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원조 다이너마이트 타선보다 더 위력적이다.” ‘한화의 전설’ 장종훈 타격코치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올해 1군 타격코치로 승격된 장 코치는 첫 해부터 최정상급 지뢰밭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구축하며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1980~1990년대 빙그레 시절 원조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중심으로 활약한 장 코치는 지도자가 되어서도 신(新)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자들의 청출어람을 바라고 있는 장 코치는 자신이 직접 주역으로 활약한 원조보다도 현재 타선을 추켜세우며 한껏 사기를 북돋우고 있다. 장 코치는 원조 다이너마이트 타선과의 비교에 대해 “그때에는 테이블세터들이 참 좋았다. 이정훈·이강돈 선배들이 있었다. 하지만 홈런을 치는 선수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한화는 빙그레 시절이었던 1989년·1992년 팀 홈런 1위를 차지했지만 장 코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장 코치가 프로야구 최초로 40홈런을 돌파하며 빙그레의 팀 홈런 1위를 이끌었을 때에도 팀 내 홈런 2위는 톱타자였던 악바리 이정훈(25개). 홈런 20걸 가운데 빙그레 선수는 장종훈과 이정훈뿐이었다. 장 코치는 “올 시즌 한화 타순은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가 많아졌다는 것이 강점이다. 아무래도 무게감이 더 있고, 상대 투수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내가 상대팀 투수라도 부담이 클 것 같다. 상대 투수들도 더 신중하게 투구를 하다보니 거기에서 실투가 나오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덕 클락-김태균-이범호-김태완으로 이어지는 3·4·5·6번 타순은 이제 ‘클린업업’ 또는 ‘클린업 쿼텟(quartet)’으로 명명될 정도다. 한화는 시즌 36번째 경기에서 40홈런을 넘겼고, 이 중 무려 35개를 3·4·5·6번 타순이 책임졌다. 사실 한화는 팀 타율이 2할5푼4리로 8개 구단 중 7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야구는 궁극적으로 더 많은 점수를 내야 이기는 경기다. 한화는 출루율도 3할3푼4리로 7위지만 홈런과 더불어 장타율이 유일한 4할대로 당당히 전체 1위(0.406)에 올라있다. 가공할 만한 홈런의 힘이다. 덕분에 한화는 경기당 평균 득점도 5.14점으로 전체 1위에 랭크돼 있다. 타율과 출루율이 턱없이 낮은 가운데에서도 이처럼 어마어마한 장타력으로 모든 것을 벌충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영우가 부활해 톱타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후반기 타격침체로 고전한 한화가 이처럼 막강한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다시 한 번 구축하고 있는 것은 장종훈 코치의 힘을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선수 시절 ‘연습생 신화’를 작성한 장 코치를 선수들이 신뢰하고 뒤에서 타격이론을 갖고 잡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힘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내가 선수라도 장 코치라면 믿고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로 신망이 두텁다. 물론 전적으로 장 코치 하나의 힘으로만은 볼 수 없지만, 도화선이 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시각이다. 지난해 후반기 내내 “방망이가 안 터져”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던 김인식 감독은 이제 “타선이 이렇게 필요할 때마다 딱딱 터져주니 이길 수밖에 없다”고 기뻐하며 특유의 빨간 볼에도 어느 때보다 화색이 돌고 있다. 클락과 이영우는 약속이라도 한듯 나란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라면 역시 마운드다. 한화의 팀 방어율은 여전히 리그 전체 7위(4.32). 기대했던 ‘베테랑 듀오’ 구대성과 문동환의 복귀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당초 목표로 삼은 5월 복귀는 거의 무산됐다. 마운드가 막강한 타선을 얼마나 받쳐주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이영우는 “타격이 좋아져 투수들도 더 잘 던진다”고 말했다. 한화 김인식 감독도 부상으로 외야수비에 약점을 안고 있지만, 이영우와 고동진을 1·2번 테이블세터로 기용하고 있다. 역시 한화는 타격으로 ‘쇼부’를 볼 작정이다. 어쨌든 한화는 막강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힘을 바탕으로 시즌 초반 최하위에서 단독 2위까지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다른 팀이라면 몰라도 한화의 방망이라면 일단 다시 한 번 더 보고 조심해야 한다. 대전구장 정면에 위치한 보문산에는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피켓이 걸려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