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격자’의 김윤석-하정우, ‘비스티 보이즈’의 하정우-윤계상, ‘강철중: 공공의 적 1-1’의 설경구-정재영,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한석규-차승원 등등. 위 영화들의 공통점은 두 남자가 주연을 맡아 함께 극을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남자가 한 스크린을 누빌 때 관객들에게 어떤 재미를 안겨줄까? ‘비스티 보이즈’에서 호흡을 맞춘 하정우와 윤계상은 상반된 캐릭터로 서로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하정우는 극중 호스트 재현 역을 맡았다. 재현은 하루를 살아도 느낌 있게 살고 싶은 인물. 호스트의 마담으로 번 돈은 도박으로 탕진하거나 명품을 걸치는데 다 털어 넣는다. 하정우는 재현을 표현하는데 껄렁껄렁한 느낌으로 리듬을 타듯 연기했다. 뭔가에 얽매여있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이 따르면 그 무엇이든 벗어나고 싶은 철없는 어른으로 경쾌하게 표현했다. 가벼워지고 싶은 하정우와 달리 윤계상은 더 우울해졌다. 윤계상은 과거의 부와 명예, 화려함을 잊지 못하는 호스트 승우로 분했다. 과거에 얽매여 예전에는 어땠었다고 누누이 그녀의 여자친구(윤진서 분)에게 이야기한다. 버럭버럭 화가 치밀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우울함에 쌓여있다. 호스트라는 현재와 과거와의 괴리, 현 생활의 역겨움이 급기야 여자친구에 대한 집착으로 변질된다. 하정우 윤계상 모두 팍팍한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들, 이 도시의 한 단면을 상반된 캐릭터로 표현해냈다. ‘비스티 보이즈’의 하정우 윤계상이 상반된 캐릭터로 극의 의미를 배가시켰다면 두 남자의 팽팽한 대결 구도가 관객을 쉴새 없이 몰아붙이는 영화가 있다. 바로 ‘추격자’의 김윤석과 하정우다. 스릴러라는 장르의 재미를 충분히 살리며 두 사람은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 있게 끌고 갔다. 하정우와 김윤석은 희대의 살인마 영민과 그를 쫓는 전직 형사이자 보도방 사장인 중호로 분해서 대결을 펼쳤다. 가파른 골목에서 서로 쫓고 쫓기며 추격전이 이어진다. 잡힐 듯 말듯 뜀박질에 이어 결국 김윤석은 하정우를 잡았고 엎치락뒤치락 두 사람의 거친 싸움이 시작된다. 두 사람의 액션 대결의 압권은 중호가 영민의 본거지를 알아낸 후 집안에서 벌어지는 격투 신이었다. 골프채와 망치가 오가며 마룻바닥이 부서지고 어항이 깨지면서 그들은 사투를 벌였다. 그 잔혹한 대결에서 ‘누가 이길까’ 손에 땀을 쥐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단순한 비교도 재미있다. 한 영화에서 홀로 단독 주연을 맡아도 그 몫을 톡톡히 해낼 수 있는 이들이 함께 스크린을 누빌 경우 우린 정말 이런 생각을 한다. “누가 더 연기를 잘 하는 것 같아? 누가 더 멋있는 것 같아?” 그러면서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두 남자들의 영화에 빠져들고 있다. crystal@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