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올 시즌 외국인선수 농사를 가장 잘 지은 팀은 어디일까. 시즌 초반에만 하더라도 ‘외국인 원투펀치’ 게리 레스와 맷 랜들을 보유한 두산이 8개 구단 중 가장 좋은 외국인선수들을 뽑은 팀으로 꼽혔다. 그러나 레스는 쌍둥이 출산 과정에서 아내와 아들들의 건강이 악화돼 돌연 야구를 포기했고, 랜들도 예년처럼 위력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자연스레 외국인선수 농사를 가장 잘 지은 팀도 바뀌고 있다. 다름 아닌 덕 클락(32)과 브래드 토마스(31)의 한화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클락은 명실상부한 최고 외국인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 37경기 모두 주전으로 선발출장한 클락은 143타수 47안타, 타율 3할2푼9리·12홈런·33타점·42득점·12도루·23볼넷을 기록하며 타격 전부문에서 어느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완벽한 성적을 내고 있다. 홈런·타점·득점과 함께 장타율(0.678)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다안타·볼넷 2위, 도루 공동 3위에 랭크돼 있다. 출루율·장타율을 합한 OPS(1.097)도 당당히 리그 전체 1위. 시즌 전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타격에서 대활약으로 존재가치를 떨치고 있다. 지난 9일 LG와의 대전 홈경기에서도 클락은 데뷔 첫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며 포효했다. 이날 입국한 클락의 부모님들은 경기 종료 직전에야 대전구장에 도착해 아들의 홈런 장면을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대신 수훈선수가 돼 대전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로부터 환호를 받는 자랑스러운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한화에게나 부모님에게나 클락은 효자였다. 클락은 “코칭스태프께서 믿어주시고, 팀 동료들이 도와줘 잘 적응하고 있다.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식 감독도 클락에 대해 “한마디로 순둥이”라며 완벽한 기량과 모나지 않은 성격까지 칭찬했다. 유지훤 수석코치는 “나도 클락의 팬”이라고 말할 정도다. 클락의 어마어마한 활약에 가려져 있지만 ‘파이어볼러’ 토마스의 약진도 한화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대목이다. 토마스는 올 시즌 18경기에서 1승3패6세이브 방어율 3.60 WHIP 1.30 피안타율 2할4푼7리로 차츰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특히 최근 10경기에서 4세이브와 함께 방어율 3.09 WHIP 0.94 피안타율 1할9푼5리로 위력투를 펼치고 있다. 마무리 불신시대에 이 정도 성적이면 특급이라 할 만하다. 시즌 초반에만 하더라도 마운드에서 불을 지르며 ‘파이어 이글’이 되고 말았던 토마스는 이제 최고 150km 내외를 형성하는 광속구를 앞세워 타자들을 제대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토마스의 압도적인 구위에 매료돼 시즌 초반 부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믿어준 김인식 감독의 표정도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김 감독은 “토마스가 좋은 볼을 갖고도 이상하게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움츠러들었다. 볼도 높고 제구도 안 됐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고 농을 던지면서 “그래도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볼이 낮아지고, 자신감을 얻으니 많이 나아졌다. 상대팀에서도 이제는 ‘치기 어려운 공’이라고 생각할 정도”라고 만족해 했다. 유지훤 수석코치 역시 “토마스의 볼은 워낙 묵직해 장타를 맞지 않는다. 낮게만 오면 문제없다”고 힘을 실어주었다. 실제로 토마스는 피홈런이 하나도 없고 장타도 2루타 2개가 전부다. 따뜻한 나라 호주 출신인 토마스는 여름에 몸이 풀리는 체질이라며 “여름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한화는 제이콥 크루즈, 세드릭 바워스 조합으로 외국인선수 농사에서 평균 이상 풍년을 누렸다. 올 시즌에도 한화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클락·토마스 조합으로 풍년 이상의 대박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외국인선수 스카우터의 놀라운 선수 보는 눈과 기다릴 줄 아는 코칭스태프의 리더십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