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도 야구의 봄은 찾아오는가
OSEN 기자
발행 2008.05.13 07: 53

[OSEN=이상학 객원기자] 프로야구가 제2의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주말 열렸던 8경기 가운데 7경기가 만원을 이루었다. 롯데가 찾은 잠실구장, KIA가 방문한 목동구장의 이틀 연속 매진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화의 대전구장이 이례적으로 이틀 연속 만원사례를 이룬 건 분명 놀라운 일이었다. 웬 외국인이 경기 중 그라운드에 난입하고, 한 취객이 경기 전 선수단 덕아웃을 습격하는 등 만원관중이 되니 별별 일들이 있었다. 석가탄신일로 월요일까지 연휴가 이어진 영향이 있었지만, 이틀 연속 매진은 포스트시즌에서나 볼법한 모습이었다. 과연 대전에도 야구의 봄이 찾아오는 것일까. 봄은 있었나 한화는 빙그레 시절이었던 지난 1986년 대전을 연고로 창단했다. 창단 첫 해에는 2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관중동원으로 신생팀의 어려움을 겪었다. 빙그레 초기 대전구장에서는 출범 후 3년간 대전을 임시연고지로 삼은 OB가 경기장을 찾을 때 더 많은 환호가 향할 정도였다. 하지만 김영덕 감독이 부임하고 본격적인 강팀 대열에 합류한 1988년부터 관중동원에 가속도가 붙었다. 장종훈이 한 시즌 최다 41홈런을 터뜨린 1992년 프로야구 전체의 부흥과 함께 구단 사상 최다 38만391명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프로야구 전체가 위축됐다. 한화는 가장 큰 피해자였다. 1999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효과도 미미했다. 그해 한화는 총 21만8404명, 평균 3309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뒤에서 3번째였다. 이후 암흑기가 절정에 다다랐던 2004년에는 총 12만8387명, 평균 1916명으로 8개 구단 최저관중의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수원을 임시거처로 삼은 현대보다도 못한 관중동원을 기록하며 비인기구단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질 위기에 놓이고 말았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이 부임한 2005년부터 대전에는 다시 야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김인식 감독은 믿음의 야구를 바탕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한화를 일약 ‘다크호스’로 탈바꿈시켰다. 김태균과 이범호가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선수로 성장했고, 2006년에는 괴물 류현진까지 등장했다. 이어 프로야구 전체가 살아난 지난해에는 총 32만2547명, 평균 5120명을 동원해 11년 만에 30만 관중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스타와 홈런 한화에는 송진우·구대성·정민철 등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전설들과 함께 김태균·이범호·류현진 등 젊은 선수들까지 스타들이 많다. 지난 주말, 대전구장을 찾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은 가장 이유가 바로 스타들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정)민철이 형님이 선발등판하는 경기는 꼭 온다”, “김태균의 홈런 한 방을 기대한다”, “류현진만 보면 시원한다”, “한화의 꽃(이범호)을 보러왔다”, “클락을 직접 보고 싶었다”, “(이)영우 오빠의 미소는 최고다”, “도대체 구대성은 언제쯤 나오는가” 등등 선수 개개인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막강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연일 홈런 폭죽을 쏘아올리고 있는 것도 관중들을 끌어모으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나도 관중이 하나둘씩 다 들어차는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랬다. 오늘이 무슨 날인가 싶더라. 요즘 팀 성적이 괜찮고 무엇보다도 홈런을 펑펑 터뜨리니깐 팬들이 홈런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한화는 38경기에서 43홈런을 기록 중이다. 클락-김태균-이범호-김태완으로 이어지는 3~6번 라인은 상대팬들에게 재앙과 악몽이지만, 한화팬들에게는 축복과 기쁨이다.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스타들의 존재와 ‘야구의 꽃’ 홈런이라는 무기를 지닌 한화는 그러나 여전히 관중동능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한화는 총 관중이 10만8058명으로 전체 6위지만, 평균 관중은 5421명으로 ‘신생팀’ 우리 히어로즈(5237명) 다음으로 적은 팀이다. 불가사의한 일이다. 