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화제 중 하나는 역시 한화의 지뢰밭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다. 여기서 뻥 터지고 저기서 뻥 터진다. 그 중심에 바로 최고의 외국인선수 자리매김한 좌타 외야수 덕 클락(32)이 자리하고 있다. 클락은 올 시즌 38경기 모두 선발출장해 147타수 47안타(3위), 타율 3할2푼(11위)·12홈런(1위)·33타점(1위)·42득점(1위)·12도루(공동5위)·23볼넷(공동2위), 장타율 6할6푼(1위), 출루율 4할9리(공동11위)로 공격 전부문에서 어느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완벽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보면 볼수록 빛이 나는 선수”라고 극찬했으며 유지훤 수석코치는 “나도 클락의 팬”이라고 말할 정도다. 뛰어난 야구실력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다 비시즌에는 종종 대체교사로도 활약하는 ‘슈퍼맨’ 클락을 지난 11일 대전구장에서 만나보았다. 미식축구에서 야구로 클락은 야구를 비교적 늦게 시작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모든 스포츠에 익숙한 스포츠맨이었다. 형제들과 함께 운동할 수 있도록 부모님께서도 많이 배려했다. 자연스럽게 경쟁을 즐기고, 스포츠를 즐겼다. 그런 클락이 가장 먼저 인정받은 것은 의외로 미식축구였다. 클락은 “처음에는 미식축구로 인정받아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입학했다”고 털어놓았다. 야구는 대학에 와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야구에 익숙해져 있었고 기대이상으로 빠르게 적응했다. 클락은 “대학에서 야구를 시작하게 됐는데 야구성적이 미식축구보다 매년 한 단계씩 발전했다. 1998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부터 7라운드에 지명돼 본격적으로 야구를 직업으로 삼게 됐다”고 말했다. 클락은 “미식축구를 할 때에는 누구나 NFL 슈퍼볼을 꿈꾸지만 지금은 그냥 즐기는 것에 만족한다. 이 몸으로 어떻게 그 덩치 큰 선수들과 몸싸움을 하겠는가”라며 웃어보였다. 하지만 클락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는 진정으로 못하는 것이 없는 슈퍼맨이기 때문이다. 클락은 매사추세츠 대학 시절 생물학 학위를 받았다. 여기서 말하는 매사추세츠 대학은 그 유명한 ‘MIT’는 아니지만 클락이 굉장히 명석한 두뇌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클락은 “대학에서 생물학 학위를 받았는데 어릴적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았고, 생물학에 큰 흥미를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지루하게 생각하는데 야구만큼 재미있다”며 “내가 언제까지 야구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프로스포츠 선수란 그렇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언제나 틈틈이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클락은 야구를 가장 우선시하는 이른바 ‘야구쟁이’였다. 클락은 “그래도 지금 현재 내게 가장 중요한 건 야구다. 야구는 매일매일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야구는 늘 어렵지만, 늘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다”며 야구를 하고 있다는 것에 만족해 했다. 야구선수로서 메이저리거라는 꿈도 잠시나마 이룬 클락은 “어디에서든 야구는 똑같다”며 “한국야구를 경험하고 있는 것도 행운”이라고 말했다. 야구 외적인 목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통 사람들처럼 가정을 이뤄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클락은 아직 미혼이다. 서프라이즈한 홈런선두 클락은 마이너리그 시절 명백한 중거리 타자였다. 한 시즌 최다 홈런이 지난 2006~2007년 2년 연속으로 기록한 15홈런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클락은 시즌의 30.2%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 12홈런을 쳤다. 당당히 이 부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클락은 “나로서는 놀랍고도 이상한 일이다. 의도적으로 홈런을 칠 생각은 없다. 홈런이란 매일 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홈런 페이스가 좋은 것은 나로서도 서프라이즈하다”고 웃었다. 그렇다면 혹시 한국야구의 수준이 낮아서는 아닐까. 클락은 고개를 무겁게 저었다. 클락은 “한국야구는 굉장히 수준이 높다. 