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홈런 안치용 "낮경기, 공이 더 잘보였다"
OSEN 기자
발행 2008.05.11 18: 00

[OSEN=대전, 이상학 객원기자] LG 7년차 외야수 안치용(29)이 일을 냈다. 안치용은 11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원정경기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3번 타자로 선발출장했다. 전날 최동수가 극심한 허리 통증으로 이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박용택마저도 전날 훈련 중 투수조 이범준과 부딪쳐 넘어지며 어지럼증을 호소한 상황이었다. 김재박 감독은 주전포수 조인성을 4번 지명타자로 기용한 데 이어 안치용을 전격 3번에 배치했다. 안치용이 최근 5경기에서 16타수 7안타, 타율 4할3푼8리로 맹타를 휘두르며 좋은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 감독의 선택은 그대로 적중했다. 안치용은 데뷔 후 최고의 활약으로 팀을 10연패 위기에서 구해내고 자신의 존재가치도 마음껏 떨쳤다. 4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 특히 6회초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0-1로 뒤진 2사 1루에서 안치용은 한화 선발 류현진과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다. 류현진의 7구째 공으로 130km 체인지업을 택했다. 공이 약간 몸쪽 높게 형성됐다. 안치용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갔고 타구는 그대로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비거리 110m 극적인 역전 투런홈런. 데뷔 118경기·193타석만의 홈런이었다. 안치용은 7회초에도 승부에 쐐기를 박는 적시 2루타를 터뜨렸다. 자신의 데뷔 첫 홈런을 결정적인 역전 투런포로 장식한 이후 2루타로 직접 확인 사살까지 했다. 지난 2002년 데뷔 후 7년여를 2군에서만 보낸 울분의 나날을 털어버리는 순간이었다. 신일고 시절에만 하더라도 봉중근·김광삼과 함께 클린업 트리오를 형성할 정도로 특급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았던 안치용은 그러나 연세대 입학 이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이는 프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안치용은 묵묵히 활약하며 자신에게 주어질 기회를 기다렸다. 안치용은 “오늘 3번 타자로 출장하니깐 (봉)중근이가 왜 3번이냐며 놀렸다. 후배 중근이가 그동안 잘 던졌는데 이상하게 승운이 따라주지 않아 아쉬웠다. 3번으로 나와 부담도 컸지만 중근이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3번에서는 득점권 기회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타석에서 더욱 집중했는데 운 좋게 잘 된 것 같다. 그동안 2군에서 낮경기를 많이 해 공이 더 잘보였다”며 오랜 2군 생활의 흔적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안치용에게 큰 행운이자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결승 홈런을 터뜨렸지만 안치용은 겸손을 잃지 않았다. 안치용은 “큰 욕심은 없다. 1군 경기에 나온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저한테는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처음 1군에 왔을 때에도 주전보다는 백업으로 열심히 뛰겠다는 생각이었다. 마침 주전들이 부상을 당해서 기회가 주어졌는데 앞으로 주전들이 복귀하고, 스타팅에서 빠져도 불만스러운 마음은 없다. 캠프에도 참가하지 못해 겨울바람을 맞으며 훈련한 때를 떠올리면 지금은 더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LG 김재박 감독도 안치용에 대해 “방망이가 잘 돌아간다. 자신감도 생겼고 요즘 타격감이 좋다.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하는데 앞으로도 해야 할 몫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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