팬들이 좋아하는 스타와 홈런이 대전구장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중동원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도대체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지난 주말을 보면 대전의 야구 열기가 꼭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구단 관계자들은 이틀 연속 매진된 것에 놀라는 기색이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2경기 연속 매진된 것이 워낙 오랜만이라 마지막 2경기 연속 만원사례가 언제였는지는 데이터베이스에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아마 1992년이 마지막 이틀 연속 매진이었지 않겠는가.” 두려운 구장 지난 2006년 대구구장은 붕괴 위험 소식이 외부로 알려지며 한바탕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구장 붕괴 위험으로 팬들이 찾기 두려운 구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대전구장도 팬들에게는 두려운 구장이다. 물론 대전구장은 붕괴 위험이 전혀없다. 구장이 다소 작지만 야구를 관람하는 데 하자가 없다. 구장 개보수로 관람석도 안락해진 편. 유성구에 거주하는 한 관중은 “야구를 관람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야구장을 오가는 것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야구를 보러갈 때 받는 스트레스를 야구장에서 선수들을 보고 시원한 홈런을 보면은 금새 풀리지만 집으로 갈 때에는 다시 또 스트레스를 받는다. 결국 남는 것은 스트레스다. 이래서 누가 야구장을 쉽게 찾을 수 있겠나”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경기 직후 주변에서 택시 하나 잡기 어려운 곳이 바로 대전구장이다. 문제는 대전구장이 구시가지로 사실상 변두리에 위치해있다는 점.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8개 구단 홈구장 가운데 가장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 바로 대전구장이다. 대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서구 및 유성구에서 살고 있지만, 중구는 상대적으로 흡수할만한 관중수가 부족하다. 경기장을 찾아와도 주차 문제가 또 남아있다. 경기장 부근 주차시절이 전무해 조금이라도 관중이 차는 날에는 북새통을 이룬다. 주말 주간경기에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주중 야간경기에도 주차 공간의 부족으로 주변 주택가에 주차를 해놓다 ‘딱지’ 맞기 일쑤다. 병목현상이 따로없다. 그렇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해도 지하철이 연결돼 있지 않고, 버스노선 및 배치시간도 엉망이다. 정말 큰 마음을 먹지 않으면 야구장은 생각도 할 수 없다. 한화 구단 관계자들은 “마음 같아서는 경기장 위치를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장 위치가 구시가지인 데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고, 대중교통도 형편없어 관중을 동원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장신축은 문제는 조금이라도 진전이 있을까. “구장신축과 관련된 소식은 없다. 구단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의 도움이 크게 필요한 부분인 데 워낙 돈이 많이 들고, 이것저것 거쳐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는 것이 구단 관계자의 전언. 지난해 한화는 자체 전용연습구장을 건립하기로 하고, 대덕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여전히 삽을 뜨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당초 2009년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빨라야 2011년에야 건립이 가능할 전망이다. 연습구장의 삽을 뜨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새 야구장을 신축하기란 쉽지 않다. 대전시는 매년 월드컵경기장 적자를 10여억 원을 해결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부터 월드컵경기장 흑자 구조를 꾀하고 있지만 워낙 투자가 부족하다. 과거 프로농구 대전 현대가 KCC로 간판을 바꿔달 때 전주로 연고지를 이전했고, 프로배구 삼성화재도 심각하게 연고지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 대전·충청을 대표하는 한화가 대전을 떠날 일은 없다. 관중동원을 위한 가장 현실적은 대안은 주차공간의 확대와 교통의 개선이다. 이미 대전팬들에게는 야구는 봄이 찾아온 지 오래다. 다만 그 마음을 보여줄 현실적인 여건이 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지난 주말 2경기 연속 매진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온갖 불편함을 감수하며 야구장을 찾는 대전팬들이 지은 죄라고는 ‘한화 이글스를 좋아하는 것’밖에 없다. 시의 가장 큰 역할은 시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이다. 대전시는 팬들의 야구장 방문시 불편함을 해소할 의무가 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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