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승 투수감이었는데…". 우리 히어로즈 이광환 감독이 투수 황두성(32)에게 드러낸 고마움과 아쉬움이 뒤섞인 말이다. 이 감독은 9일 목동 KIA전을 앞두고 "전날 경기를 마치고 황두성이 자진해서 마무리로 가겠다고 말하더라"며 "이미 선발 투수로 시작한 만큼 그렇게 말하기 싶지 않은데 감독으로서 너무 고맙다. 계속 있었다면 15승은 충분했을텐데 아쉽기도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히어로즈는 전날 홈 경기에서 4-5로 패해 두산과의 3연전을 모두 내줬다. 이로써 SK와의 경기에서 연승을 거둔 것도 잠시 곧바로 3연패에 빠졌다. 그동안 선발진들은 제 몫을 해줬지만 불펜진들이 다잡은 승리를 날려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연일 박빙의 승부가 연출되다 보니 불펜진들의 어깨에 피로가 누적된 탓이다. 이에 이 감독은 전날 경기를 마친 후 선발 투수들을 불러 다독였다. 그동안 잘 던졌지만 승리를 챙기지 못해 의기소침 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황두성은 스스로 마무리를 맡겠다고 나섰다. 황두성의 이번 결정은 즉흥적인 것이 아니었다. 이미 지난달 18일 목동 롯데전에 앞서 "나로서는 선발 자리가 편하다. 그렇지만 내 욕심만 차린다고 될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감독님께 불펜이나 마무리로 가겠다고 말해야 될 것 같다. 하지만 선수가 직접 그렇게 말하면 건방지게 보시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당시 히어로즈는 청주 한화전에서 싹쓸이를 당해 4연패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18일과 19일 롯데전을 내리 패했지만 다행히 황두성이 선발로 나서 호투한 20일 롯데전을 승리해 연패 행진을 '6'에서 끊었다. 그러나 히어로즈는 지난 7일 목동 두산전부터 다시 연패에 빠지기 시작했고 황두성은 마침 속에 담아뒀던 말을 꺼낼 수 있었다. 황두성은 "야구가 기록경기가 개인경기일 수 있지만 그에 앞서 우승을 향해가는 팀경기라 생각한다"며 "지금 팀 사정이 어려운 만큼 나의 결정이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또 황두성은 "마무리 경험도 있고 해서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고 현재 구위가 나쁘지 않은 편이라 와르르 무너지진 않을 것 같다"면서도 "내가 마무리로 돌아섰는데도 팀이 안좋으면 부담이 될 것 같다. 그렇지만 동료들을 믿고 던져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황두성이 오른 무릎과 어깨 상태가 완벽하지 않고 체력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준호와 더블 스토퍼 체제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선발로 나섰던 황두성은 오는 13일 잠실 LG전부터 공식적인 올 시즌 마무리 데뷔전 대기 상태에 돌입한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