 같은 좌완 투수로서 직·간접적인 경험을 전수했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광현의 성장에 중요한 일조를 담당했다. "새가슴이라는 말은 맞지 않는 말 같다. 수많은 관중들이 바라보는 마운드에 서는 투수가 새가슴이라면 볼을 던질 수 조차 없다." 6년 동안 유망주에 그치고 있는 전병두는 아주 유순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SK 관계자들이 "너무 착해서 탈"이라고 할 정도. 전날 잠실에서 만난 LG 선수들이 친근함을 표시해도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었다. 이 때문인지 전병두의 불안한 제구력의 원인이 내성적인 성격에서 기인한다고 인식됐다. 어느 새 전병두에게는 '새가슴'인 투수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하지만 가득염은 이런 '새가슴' 평가에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사람의 성격이 하루 아침에 고쳐지는 것은 아니다. 아주 조금씩 바꿔가야 한다. 그런데 병두는 평소 성격이 그런 것일 뿐이다.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로서의 병두는 새가슴이 아니라 오히려 승부사에 더 가깝다. 단지 마음 먹은 대로 제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일 뿐이다. 그 문제는 마음이 아니라 투구폼, 즉 기술에서 찾아야 한다. 사실 컨트롤은 한 순간에 잡힐 수도 있는 부분이다." 가득염은 이날 언론에 보도된 김성근 감독의 말을 보고 놀랐다. "마음이 아니라 기술이 문제"라고 전병두를 평가한 데 대해 자신의 생각과 너무 일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이 그렇게 본 이상 제대로 된 문제점을 짚어낼 것이 분명한 만큼 마음이 놓였다. 가득염은 전병두의 룸메이트로서의 역할에 대해 "우선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다. 경상도 사람 특유의 성격을 가진 만큼 친해지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다. 하지만 한 번 마음을 열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대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때까지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어제(6일)도 방에서 같이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생각보다는 상대의 말을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당당하게 너의 생각을 말해보라'고 말했다. '뭔가 배울 것이 있으면 애교를 떨어서라도 선배나 동료들로부터 그것을 얻어내려는 노력을 해야 된다'고 충고했다"고 덧붙였다. 기술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고 있다. "전병두가 서클 체인지업을 배워 잘 쓰고 있다고 말하더라. 하지만 직구가 빠른 투수에게 체인지업은 사실 권유하고 싶지 않다. 체인지업의 투구 동작은 힘 들이지 않고 편하게 공을 밀면서 던지는 것이다. 강속구 투수가 여기에 맛을 들이면 결국 자신의 장점인 직구의 구사율이 줄고 구속이 줄면서 결국 위력이 감퇴된다. 나이가 들면 모를까. 지금은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단점을 덮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컨트롤 문제도 사실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다." 김인식 한화 감독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로 낙점한 전병두. 이날 전병두는 무려 7개의 볼넷을 내줬다. 하지만 1개의 안타만 허용한 채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가득염은 벤치에서 숙제와 가능성을 동시에 안겨 준 경기를 가만히 지켜봤다. SK의 전병두 만들기 프로젝트의 최전방에 서 있는 가득염은 전병두에 또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letmeout@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