쉽게 성공할 수 있는 리그가 절대 아니다. 한국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고 그들에게도 배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아시아야구를 접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생각보다 훨씬 수준이 높아 처음에 고전했다. 이런 곳에서 야구를 경험하는 것은 나에게도 행운이다”고 말했다. 클락은 “승리를 위해 뛸 뿐이다. 시즌은 매우 길다. 부상없이 매경기 잘 치르며 팀이 이기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매일 나 스스로도 그날 경기에서 해야할 계획과 목표를 세우지, 숫자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야구는 그렇게 쉽지 않다”고 거듭 말했다. “야구란 좋은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는 법이다. 어느 정도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는 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나만의 야구에 대한 접근방식에 충실할 뿐”이라는 것이 클락의 야구에 대한 신조. 그렇다면 클락만의 야구에 대한 접근방식은 또 무엇일까. 바로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바로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의 효과를 높게 보지 않고 있다. 그냥 뛰는 것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일본야구에서는 아예 금기시되고 있다. 하지만 클락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주위에서 말리고 있다. 부상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그렇게 슬라이딩하게 된다. 야구는 순간의 차이에서 갈리기 때문에 작은 부분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1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면 그냥 뛰는 것보다 느릴 수 있지만, 상대수비가 급한 마음에 실책을 할 수도 있다. 야구란 찰나의 싸움이다. 수비에서도 펜스까지 갈 타구를 미리 슬라이딩으로 캐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에 대해 다들 걱정하지만 이것이 나만의 야구 스타일이자 접근방식이다. 안 하려고 해도 몸이 알아서 움직인다”는 것이 클락의 설명이다. 한화에 온 것은 행운 클락은 “야구는 어렵다. 쉽지 않다”라는 말을 버릇처럼 내뱉었다. 그런 클락에게 미국을 떠나 처음 접하는 해외리그는 더욱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클락은 한화 이글스라는 팀에 온 것을 큰 행운으로 여겼다. 클락은 “정말 좋은 팀에 온 것이 내게는 행운이었다. 감독도, 선수들도, 직원들도 늘 너무나도 친절하게 대해준다. 이렇게 친절한 곳은 처음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고 난 그저 내 일만 하면 된다”며 주위 사람들에게 모든 공을 돌리며 고마움을 전했다. 클락은 “한국야구는 처음이지만 한국이든 미국이든 기본적인 야구원칙은 같다. 항상 출루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야구는 어디에서든 쉽지 않지만 많은 동료들이 도와주고 있다. 궁금한 점에 대해 물으면 늘 친절하게 답해준다. 아직 말은 통하지 않지만 눈빛과 바디랭귀지만으로도 의사소통은 된다”고 답했다. 이어 “좋은 팀에서 좋은 동료들이 있다는 것이 기쁘다. 김태균이라는 좋은 타자가 바로 뒤에 있기 때문에 나는 찬스를 만들거나 연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렇게 강한 타선은 처음”이라고 웃었다. 이와 함께 최근 불거진 귀화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클락은 “미국에서는 야구대표팀이 나를 한 번도 불러주지 않았다. 올림픽에 한 번 나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마침 우리팀 감독님께서 국가대표 감독님이셨고, 올림픽에서 뛰고 싶은 마음에 말했는데 귀화설로 번진 것 같다. 어쨌든 한국을 사랑한다. 팬들이 굉장히 열정적이다. 부산과 서울도 대단하지만, 대전도 만만치 않다. 요즘에는 알아보는 팬들도 많아졌다”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클락은 “한국어 공부도 많이 하고 있다”며 직접 ‘공부’라는 말을 또박또박 말했다. 어쩌면 시즌 막판 팬들은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클락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가슴에 ‘S’자만 없을 뿐 그는 슈퍼맨이기 때문이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