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봄날이 가고 있다. 독수리는 비상하고 있지만 갈매기는 추락하고 있다. 매년 이맘때 데자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한화는 지난 6~8일 사직 원정 3연전에서 역전승으로만 3연승하는 가공할만한 저력을 발휘했다. 모두 8회 이후 경기를 뒤집어 팀 분위기가 제대로 살아났다. 반면, 롯데는 3경기 연속 역전패라는 충격파를 얻어맞으며 또 다시 독수리의 습격에 날개를 잃고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한화는 사직구장이 청주구장 못지않은 제2의 홈구장이라 할 만하다. 한화는 김인식 감독이 부임한 2005년부터 청주구장과 함께 사직구장에서 높은 승률을 자랑했다. 올해에도 한화는 지난달 15~17일 우리 히어로즈와의 청주 3연전을 휩쓰는 등 최근 4년간 청주구장에서 21승1무7패를 마크하며 7할5푼이라는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했다. 그러나 사직구장에서의 승률은 이보다도 더 높았다. 최근 4년간 한화의 사직구장 성적은 24승6패로 승률이 무려 8할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2005년이 악몽의 시작이었다. 그해 프로야구는 현충일·광복절이 월요일에 끼여 있어 최초로 공포의 9연전을 2차례나 배정했다. 한화는 그해 2차례 9연전에서 14전 전승이라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했다. 9연전을 상위권에 진입하고, 4위 자리를 확정짓는 터닝포인트로 삼았다. 대조적으로 롯데는 6월 첫 9연전에서 8연패로 무너지며 중위권으로 추락하더니, 8월 9연전에서도 1승6패로 추락에 추락을 거듭해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6월 첫 3연전에서 한화가 사직구장에서 롯데에 3전 전승한 게 결정타였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5월18~20일 한화와의 사직 3연전 전까지 롯데는 17승1무15패로 단독 2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3위 한화를 맞아 3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김태균·크루즈·조원우가 3경기 연속 홈런포를 터뜨리는 등 2점차·1점차·3점차 승리로 롯데에 상처를 안겼다. 5월29~31일 또 한 차례의 사직 3연전은 더 잔인했다. 한화는 3경기에서 9득점·9득점·5득점씩 뽑아내며 롯데를 다시 한 번 더 3연패의 늪으로 몰아넣었다. 한화는 3연전 승리와 함께 단독 1위로 발돋움했고, 롯데는 6위로 추락해야했다. 올 시즌에도 이 같은 현상이 그대로 나타났다. 롯데와의 3연전 전까지 SK·삼성을 상대로 2승4패에 그치며 주춤했던 한화는 롯데를 맞아 거짓말 같은 역전극을 3경기 연속 연출하며 완전히 되살아났다. 단숨에 5할 승률에서 +3승을 챙기며 단독 3위가 됐다. 반면 롯데는 믿기지 않는 충격적인 3경기 연속 역전패로 4위까지 떨어졌다. 봄날이 가는 이 시점에서 한화와 롯데의 희비는 이렇게 또 다시 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아무래도 한화에게는 사직이라는 이름과 인연이 잊는가보다. 사직구장은 물론 청주구장의 위치도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이다. 대조적으로 롯데로서는 내년 5~6월 한화와의 사직 홈경기 일정을 없애는 것이 과제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