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JJB스타디움(위건), 이건 특파원] 11일(한국시간) 위건과의 경기가 끝난 후 2시간여 기다린 끝에 맨유 선수들이 나타났다. 그만큼 우승 뒷풀이와 방송 인터뷰가 길었다는 얘기. 박지성은 게리 네빌, 미카엘 실베스트르, 평소 말이 없기로 소문난 폴 스콜스 등이 버스로 향한 끝에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구단 공식 단복을 입은 깔끔한 모습이었다. 박지성은 한국 취재진의 축하에 환하게 웃으면서 인터뷰에 응했다. 평소 모범 정답만을 얘기하는 박지성이지만 우승을 했기 때문에 색다른 대답을 기대하며 질문을 던졌다. 우승은 할 때마다 더 하고 싶어 "개인 통산 8번째 우승인지도 잘 몰랐어요. 우승이라는 것은 할 때마도 기쁘네요. 아무리 많이 해도 또 하고 싶은게 축구 선수로서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우승에 대한 감격을 밝힌 박지성에게 올 시즌에 대해 물었다. 박지성은 지난해 12월 말 선덜랜드전에서 복귀한 이후 18경기에 나섰다. 현재 몸상태가 좋은 만큼 더 많은 경기에 뛰고 싶은 그런 아쉬운 마음이 없냐고 에둘러 물었다. "그런 아쉬움은 전혀 없어요. 부상으로 오랜 기간을 뛰지 못했는데 지금 제가 경기장 안에서 제가 가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쁩니다." 기억에 남는 경기를 물어보았다. 18경기 중 골을 넣었던 풀햄전이나 좋은 모습을 보인 아스날과의 홈맞대결. 그리고 AS 로마, FC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염두에 두고 물어본 것. 그러나 박지성의 대답은 의외였다. "사실 내세울만한 경기는 없어요. 크게 만족스러운 시즌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았다. 그제서야 박지성은 몇 몇 경기를 입에 올렸다. "굳이 생각한다면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일 것 같아요. 그리고 만약 모스크바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한다면 그 경기가 평생 기억에 남겠죠. 그러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우승할 것이라고 믿어요." 챔피언스리그 우승 메달 위해 노력하겠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챔피언스리그 결승 쪽으로 향했다. 그와 동시에 올림픽 메달에 대한 욕심도 없는지도 끼워넣었다. 박지성은 챔피언스리그에 대해 "챔피언스리그는 더없이 좋은 기회입니다. 모든 선수들이 우승할 수 있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서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 자신감을 밝혔다. 반면 올림픽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웠다. 박지성은 "아직 출전여부가 결정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네요" 라며 말을 아꼈다. 이어진 질문은 이 날 경기에 대한 것이었다. 박지성은 이 날 선발출전했지만 조용한 모습을 보이며 후반 22분 라이언 긱스와 교체되었다. 긱스는 이날 쐐기골을 넣으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이런 긱스의 모습에 열흘 후에 있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선발 자리를 뺏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더해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이에 박지성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대답했다.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어요. 전술적인 이유로 다른 선수가 뛴다는 것은 감독님의 선택이니까 어쩔 수가 없죠. 올 시즌 내내 그렇게 경기를 해왔고요. 누가 나서든 상관없습니다.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경기에서 실수 없이 내가 원하는 플레이를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히딩크 감독 앞이라고 특별한 것은 없어 러시아에서 경기를 하는만큼 거스 히딩크 감독과의 인연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박지성을 PSV 아인트호벤으로 데려와 지금과 같은 모습의 기반을 세워준 스승이 히딩크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가 현재 러시아 대표팀 감독인만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직접 관전할 것이고 실제로 관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지성은 담담해했다. 누구 앞이라고 해서 특별히 의식하지 않겠다는 것의 요지였다. 역시 세계 최고의 팀에서 뛰는 프로선수다운 답변이었다. "항상 내가 소속된 팀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승전에서 히딩크 감독님이 보신다고 해서 특별히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여기서 한 템포 쉰 박지성은 말을 이어갔다. "단지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그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제 자신도 만족할 수 있고 히딩크 감독님 역시 만족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팀 동료들과 호흡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던 올 시즌 마지막으로 올 시즌이 자신에게 어떤 시즌이었는지 요약해달라고 부탁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남아있기는 했지만 잉글랜드 내에서의 공식 경기는 모두 마쳤기 때문이었다. "특별한 의미를 더하기보다는 부상 이후 경기장에서 다시 공을 찰 수 있었고 팀 동료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만족스럽습니다. 공백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올 시즌은 제게 보람된 시즌이었어요."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