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객원기자] 11일 대전구장. 9연패에 빠진 LG 김재박 감독이 2회초 선두타자 조인성이 헛스윙 삼진을 당한 직후 정진호 수석코치와 함께 직접 마운드까지 올라갔다. 김 감독은 한화 선발 류현진을 문제삼으며 심판에게 항의했다. 갑작스런 항의였다. 류현진은 어리둥절해 했고 김인식 감독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김재박 감독은 항의를 멈추지 않았고 류현진은 잠깐 마운드를 내려갔다. 경기는 약 10분여간 지연됐다. 김재박 감독이 항의한 부분은 류현진의 왼쪽 팔에 부착된 테이핑이었다. 류현진은 팔꿈치 근처에 살색 테이핑을 감싸고, 검은색 언더셔츠를 입은 상태였다. 그러나 테이핑이 밖으로 비쳐 타자들이 타격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 김재박 감독의 항의였다. 이어 김 감독은 류현진의 퇴장을 요구했다. 야구규칙 8.02(b) 조항에 따르면, ‘투수가 이물질을 신체에 붙이고 있거나 지니고 있는 것’을 위반으로 삼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투수는 즉시 퇴장하기로 명시돼 있다. 김재박 감독의 어필이 받아들여진 후 류현진은 마운드를 내려가 언더셔츠를 벗어 팔 근처에 테이핑을 모두 떼고 옷을 갈아입은 뒤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김 감독은 퇴장을 주장했지만, 이틀 연속 대전구장이 만원관중을 이룬 가운데 류현진을 이같은 이유로 퇴장시키는 것은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아래 LG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양보하기로 결정했다. 김시진 KBO 경기감독관은 “부정사항이 맞다. 투수는 불법 부착물을 붙여서는 안 된다. 파스도 마찬가지다. 퇴장도 가능한데 심판하고 LG 측이 합의했다. 이런 일이 그동안 한 번도 없었고 LG 측에서도 류현진을 퇴장시키지 않는데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테이핑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 많은 선수들이 부상 방지차원에서 테이핑을 감싸고 경기에 출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테이핑이 밖으로 보일 경우다. 김재박 감독이 문제삼은 부분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테이핑이 소매끝에서 밖으로 비치는 바람에 타자들의 타격에 지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처럼 낮경기에는 더욱 그렇다. 과거에는 LG 박명환이 두산 시절 양배추를 머리에 쓴 채로 투구하다 적발된 후 금지됐었다. 당시 KBO의 해석은 ‘부정투구는 아니지만 금지’였다. 김병현도 1999년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시절 목뒤에 파스를 붙이고 나왔다 규정위반으로 퇴장당한 바 있다. 류현진도 규정상으로는 퇴장이었다. 김재박 감독의 갑작스런 항의는 규정상 위반되는 것에 대한 정당한 항의였다. 그러나 10연패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나온 항의라는 점에서 일종의 흔들기가 아니냐는 시각이 짙다. 2회초 수비를 마친 후 한화는 2회말 공격에서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유지훤 수석코치가 LG 선발 봉중근의 티타늄 목걸이를 문제삼은 것이다. 음이온 목걸이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부터 선수들에게 유행처럼 번진 아이템이다. 하지만 엄연히 규정상으로는 이 역시 위반이었고, 봉중근은 목걸이를 보이지 않게 안으로 집어넣었다. 이후 봉중근은 곧장 초구 직구를 던지다 김태완에게 가운데 백스크린을 강타하는 선제 솔로포를 맞았다. 김태완이 3루 베이스를 돌 때 3루 베이스 유지훤 코치는 어느 때보다 큰 액션을 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