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번트 하나 제대로 못 대고…” LG 김재박 감독이 시름에 빠졌다. 패수가 연속해서 쌓이더니 어느덧 눈덩이처럼 9연패까지 불어나 버렸다. 김재박 감독 개인의 최다연패는 이미 깨진 상태. 지난 2005년 8월 현대 시절 6연패가 1996년 지휘봉을 잡은 후 사령탑 개인 최다연패였던 김 감독은 그러나 LG 부임 2년 만에 벌써 그보다 3패나 더 긴 9연패 충격파를 맞았다. 9연패는 LG 프랜차이즈 최다연패. 지난 1990년 MBC를 인수하며 창단한 뒤 가장 긴 연패가 바로 지금 현재진행형이다. 팀 순위도 최하위(12승25패). 김재박 감독은 할말을 잃었다. 특히 선수들이 제대로 된 작전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에 답답한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번트도 제대로 대지 못하고 있다. 전력이 좋은 상대 팀들도 번트를 척척 잘 대는데 우리 전력에 그것조차 안 되고 있으니…”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실제로 LG는 결정적인 번트실패로 경기를 그르친 경우가 많다. 지난 1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박경수가 스퀴즈 번트를 실패했고, 8일 잠실 SK전에서도 안치용의 번트실패와 최동수의 협살로 아웃카운트 2개를 잃는 직격탄을 맞았다. 현재 LG에는 김 감독의 작전을 능동적으로 따를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과거 현대 시절 눈빛교환만으로도 알아서 작전을 척척 수행한 톱클래스 선수들과 달리 이제 겨우 부임 2년째에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LG 팀 특성상 선수들이 김 감독식 야구를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오죽 답답했으면 김 감독이 직접 과거 현대 시절 제자 몇몇을 트레이드로 영입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일 정도였다. 그만큼 선수난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 LG는 유망주들의 성장이 더디고, 확실하게 믿을 만한 구심점이 없는 팀이 되어버렸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김재박 감독이 아마 죽을 맛일 것”이라며 안쓰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김 감독은 “3~4연패 정도는 큰 의미 없다. 어느 팀이나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8~9연패 정도하면 그만큼 실력이 안 좋고 팀 전력이 약하다는 것이다”며 역시 선수난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젊은 유망주들이 기대만큼 전혀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LG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 감독은 “그만큼 기회를 줬으면 지금쯤 벌써 상대에게 위협적인 선수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상대 팀이지만 유망주들의 더딘 성장에 아쉬운 마음을 나타냈다. 설상가상으로 LG는 그나마 있던 선수들마저 픽픽 쓰러지며 전력에서 이탈하고 있다. 4번 타자 최동수는 10일 한화전에서 1루까지 걷지 못하며 트레이너 등에 업힌 채 나왔다. 이미 전날 허리를 삐끗해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친 뒤 바로 교체된 최동수는 이틀째 극심한 허리통증을 호소했다. 극심한 통증으로 당분간 경기 출장이 어려울 전망. 박용택마저 같은 날 경기 전 외야 펑고 훈련 과정에서 러닝 중이던 투수 이범준과 부딪쳐 쓰러졌다. 구토와 함께 어지럼증을 호소한 박용택은 10일 한화전에서 안타를 2개를 치고도 4회 일찍 교체됐다. 박명환과 권용관의 전력이탈로 깊은 고민에 빠진 LG에게 주전들의 연이은 부상은 확인사살이 되고 있다. 천하의 김재박 감독도 어쩔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