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두와 이범석…KIA의 미련과 희망
OSEN 기자
발행 2008.05.08 13: 47

미련과 희망이 교차했다. 지난 7일 광주구장은 좀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트레이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전병두가 SK 유니폼을 입고 첫 선발등판하는 날이었다. 연일 팬들의 공세를 당하고 있는 KIA와 조범현 감독으로서는 편치 않는 날이었다. 경기전 조범현 감독은 이를 의식한 탓인지 "전병두도 잘하고 우리팀으로 온 선수들(채종범 이성우 김형철)도 잘하면 다 좋지 않겠는가"라며 자신의 입장을 대신했다. 여기에 "지난 해 병두가 LG전에서 2승을 거두었는 데 이날 등판에 작용했을 것이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시간은 흘렀고 경기는 시작됐다. 전병두는 볼넷 7개를 내주는 불안한 피칭을 하면서도 1안타만 맞고 5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텼다. 전병두가 온전히 승리를 이끌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포수 박경완의 명품리드와 타선이 초반부터 터져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다. 전병두는 어쨋든 1승을 따냈다. 본인이나 SK, 김성근 감독에게는 의미있는 승리가 됐다. 반면 조범현 감독과 KIA는 다시 한번 트레이드에 관련해 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길이 없었다. 당분간 전병두가 등판할 때마다 이런 불편한 모양새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따가운 질책과 어려움속에서도 KIA는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 전병두와 함께 만년 150km 유망주에 머물렀던 이범석이 이날 삼성전에 선발등판, 자신의 힘으로 데뷔 첫 승을 거두었다. 전병두를 웃도는 호투였다. 윤석민과 나이가 같은 23살의 이 투수는 최고 153km짜리 공을 뿌리며 마운드를 굳건히 지켜내고 팀에 10승을 안겨주었다. 자신에게는 입단 4년 만에 거머쥔 감격의 첫 승이었다. 어깨와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지난해부터 서서히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범석이 다음 선발 등판에서도 잘 던질 수 있을 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범석은 앞으로 선발투수로 활약이 기대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겨준 피칭이었다. KIA 팬들은 이날 전병두와 이범석을 지켜보며 미련과 희망이 교차했을 것이다. 조범현 감독이나 KIA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날 조 감독은 머리를 바짝 밀어올리고 야구장에 나타났다. 최근 부진과 고민을 드러냈고 새로운 각오을 담은 무언의 행동이었다. 그리고 새로 찾은 희망이 더욱 커지기를 기대할 것이다. sunny@osen.co.kr . . . . .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