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1년전 이맘때 박찬호(35.LA 다저스)는 뉴욕 메츠 소속이었다. 그러나 단 1경기에 등판한 뒤 마이너리그로 강등됐고, 한 달 후 결국 팀을 떠났다. 당시 박찬호를 밀어내고 메이저리그에 올라선 선수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우완 호르헤 소사(31)였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소사 역시 팀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극성스럽고 집요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뉴욕 언론의 '압력'이 또 다시 시작됐다. 는 10일(이하 한국시간) 지난 겨울 소사를 재계약한 오마르 미나야 단장을 비난하며 소사를 당장 팀에서 내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몸값을 하지 못하는 소사가 귀중한 메이저리그 로스터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다른 선수의 승격을 막는다는 것이다.
소사에 대한 평가는 1년전과 비교해 볼 때 극과 극이다. 지난해 박찬호와 함께 나란히 트리플A 뉴올리언스에서 시즌을 시작한 소사는 5월초 박찬호를 밀어내고 빅리그로 승격해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42경기(선발 14경기)에 나서 9승8패 방어율 4.47을 올리며 분투했다. 비록 메츠는 9월 막판 대추락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소사의 공헌도는 무시할 수 없었다.
이 점을 감안해 시즌 후 미나야는 200만 달러를 선뜻 안겼다. 소사가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해 기존 연봉 65만 달러에서 135만 달러를 인상해줬다. 그때만 해도 뉴욕 언론은 '합리적인 계약'이라며 그다지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중간계투로 기용된 소사가 17경기 동안 4승1패 방어율 6.05로 크게 부진하자 잠담하던 지역 신문들이 들뜷고 있다. 이들은 "소사 때문에 마이너리그에 있는 맷 와이스가 올라오지 못한다"며 소사를 방출하는 것 만이 팀에 도움이 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마치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데자뷰' 현상을 목격한 것 같다. 지난해 "박찬호가 마이너리그에서 잘 나가는 소사의 자리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200만 달러는 '큰손' 메츠에게 부담 되는 돈은 아니다. 선수의 기량 향상을 끝내 기대할 수 없다면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읍참마속'의 아픔을 감수할 수 있다. 박찬호를 끌어들이고, 소사에게 재계약 선물을 안긴 미나야는 정작 이렇다 말이 없다. 그러나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프로스포츠는 프랜차이즈가 생명이다. 연고지 지역 사회에서 돈을 버는 까닭에 지역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 여론을 움직이는 지역 언론의 영향력은 그래서 생각 이상으로 대단하다. 다른 곳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뉴욕 같은 대도시의 경우 지역 언론은 사실상 압력단체 역할을 한다. 감독은 물론 단장과 사장도 잘못 찍히면 목이 온전하기 어렵다. 하물며 힘없는 중간계투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뉴올리언스-뉴욕-뉴올리언스-라운드락(휴스턴 산하 트리플A)를 거치며 인고의 세월을 보낸 박찬호는 올 시즌 다저스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오는 18일에는 선발 등판 가능성이 엿보일 정도로 점점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박찬호를 제쳤던 소사는 불과 1년 만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모양새다. 인생은 과연 돌고 도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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