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가 왔다’, ‘일밤’의 투명인간 되나?
OSEN 기자
발행 2008.05.12 08: 54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의 새 코너 ‘고수가 왔다’가 같은 프로그램 속 '우리 결혼했어요’의 인기에 눌려 그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일밤'이 올해 방송 20주년을 맞아 야심 차게 준비한 '고수가 왔다'는 대한민국 초미의 관심사인 부동산, 내 집 마련, 자녀교육, 취업, 범죄 등 생활에 관련된 아이템을 통해 각 분야의 고수를 찾아 노하우를 배워보는 코너이다. 김용만, 김제동, 이혁재, 강수정 등 간판급 MC들이 진행을 맡은 '고수가 왔다'는 정보와 오락이 가미된 고품격 알짜 생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지난 11일에는 미분양 아파트 투자의 고수가 출연했다. 고수는 미분양 아파트를 살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하는 상황을 설명하며 모든 정보는 모델 하우스에 숨어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모델 하우스를 방문할 때는 주차장에 차가 많이 세워져 있는지 확인하고, 입구에서 카탈로그를 챙겨서 정보를 꼼꼼하게 체크하며, 아파트 주변의 개발호재, 입지 여건 등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계약을 하기 전에는 분양 아파트의 분양률을 지정 은행에 의뢰해 꼭 알아두어야 하며 최소 분양률이 50~70% 이상일 때 거래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조언을 했다. 하지만 방송이 끝난 후 게시판은 조용했다. 예전 ‘기획 부동산’편이나 ‘재건축’편, ‘명당 아파트’편이 방송된 후 수없이 게재됐던 시청자들의 시청 소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때 쉽게 볼 수 있었던 “‘고수가 왔다’가 부동산 투기 조장을 부추긴다”와 같은 비판의 글들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일밤’의 게시판은 ‘우리 결혼했어요’의 게시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일밤’에 같이 편성돼 있는 ‘고수가 왔다’와 ‘간다 투어’에 관한 반응은 냉담하다. 이는 ‘일밤’ 내에서도 각 코너들 간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단순하게 방송 분량으로만 따져 봐도 방송 초반 40~50분 분량이던 ‘우리 결혼했어요’는 거의 두 배인 80분 정도로 분량이 대폭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경쟁에서 밀려난 ‘고수가 왔다’와 ‘간다 투어’는 방송 분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현실. 특히 애초 다양한 관광 아이템을 개발해 대한민국 팔도강산을 몸으로 체험하겠다던 ‘간다투어’는 기획의도를 잘 살리지 못한 채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결국 폐지의 수순을 밟게 됐다. 이미 ‘간다 투어’의 후속 코너로 ‘세상을 바꾸는 퀴즈’가 결정된 상태다. 이처럼 ‘고수가 왔다’나 폐지가 확정된 ‘간다 투어’가 한 프로그램의 투명인간과 같은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데에는 이유가 있다. 주말 예능 프로그램의 코너가 제대로 안착되기까지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잘되는 코너가 하나 나오면 다른 코너의 시간을 대폭 줄이거나 심지어는 인기 없는 코너의 폐지와 신설을 자주 반복하는 제작진의 조급함에 있다. ‘고수가 왔다’의 경우도 인기 코너에 밀려 방송 시간이 줄게 되자 방송 분량에 맞춰 무리하게 편집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투자의 장점만 소개할 뿐 단점이나 폐해는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의도와는 다른 반응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일밤’ 내의 코너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는 ‘고수가 왔다’가 다시 한번 경쟁력을 갖춰 제대로 된 생활 버라이어티로 살아 남을지 아니면 ‘간다 투어’와 같이 존재감을 갖지 못하며 폐지하게 될 지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icky337@osen.co.kr '고수가 왔다' 방송 장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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