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는 베테랑들이 뛰기 좋은 팀이다. 최근 들어 프로야구판에서도 베테랑들이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도외시되는 경향이 있지만 한화만큼은 다르다. 팀을 이끄는 수장 김인식 감독은 “우리는 세대교체 그런 것 없다. 나이가 많아도 잘하면 계속 내보내야 한다. 여기는 프로다. 나이보다 실력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시즌 초반 연패와 함께 활약상이 다소 미미했던 한화 베테랑들은 봄날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서서히 힘을 내고 있다. 되살아나는 베테랑의 힘으로 한화는 상위권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마운드 한화 마운드는 전통적으로 베테랑들에 대한 의존도가 깊었다.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첫 20년차 타이틀을 얻은 송진우는 그 중심에 있다. 베테랑들의 존재감이 워낙 크다 보니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이 크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그만큼 베테랑들이 늘 푸른 소나무처럼 잘했다. 올해 한화는 류현진을 비롯해 유원상·양훈·안영명·윤규진 등 젊은 선수들이 많이 치고 올라왔지만 시즌 초반에는 팀 방어율 최하위로 처지며 좀처럼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그때 베테랑들이 되살아났다.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큰 힘이 되고 있다. 선발진에서는 정민철과 송진우가 팀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시즌 첫 3경기에서 집중타를 맞으며 우려를 자아냈던 정민철은 볼끝이 살아나자 안정감을 되찾았다. 시즌 첫 3경기에서 2패 방어율 8.22로 부진했던 정민철은 이후 4경기에서 2승1패 방어율 3.13이라는 훌륭한 성적을 냈다.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정민철은 “초반에 부진했는데도 믿고 기회를 준 코칭스태프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송진우도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올 시즌 8경기에서 1승2패 방어율 4.84. 지난 7일 사직 롯데전에서 시즌 최다 6⅓이닝을 무자책점으로 막으며 위력을 과시했다. 3회말 최만호의 투수 직선타를 잡은 뒤 누워서 정확히 1루에 송구한 것이 백미였다. 불펜에서도 베테랑의 영향력이 발휘되고 있다. 바로 최영필이다. 2005~2006년 필사마 시절로 컴백한 최영필은 불펜에서 실질적인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 13경기에서 1승1패1홀드 방어율 2.96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8경기에 18⅔이닝 무실점 행진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김인식 감독은 “최영필이가 확실히 살아났다. 최영필이 살아나니 불펜에 안정감이 느껴진다”고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5월 안으로는 구대성과 문동환도 복귀할 예정이다. 한화는 이번주 중으로 구대성의 정확한 복귀 시기를 잡을 계획이다. 인대 상태가 양호하다는 확신이 설 경우, 강도를 높여 훈련하기로 했다. 문동환도 2군과 동행하며 1군 복귀날짜를 잡고 있다. 야수진 야수진에서도 베테랑들이 힘을 뻗치고 있다. 내야에서는 김민재, 외야에서는 이영우가 특히 크나큰 힘을 보태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두 선수가 종종 컨디션 난조로 결장할 때에는 얼굴에 수심이 드리운다. 그만큼 두 선수에 대한 믿음이 크다. 지난 2006년 FA로 한화에 입단한 유격수 김민재는 안정된 수비력을 바탕으로 팀을 바꿔놓은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이영우도 군제대 2년차를 맞아 전성기 때처럼 톱타자로 복귀해 팀 전체에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김민재의 안정된 유격수 수비와 이영우의 외야수비 복귀는 한화 팀 전체를 벌떡 세웠다. 김민재는 올 시즌 32경기에서 타율 2할7푼2리·1홈런·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유격수라는 중요 직책을 맡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매우 뛰어난 타격 실적이다. 지난 7일 사직 롯데전에서 친정팀을 맞아 5회말에만 어이없는 실책 2개를 저질러 후배 김태균에게 본의 아니게 방망이 테러를 당했지만, 주장 특유의 카리스마로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 최근 나이가 들어 수비범위가 줄어들었다는 평가에 대해 김민재는 “도대체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는가. 아무 문제없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각자 타순에 맞는 타격을 강조하는 김민재는 득점권에서 22타수 9안타, 타율 4할9리로 맹타를 휘둘렀다. 이영우도 과거 영원한 3할 타자로 회귀한 모습이다. 올 시즌 34경기에서 타율 3할2푼1리·1홈런·11타점으로 활약 중이다. 득점권에서는 김민재와 마찬가지로 22타수 9안타, 4할9리라는 고타율을 마크 중이다. 한화는 덕 클락-김태균-이범호-김태완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도 막강하지만, 하위타순의 김민재와 톱타자 이영우가 불씨를 댕기고 있다는 점이 내재된 무서움이다. 특히 이영우는 톱타자로 선발출장한 17경기에서 64타수 24안타로 3할7푼5리의 타율을 기록하며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출루율 역시 무려 4할2푼3리. 김인식 감독은 “이영우가 톱타자와 외야수비를 나설 때 우리팀이 가장 이상적인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고 거듭 강조 중이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